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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로베르트 J. 슈미트 본인이 1962년에 폴란드의 브로츠스와프에서 태어났다. 위키피디아에 공상과학 및 판타지 작가, 역자 및 저널리스트라고 나와 있다. 이이의 작품은 더 이상 읽지 않을 것이 틀림없다. 따라서 그의 바이오 역시 더 파본들 무엇하랴. 어쩜 세상에 나하고 이리도 맞지 않는 작가도 없을 듯. 슈미트 씨, 우리 다신 보지 말자고.
이 책은 역자 정보라와 폴란드 작가의 궁합, 딱 그거 하나 보고 희망도서 신청해 첫빠따로 읽었다. 먼저 발견한 건 <브로츠와프의 쥐들 : 철창>이었는데 서점에서 상품 내용을 보니까 1부가 <브로츠와프의 쥐들 : 카오스>라서 이왕 읽을 건 처음부터 읽자, 싶어 이걸 먼저 신청했다. 읽어보고 마음에 들면 다음편을 신청하면 될 터이니. 하이고, 잘 생각했지.
여러 번 이야기한 거 같은데, 정보라가 소개한 폴란드 작가들. 스타니스와프 비트키예비치와 브루노 슐츠, 그리고 스타니스와프 렘. 이 책들이 좋아 정보라에게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틀림없이 많이 팔리지 않을 거 같은 책을 번역해주어 독자 입장에서 얼마나 흡족했겠느냐고. 그래서 이번에 또 정보라가 번역한 폴란드 작가의 작품이 나왔길래 다른 정보는 귓등으로 흘리고 그대로 희망도서 신청을 해버렸으며, 나는 또다시 내가 사는 도시의 기업체, 자영업자, 시민들이 현금으로 낸 지방세를 축내 버리고 말았다. 그나마 다행인 건 한 방에 두 권 다 신청하지 않았다는 점.
미리 말하고 지나가자. 이 책의 독자 평점이 좋다. 아마 이 장르, 과학은 아니고 공상, 판타지 소설 방면에 흥미를 느끼는 독자들한테는 명작까지는 모르지만 그 비슷한 수준에 근접한 작품으로 치는 모양이다. 그러니 이 독후감을 읽고 작품에 대해 가질 수 있는 거부감은 터무니없을 확률이 높다.
작품은 1963년 8월 9일 금요일 19시 50분, 브로츠와프 시 외곽에 있는 키에우초프스카 거리 43a번지 소재 격리병동에서 시작한다. <브로츠와프의 쥐들> 1편이 2014년에 출판되었다니까 당시는 2019년에 시작한 전세계적 감염병과 거리가 있을 텐데, 슈미트는 브로츠와프 시 몇 군데에 격리 폐쇄병동을 만들어 바이러스 감염 의심자들을 3주간 수용했다. 3주 안에 발병하지 않은 사람은 음성으로 판정하여 다시 집과 직장으로 보내 정상생활을 하게 했다. 브로츠와프 시민들을 위협하는 치명적 바이러스는 출혈성 천연두였다. 두창이라고 하기도 했다. 작품의 무대가 1963년이라서 천연두가 치명적이지 지금은 인간에 의하여 완전히 박멸된 또는 박멸되었다고 여기는 바이러스이다.
키에우초프스카 거리의 격리병동의 경계를 담당하는 경찰부대의 지휘관은 파트리크 미엘레흐 경사. 도시 외곽의 옛 엔진공업학교 부지에 위치한 병동을 완벽하게 격리시켜 시민들을 치명적 바이러스로부터 보호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 심각한 알코올 의존증 환자이기도 했으나 신경정신과 치료를 충실하게 받아 지금은 전혀 알코올을 흡수하지 않고 지낸다. 물론 경비대장의 덕택은 아니겠지만 이 격리병동에 있다가 퇴원한 후에 천연두 병원에 입원하는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였으니 효과적인 격리 정책을 썼다고 봐도 좋다. 이는 의사와 간호사 등의 의료진의 헌신적이며 (공산)당적인 임무 수행의 결과라고 보아야겠는데, 이 가운데 아름다운 금발의 간호사 아그니에슈카 크로코비츠가 미엘레흐 경사의 애간장을 녹이고 있다.
아그니에슈카는 환자가 발생하면 발생한 가정으로 출동하는 왕진 팀의 일원으로 환자와 환자 가족의 1차 밀접 접촉자라는 위험을 부담해야 한다. 감염자 또는 증상발현자가 발생하면 즉시 공산당중앙의료위원회에 전화하고 공중전화 부스에 들어가 스스로 다른 사람들과의 접촉을 막은 상태에서 몇 십분이고 대기하다 도착한 의료차량을 타고 돌아와 검사를 받아야 한다.
에휴. 여기까지 읽고, 이 작품은 스토리가 어떻게 전개되든지, 파트리크 미엘레흐 경사와 아그니에슈카 크로코비츠 간호사 사이의 연애 사건이 불꽃 튀겠구나, 라고 생각해 나름대로 흥미진진할 수 있었다. 하지만.
1963년 8월 9일 오후 7시 50분, 격리병동 5동 2층의 창문이 박살이 나면서 간호사 이나 므위치츠카가 그대로 추락해 떨어졌다. 이어서 두 명이 더 추락했다. 이들은 불행하게도 머리가 먼저 땅에 닿는 즉시 경추가 부러졌으며 팔과 다리 뼈가 골절되었다고 한눈에 판단할 수 있을 만큼 비틀려 있었다. 깜짝 놀란 미엘레흐. 그는 격리 철조망을 사이에 두고 아직은 연인으로 가까워지지 않은 아그니에슈카와 눈을 맞추며 사랑을 키우고 있는 중이었다.
