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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1년에 인도네시아 화교 출신 아버지와 몽골족 어머니 사이에서 난 소설가, 시인, 부인과 의학박사이자 사모펀드 투자수석전무인 동시에 방송인, 서예가, 수필가까지 겸한다니 이게 사람이야, 귀신이야? 열아홉에 베이징연합의과대학에 입학해 8년만에 임상의학과 부인종양학 박사를 따고 곧바로 미국으로 날아가 에모리대학에서 MBA를 따고, 의사를 할까 경영을 할까, 고민 한 번 없이 이름만 들어도 놀라운 맥켄지에 들어가 글로벌 매니징 파트너까지 승진했단다. 2014년에 중국으로 돌아와 1년간 자원voluntary의료를 떠났다가 다시 도미, 위에서 얘기한 사모펀트 투자수석전무를 하고 있다는데, 위키피디아 정보를 마지막 업데이트한 게 작년 크리스마스였으니 지금도 연봉 수백만 달러를 받는 전무님으로 있을 것 같다.

FengTang, 2022
이 책 <열여덟, 소녀를 내게 줘>는 애초에 2005년(으로 짐작하는데 아닐 수도 있다), <주상>이라는 중편소설을 써서 인터넷 주관 문학작품 공모대전에 네 명 수상하는 3등 상을 받은 것을 2010년에 장편소설로 발전시킨 책이다. 원래 무대가 되는 80년대 후반 베이징에 개발을 위한 철거 붐이 있어서 제목을 “철거” 어쩌고저쩌고 라고 지을 예정이었지만 출판사 언니 오빠들이 너무 평범한 제목이라고 해서, 분명하게 얘기하지 않았으나 행간을 보면, 그 언니 오빠들이 지어준 제목인 듯하다.
그런데 몰랐지? 중국에서는 먹혔을지 몰라도 우리나라에선 일단 제목이 심히 구려 책방 독자서평 하나 없는 비인기 책으로 등극, 2024년 10월 말일에 출간된 책이 2026년 5월 9일 현재 세일즈포인트가 123점에 불과하다. 즉 돈 내고 책 사 읽은 독자가 별로 없다는 뜻이다. 네이버 블로그를 검색해봐도 독후감은 두 편만 뜰 뿐이다.
하지만 이 책, 괜찮다. 아, 미리 말할까? 나, 출판사 글항아리 사장하고 인맥, 지연, 학맥 기타 등등 관련 있는 거 하나 없고 하다못해 만원도 꿔준 거 없다. 그래도 이 책은 괜찮다. 물론 인생 살면서 리비도가 가장 왕성한 시절, 성호르몬 과다분비로 교실에서 책상 모서리에 슬쩍 닿기만 해도 불뚝 발기하던 중고등학교 시절의 일종의 성장소설이긴 하지만 다른 작품들과 비교해 색다르다.
이 독후감을 읽는 여성분들은 사춘기를 지나는 남자 청소년들이 얼마나 성적으로 힘든 날들을 보내는 줄 모를 것 같다. 이에 대한 이해가 없으면 열세 살부터 열여덟 살까지를 시간적 공간으로 하는 이 작품을 읽으면서 처음부터 끝까지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 여긴다는 불쾌감을 가질 수 있는데, 만일 그런 준비가 완비되신 분은 이 독후감과 책을 읽지 않는 것이 정신건강 상 좋다. 실제로 지금 거리를 활보하고 있는 풋풋한 남자 중고딩, 특히 중딩들은 아주 미칠 지경의 시절을 보내고 있다. 내가 다시 태어나고 싶지 않아 하는 가장 큰 이유 가운데 하나도 이 우라질 사춘기를 또 겪기 싫어서라는 건 몇 번 이야기한 것 같다.
(한 단락 통째로 검열, 삭제 판정)
남자들 인생 살면서 딱 그때는, 그때가 아니면 두 번 다시 발휘되지 않는 투시력이 생겨 지나가는 모든 가임 여성을 한 번 척 보기만 해도 그냥 알몸이 훤히 보인다(이순원 작 <19세> 독후감 참조). 정말이다. 그러니 얼마나 힘들겠어. 그것도 모르고 청소년 소설에 여자애와 남자애의 사랑 이야기를 담은 소설은 대개 아련하고 풋풋하고 상큼하고 평생 기억에 남을 수밖에 없는 추억이니 뭐니 하는데, 천만의 말씀. 이런 의미에서 펑탕의 제목이 드러운 소설 <열여덟, 소녀를 내게 줘>는 청소년 남자애들의 실제 모습과 많이 흡사하다.
화자 ‘나’이자 주인공 추수이. 베이징판 8학군 가운데서도 으뜸인 중학교에 다니다가, 시험을 봐 같은 고등학교에 진학해서 졸업을 바로 앞둔 시기까지. 예전에 우리나라에서도 그랬다. 제일 좋은 중학교가 경기중. 졸업하고 대부분 경기고등학교로 진학했다. 그래도 남는 인원을 다른 중학교 출신들이 머리 터지게 공부해서 입학하는 거였는데 딱 그거 생각하시면 된다. 추수이하고 친한 친구들도 다 같은 고등학교에 진학하는데 성공한다. 걔네들 이름이 훗날의 성공한 영화감독 장궈둥, 크게 사업을 벌여 신흥 갑부의 반열에 올랐으나 자기 소유의 호텔에서 일찌감치 칼 맞아 세상 뜨는 류징웨이, 그냥 아버지 하던 사업을 물려받아 여유롭게, 그래도 부자로 사는 덜 중요한 조연 쌍바오장.
