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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거나 술 취해 있거나, 잔다.
  • 짧은 이야기 긴 사연
  • 로제 그르니에
  • 10,350원 (10%570)
  • 2013-12-16
  • : 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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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1 독립만세사건이 있던 1919년에 프랑스 지중해 연안 칸 말고, 파리에서 서북서 쪽에 있는 캉에서 태어난 작가, 저널리스트, 라디오 애니메이터. 19년생이면 2차 세계대전이 터진 1939년에는 전쟁하기 딱 좋은 나이였던 스무살. 소설집 《짧은 이야기 긴 사연》에도 전쟁 발발 직후 곧바로 징병 대기하는 청년이 등장한다. 그러나 프랑스는 전쟁이 터진 다음해, 난공불락의 마지노 방어선을 우회 돌파한 독일군에 의하여 1940년 6월에 파리가 함락되는 치욕을 겪고, 같은 달 22일에 페텡이 항복을 선언, 어쨌든 그르니에는 총 한 방 쏘지 않고 전쟁을 통과한다. 물론 나중에 좀 험한 꼴은 당했다지. 44년에 프랑스 저항군 활동도 하고 뭐 그랬던 모양이다. 그럼에도 전쟁 중에 소르본에서 가스통 바슐라르한테 배웠다 하니 전쟁 중에 20대 젊은 남성이 그 정도면 호강했다고 봐도 되지 뭐. 애먼 미국 젊은이들이 프랑스 땅에 들어와 픽픽 죽어간 걸 생각하면 말이지.

  열세 편의 단편소설을 실으면서 편집도 자간, 행간 널럴하게 해 쉽게 읽힌다. 본문이 194쪽에서 끝나 분량도 많지 않다. 그래서 단편소설과 꽁트의 중간 정도, 분량이나 장르 양쪽을 감안해서 중간 정도의 작품도 제법 있다. 즉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작품집.


  이 책을 출간한 2012년에 이이는 벌써 아흔 두셋. 한 해에 열세 편의 소설을 화르륵 불 태우듯 썼다고 보기 힘들지만, 어쨌든 80대 후반과 90대 초반에 쓴 작품을 모은 책이라 봐야겠다. 책을 다 읽고 생각해보니 노 작가들이 쓴 작품은 대개 노인들의 기억 속 자잘한 삶의 흔적을 픽션 또는 반half픽션-반half다큐멘터리 형식인 경우가 많은데, 이 책도 그렇지 않은가, 실제 경험한 또는 기억한 과거의 것들 것에 픽션을 가미해, 줄리언 반스의 표현대로, 하이브리드 픽션으로 쓴 건 아닌가 싶었다.

  근데 문제는,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이 아니라는 점. 웃기게도, 이 책을 번역한 사람이 김화영. 이상하게 김화영 선생이 번역한 책을 읽고 좋은 독후감感을 느낀 적이 별로 없다는 거. 이번에도 “옮긴이의 말”이 웃기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프로방스 학파의 일원이면서, 자기 자랑을 화려하게 펼치는 데 빈틈이 없다. 또다른 프로방스 학파 최현무, 필명 최윤이 <부영사> 해설을 통해 독자를 ‘오독을 마다하지 않는’ 집단으로 단칼에 선을 그어 버린 것처럼 악마 같이 거만한 '소위' 프로방스 학파 선생들. 다행히 이젠 전부 다 꼰대 가운데 꼰대가 되어 버렸다. 세월 만세!

  분명히 말하자. 나는 김화영 선생의 번역의 질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게 아니다. 그가 번역한 책 가운데 내가 즐겁게 읽은 책이 전혀 기억나지 않아서 그렇다는 거다. “옮긴이의 말”도 워낙 인상깊게 웃겼던 것도 많고. 어느 작품인지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는데, 역자 후기 타이틀에 왜 자기가 페테르부르크 역전 시계탑 앞에 앉아 급하게 역자 후기를 쓰고 있다는 얘기를 하냐고? 솔직히 나는 김화영이 좀 밉다.


  여든 후반, 아흔 초반에 쓴 짧은 픽션. 애초에 큰 걸 바라지 않았다. 기대가 크지 않았고, 딱 생각했던 것만큼의 차분한 픽션들 모음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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