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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거나 술 취해 있거나, 잔다.
  • 밤하늘에 별을 뿌리다
  • 구보 미스미
  • 14,220원 (10%790)
  • 2023-04-28
  • : 1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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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섯 편의 단편소설을 싣고 작품의 분량을 7쪽에서 시작해 278쪽에서 끝내니 순분량은 270쪽. 평균으로 보면 한 작품이 대략 54쪽 정도. 자간과 행간이 널럴하고 활자도 커서 내 경우에 어제 오전 9시 15분경에 빌려 읽기 시작해서 중간에 컵밥 먹고 좀 쉬어도 오후 1시50분 정도에 다 읽었다.

 다섯 작품에 등장하는 가족들. 이들은 누구 하나없이 소위 결손가족이거나 결손가정에 가까운 처지이다. 이런 가정의 구성원이 마음 속에 잡다하게 가지고 있는 것 가운데 흔히 사람들은 외로움이라고 단정해버린다. 그들의 특징이라고도 하고. 이 책의 등장인물들 역시 외롭고 우울한 성격도 있기는 하지만 각자의 처지에서 그것에 벗어나기 위해 작은 애를 쓰고 있다.


  첫 작품 <한밤중의 아보카도>는 일란성 쌍둥이 동생을 뇌출혈로 잃은 서른두 살의 여인 아야. 친한 쌍둥이 동생이 죽어서 갈팡질팡이다. 데이트앱에 접속헤 여러 남자를 만나봤는데 처음으로 자기보다 두 살 많은 아소라는 이름의 프리랜서 프로그래머를 만나 데이트 중이다. 앱에서 만난 다른 남자들과 달리 만난 날로 곧바로 호텔에 가자는 말 같은 거 하지 않아도 좋다. 자신한테 일정한 거리감을 가진 친절을 유지하는 걸로 봐서 여자 경함이 미숙한 것도 마음에 든다. 애인은 아니지만 죽은 여동생 유미가 진지하게 사귀던 무라세와는 한 달에 한 번 정도 한 시간에 걸쳐 가볍게 저녁을 먹으며 유미의 명복을 빈다. 유미가 죽은지 2년이 넘었는데 계속 이런 일을 하고 있다. 무라세는 자기 마음에서 유미를 보내주어야 다른 생활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프로그래밍을 하는 아소 씨는 COVID-19가 왔더라도 원래 하는 일이 자기 집이 사무실 겸 숙소라 코로나 사태로 인해 업무량이 줄지 않았다. 오히려 더 많아진 듯. 그리하여 아소씨는 아야와 비해 훨씬 일을 많이 한다. 스마트폰으로 연락을 주고받지만 직접 만나서 음식도 먹고 길을 걷고, 손과 팔뚝이 만지기도 하고 스치기도 하는 약한 수준의 접촉도 힘든다. 그저 둘이 서로 좋아하는 감정이 있을 뿐이다. 그런데 그렇기만 하면 삼십대의 사랑이 잘 유지하기 힘든 법. 이들도 그 정도는 알아 차를 타고 바닷가로 놀러 가기로 한다. 한밤에 공기 좋은 옥상에 앉아 하늘을 보며 이게 무슨 별자리의 어느 별, 견우별의 어떤 별, 저건 직녀별의 또 무슨 별. 이렇게 여름 또는 겨울밤의 대표적인 대 삼각형. 이런 것을 알아간다. 주로 아소 씨가 말한다. 도쿄로 돌아와 점점 만나기 힘들어지는 아소 씨.

  아야는 아소씨와의 사이가 진전되지 않는 틈을 타, 이제 동생이 죽은 다음에도 아직 동생의 환영 속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무라세와 거의 정기적으로 만나면서 그동안 자기의 머리 스타일이 동생과 비슷해진 것을 알고 원래 자기가 하던 짧은 머리로 깎고 무라세의 집에 가서 이제 동생을 놓아달라고 말한다. 그래서 그렇게 된다. 그러나 동생이 떠난 자리에 언니는 들어가지 못하지만.

  별자리를 가르쳐준 데이트 앱의 아소 씨는 소식이 없다. 자기와의 통신을 멀리하는 것 같다. 왜 그럴까? 딱 이 때 도쿄 지하철에서 퇴근시간에 어린 아이가 지악스럽게 우는 소리가 들린다. 일본인들한테는 이게 아주 질색이다. 에티켓에 크게 결례되는 일이다. 아야가 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들어보니 아이쿠, 아소씨 옆에 아이가 앉아 있고, 아이의 다른 쪽에 젊은 여자가 또 앉아 있었다. 조카 또는 외조카일 수도 있지만 조카처럼 한 다리 건널 필요 없이 딱 아소씨와 많이 닮았다.

  지하철이 멈춰 이들이 내리자 아야도 함께 내린다. 뒤를 쫓아가 아는 척을 한다. 여자한테 먼저. 일과 관련해서 저를 많이 도와주시는 상사분이예요. 아소씨, 올해에도 많은 지도 바랍니다.

  이렇게 넘어갔지만 여간해 울지 않는 아야가 오랜만에 눈에서 소금물 좀 뽑았다. 그래서 마시지도 못하는 맥주도 두 병을 사서 조금 먹다가, 무라세의 집에 가서, 이제 그만 동생을 놔주라고, 동생이 이제 하늘로 갈 수 있는 거 아니냐고 주정 비슷하게 해댔다.

  대답이 없던 무라세는 다음 날, 문자를 보내, 돌아오는 달에 한 번만 더, 늘 가는 작은 음식점에서 한 시간 동안 전에 늘 그랬듯이 동생 이야기를 하는 시간을 보내자고 한다. 둘 다 그게 마지막 회동이 될 것임을 안다. 그래서 만나 음식을 먹고, 여전히 자잘한 동생 이야기를 하다가 아야가 밥값의 반 정도를 내고 서로의 집으로 향했다. 무라세는 곧 동생과 함께 살던 집을 빼 다른 곳으로 이사할 것이고, 아야는 무라세가 보내준 흙으로 여태 수경으로 기르던 아보카도의 씨에서 난 떡잎 등을 분재할 생각이다.


  이런 거 말고도, 주로 이혼 가정. 영업사원과 통역원이 결혼해 아이를 낳고 살다가, 바쁜 영업사원이 늦게까지 일해야 하는 것을 견디지 못한 아내는 시간이 많이 나는 오후 시간에 미국 남자를 만나 불륜을 갖게 되어 이혼한다. 전 아내는 딸과 함께 미국의 아이오와로 가버린 가정의 남자. 남자의 아파트 옆집에는 역시 이혼해서 딸 하나 키우는 싱글맘이 이사를 와 점점 친해지기도 하고, 후배의 소개로 괜찮은 학교 후배를 만나 좋은 관계도 유지하지만, 옆집의 싱글맘은 오랜 숙고 끝에 전남편과 다시 집을 합치는 것으로 정했으며, 그동안 학교 후배와는 싱글맘 가족과의 좋은 관계를 유지하느라 자신이 연락을 멈춘 상태. 뭐 이런 이야기들.

  지금 시절에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자잘하고 아름다운 이야기들이지만 나한테는 직접 와 닿는 점이 거의 없어서, 그냥 이런 시절을 보내는 세대도 있는 모양이구나. 하는 감정밖에는 얻지 못했다.

  이건 세대 차이이지 구보상의 글이 좋지 않아서가 아니기 때문에 내 의견을 참고할 필요는 없는 책이다. 읽는 사람에 따라 공감하면서 재미있을 수도 있으니 주의를 기울여볼 만도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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