여학생이 빠지면 섭섭하겠지? 추수이가 사는 동네에서 과거 100년간, 지역 10리 안팎을 통틀어 가장 예뻤던 엄마를 둔 주상. 5년 전에 상 받은 작품 <주상>의 주상이 바로 이 주상이다. 추수이가 좋아하는지, 사랑하는지 막 헛갈려하는 애. 근데 시절을 지낸 내가 보기에 그건 사랑이야. 이 주상을 연모하는 애가 또 있으니 원래 주상의 옆자리에 앉았던 쌍바오장과 장궈둥 추수이는 자기가 주상 옆에 앉고 싶어 쌍바오장에게 동서양의 포르노잡지 두 권을 주고 기어이 그 자리를 차지한다. 쌍바오장은 그 잡지를 빌려주고 대여료를 챙기는 부업에 나섰다가 훗날 학교에서 크게 벌점을 먹고, 잡지의 원천지인 추수이 역시 빠른 전학을 전제로 제적을 면하는 벼락을 맞는다. 그리고 장궈둥. 얘는 추수이가 주상을 좋아하는지 뻔이 알면서도 모른 척하고, 자기가 주상을 좋아하니 네가 걜 좋아하지 않으면 나하고 좀 엮어달라고 청탁한다. 그러니 그 시절 어린 마음에 추수이가 어찌 양보하지 않을 수 있겠느냐는 것이지. 하지만 주상은 장궈둥을 그리 좋게 보지 않는다. 추수이가 사는 아파트 바로 옆의 낮은 건물에 엄마하고 사는데, 추수이는 바람에 휘날리는 흰 바탕에 분홍 꽃무늬가 프린트된 주상의 팬티를 보는 재미도 쏠쏠해한다. 근데 그게 재미야? 아닐 걸? 그것도 일종의 애가 타는 그리움일 걸?
외모로 보면 주상보다 더 예쁘고 쭉쭉빵빵한 취얼. 추수이도 취얼을 좋아하지만, 그건 주상이 추수이의 사랑의 신호에 적극적으로 반응하지 않아서 생긴 일일 수 있다. 그러나 취얼은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노숙한 남자를 선호해서 중학교 다닐 때는 고딩 남학생과, 고등학교 다닐 때는 대학생과 사귀더니 훗날 무지하게 부자이며 늙어 꼬부라졌지만 뇌심혈관 계통에 문제가 있는 미국인과 결혼해, 계산대로 일찌감치 과부가 되어 큰 부자가 된다. 이후 아프리카에 있는 나라의 왕자와 결혼해서 아프리카로 떠나는데 그건 당연히 이 작품이 끝나고 10년이 더 흘러야 한다. 일찌감치 몸과 마음의 사랑에 달통한지라 고등학교 고학년이 되자 정기적으로 추수이의 방을 찾아와 몸의 갈증을 해소한다. 주상을 향한 추수이의 마음을 놀려 먹으면서. 그만큼 취얼도 추수이를 좋아한다는 의미겠지. 평생을 함께 할 마음은 눈꼽 만큼도 없지만.
추수이가 중학교 다닐 무렵, 얘한테 최고의 인생 스승이 있었으니 쿵젠궈라는 이름의 늙은 건달. 말인 즉, 남자라면 일생에 오직 한 사람만이 온 힘을 사라지게 하는데 그이를 찾으려 끊임없이 노력해야 하고, 찾았으면 가서 해버려야 하는 거라고, 그게 패기이고 상남자라고 가르친다. 스승의 말씀을 결코 놓치지 않는 추수이는 결심한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주상과 일생을 보내기로. 빵 줄 사람은 생각도 하지 않는데 우유부터 벌컥벌컥 들이켜는 거다. 늙은 건달 쿵젠궈야말로 추수이의 빠싹 말라붙은 삶의 한줄기 빛인 듯 섬겼단다.
쿵젠궈는 정말 건달 짓을 하고 살다가 이제 나이 들어 백수 상태이고 단칸방에서 형과 형수, 이렇게 세 명이 살다가 형수가 못 살아, 못 살아, 하는 바람에 무허가로 방을 하나 덧대 주었더니, 이게 웬일? 동네 중딩들이 모여 밤이 깜깜해질 때까지 존경하는 사부님의 가르침에 귀를 기울였다는 거 아닌가.
이 아이들은 당연히 다른 학교 아이들과 패싸움을 벌인다. 서로 마주치면 무조건 쪽수 많은 쪽이 이기는 건데, 지는 편은 당연히 이에 상응하는 복수혈전을 준비한다. 고딩 시절의 추수이, 그가 보는 앞에서 자가용에서 내린 대학생 남자 둘이 주상을 차에 태워 놀러 가려 하고, 주상은 싫다고 할 때, 추수이는 사이다병을 자기 이마빡에 퍽 부딪혀 깨버리고, 다른 사이다병으로 대학생 한 몀의 머리통을 으깨버린다. 뭐 이런 식이다. 시절이 80년대 중후반이었을 테니 이 정도의 폭력 행사는 중국에서, 비록 마오쩌둥의 큼지막한 사진이 천안문 광장에 걸려 있더라도 그저 큰 일 없이 지나가버리던 무협시대. 그 시절을 견뎌낸 사춘기 남자 아이들의 좌충우돌.
후진 제목 때문에 머뭇거릴 필요 없다.
내가 읽기로는 세계사나 곰 출판사에서 찍었지만 지금은 절판된 이순원의 <19세>가 훨씬 재미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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