그런데, 므워치츠카 간호사가 천천히 땅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흰 간호사 제복은 온통 새빨간 피로 범벅이 된 상태였고 오른쪽 무릎 아래 종아리에는 부러진 뼈가 허옇게 드러난 상태였음에도. 척추가 더 이상 받쳐주지 못한 머리통은 이상한 각도로 매달려 있고, 양팔을 앞으로 내민 채로 아그니에슈카를 향해 빠르지 않은 몸짓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이를 보고 있던 수많은 환자들은 순식간에 패닉 상태에 빠져 사방으로 도망치기 시작했고, 므워치츠카 간호사가 아닌 누군지 알 수 없었던 세 번째 추락한 사람이 맨손으로, 아무것도 들지 않은 손으로 미엘레흐가 연정을 품고있던 아그니에슈카의 복부, 배를 찢었고, 열린 복부에서 회분홍색 내장과 역겨운 가스 냄새가 풍겨 나오기 시작했다. 이것이 도살의 시작이었다. 가시가 맨몸에 깊은 상처를 내는 것을 무릅쓰고 철조망을 넘어 도망하려는 인파와 사방에서 들리는 아비규환의 비명, 무시무시한 울부짖음이 들려오는 중에도, 이미 죽은 것이 확실한 세 구의 시신은 아그니에슈카의 계속 경련하는 신체를 미엘레흐의 시선 앞에서 찢어발기고 있었다. 그의 사랑을.
곧이어 다른 움직이는 ‘변질자’들 무리가 미엘레흐 쪽으로 이동하고 있어 허리춤에 찬 권총을 꺼내 쏘았으나 권총 정도로는 택도 없다는 것을 금방 알게 됐다. 변질자들은 가시철망이 몸에 박히는 건 아예 신경도 쓰지 않고 무심하게 넘으려 하고 있었다. 앞에 선 변질자들이 가시철망에 걸려 있으면 뒤를 따르는 다른 변질자 무리가 앞선 변질자를 밟고 넘어섰다. 아주 빠르지는 않지만 쉬지도 않고, 속도도 늦추지도 않고 계속 앞으로 움직였다.
이때 퍼뜩 드는 생각이, 격리병동이라는 것이 잠재적 천연두 바이러스 보균자들을 흩어지지 않게 해서 대중에게 위협이 되지 않겠지만 저 괴물 또는 짐승들의 타깃이 되겠구나, 하는 것이었다. 요약해 말하자면 거의 모든 피 격리자들, 단지 몇몇 명만 뺀 대부분의 피 격리자들이 이 변질자 또는 괴물, 그리고 우리가 알고 있는 말로 해서 좀비들에게 산채로 뜯어 먹히고, 좀비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또다른 좀비로 변하게 된다.
어떠셔? 읽을 만하신가?
아휴, 난 아니었다. 근데 혹시 모른다. 위에 조금 소개한 것 같은 엽기적 장면이 작품의 앞부분에 한 번, 중간에 또 한 번, 나중에 다시 한번, 이렇게 세 번 정도 나온다면 뭐 그런대로 읽을 만하겠다 싶을 수도 있다. 하지만 천만의 말씀.
이 다음 장면은 같은 날 20분 후, 인민경찰 지역본부의 최상위 바로 아래 고급 지휘관의 사무실이다. 금요일 밤을 맞아 보드카 등 가벼운 마실 거리를 즐기는 가운데 최상위 결정권자들은 총기 사용을 절대 금지한 채 브로츠와프를 떠났다. 주말 동안 어떤 사건이 발생하더라도 책임을 자기 소관으로 하지 않고 전권 위임한 지휘관 대리 우카시 브란디스 대위에게 떠넘기기 위하여. 그런데 브란디스 대위는 바보인가? 천만의 말씀이지. 그와 동류의 지휘관들 역시 소위 피박을 면하기 위하여 전력을 다한다. 그깟 민간인 목숨 몇 개가 중요한 게 아니다. 다음 서기장 자리에 자기가 올라갈 수 있느냐 없느냐가 훨씬 더 중요하다. 항해중에 배가 침몰할 것 같으면 탈출하려고 먼저 날뛰는 쥐들. 그래서 작품의 제목이 <브로츠와프의 쥐들>이 되는 것이기도 하다.
미엘레흐 경사가 전화로 이들에게 ‘변질자’ 발생을 통보했고, 또다른 경찰 병력을 갖출 수 있는 최대한의 무기를 소지한 상태로 출동시켰음에도 그들 역시 변질자, 좀비에게 전원 당하고 만다. 그리고 잔혹함의 수위가 가면 갈수록 더하다. 이젠 피해자의 배 속에서 나온 회분홍색 창자마저 살아 숨쉬는 자의 발목을 잡아채기 위하여 꿈틀거리는 장면까지 등장한다. 그렇다고 작은창자로 줄넘기를 하는 건 아니고.
몇 페이지 넘기면 또 간호학교 기숙사. 기숙사에서 잠자고 있던 간호학교장과 학생들도 남아나긴 글렀다. 이 여성들도 또 좀비들에 의하여 몸이 찢어지고, 그들에게 신체 일부가 먹히고… 그만하자, 그만해.
이게 뭐야? 이거 뭐 도무지 읽어줄 수가 있어야지. 총 767페이지 가운데 278페이지까지 억지로 읽고 때려 치웠다. 아, 시민 여러분. 여러분의 피 같은 세금이 또 이렇게 날아갔습니다. 죄송합니다. 흑흑.
좀비 이야기는 내 수준에 콜슨 화이트헤드가 쓴 <제1 구역> 정도가 딱이다. 슈미트는 너무 독하고 세다. 포르노 수준이라 해도 틀린 말은 아닐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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