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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나 번스는 1962년생 범띠 여사님으로 북아일랜드 벨파스트의 가톨릭 지역인 아도인Ardoyne에서 출생했다. 작중 주인공 어밀리아 러빗의 집도 이 동네. 허버트 스트리트 어귀에 있고, 친구는 로버타, 퍼걸, 버나뎃, 빈센트, 마리오, 서베스천, 보시 등이 있는데 북아일랜드 독립투쟁이 발생하여 친 영국 진영과 친 아일랜드 진영 사이에 무력충돌이 발생해 많은 사상자를 낸 일종의 내전 상태인 ‘트러블’이 벨파스트 아도인에서 처음 일어난 1969년의 어느 목요일에 아이들은 겨우 일곱 살 왔다갔다 했다.
1815년 북아일랜드 벨파스트의 북부지역에 다마스크 직물공장을 이전 설립하면서 공장 직공들이 살기 위해 서른 채의 집이 들어서며 만들어진 아도인 지역에는 1850년 무렵 세 개의 작지 않은 제분소가 들어서며 더욱 큰 외형의 틀을 잡기 시작했다. 주로 잉글랜드에서 이주한 개신교도와 아일랜드 토박이 가톨릭교도들이 차근차근 상호투쟁과 집단폭력의 유구한 전통을 만들고 있었다. 최초의 유의미한 상호폭력은 ‘얼스터의 문제’ 라 불리기도 하는 1920년부터 22년까지 있었던 최초의 트러블이었다. 이때부터 종교를 기반으로 한 독립 내전에 벨파스트에서만 최소 5백명이 죽었고 5만 명이 협박을 받아 북부 아일랜드를 떠나야 했다.
그러나 이 최초의 트러블은 오늘 이야기할 역사가 아니다. 번스가 직접 경험하고 기록한 것은 1969년에 새롭게 시작해 위키피디아 기록상 16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2001년까지 계속한 트러블이었다.
이 불길한 소식은 친구 보시가 듣고 왔다.
“트러블이 있을 거야. 오늘 밤에 시작한대. 데리에서는 벌써 시작했고 엄청 위험해진대.”
보시의 아빠는 폭동이 일어나 총격, 포격과 백병전까지 일어날 테니 치워 놓은 장비(총)을 꺼내야 하며 아니면 아도인을 뜨는 것이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고 전한다. 지금 아이들은 크럼린 로드, 천주교측 아이들이 사는 허버트 스트리트는 크럼린 로드 건너 개신교 지역인 샨킬의 아이들하고 매우 가깝지는 않지만 그래도 어울려 같은 길거리에서 어울려 놀았는데 앞으로 그런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을 것임을 아이들은 당연히 몰랐다.
트러블이 시작한 목요일 저녁 6시에 어밀리아의 집에서는 그 나이에 또 임신한 엄마 머라이어와 돌러스 이모, 믹 오빠와 오빠 친구 쳇 맥데이드, 그리고 리지 언니가 있었다. 해외 상선을 타는 아빠 톰 러빗은 남아메리카의 한 병원에 입원했다는 연락을 해왔다. 아버지의 취미가 전세계 모든 유명병원에 입원하는 거였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세상에서 가장 친절한 여성들인 각 나라, 각 지역의 간호사와 아름다운 추억을 쌓는 것이지만.
책을 읽기 전에 미리 알아두면 좋은 것이 있다. 벨파스트 지역 사람들은 일찌감치 트러블과 무지한 폭력을 마치 주님의 은총인 양 백 년이 넘게 호흡하며 살아왔기 때문에 성질 자체가 사납다. 그리고 종종 드럽고, 싸움에 임해서는 결코 양보가 없으며, 버릇없는 것들을 위한 훈육 목적의 사랑의 매는 권총으로 버릇없는 것의 양쪽 무릎을 쏴버려 평생 교훈을 잊지 못하게 만드는 일이었다. 당연히 주로 피해를 입는 사람은 조금 우쭐하기 시작하는 사춘기 소년들이었다. 어밀리아의 친구 보시가 트러블을 예언하고 이후 일 주일 동안 도로 이쪽 아도인 쪽에서는 열세 채, 저쪽편 샨킬 쪽에서도 아홉 채에 누가 불을 싸질러 집이 홀라당 타버리고 말았다. 이 와중에 어밀리아는 우리집에 불이 나려면 앞으로 여섯 채가 더 탄 다음이어야 하니까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가 사나운 엄마한테 귀싸대기만 한 대 얻어 터졌다.
여기까지가 스물세 개의 이야기 가운데 첫번째 것이다.
두번째로 제임스 톤의 이야기가 나온다. 나는 제임스가 그래서 혹시 남자 주인공이 아닐까 싶기도 했다. 어밀리아의 엄마 머라이어는 네 자매인데 이 중에 제일 큰언니가 아도인 구시가 반쪽자리 집에서 완두콩보다 작은 씨앗을 착상시킨 상태로 1953년에 남편과 함께 잉글랜드로 이사해버렸다. 잉글랜드에서도 세월은 흘렀고, 완두콩은 제임스라는 이름의 그리 건강하지는 않은 아들로 변신했으며, 자라는 내내 엄마와 함께 아버지가 취미삼아 자행하는 가정폭력에 대책 없이 당하고 있었다. 열두 살이 됐을 때는 아빠 새끼가 정신을 잃었는지 관자놀이부터 턱부근까지 심각한 상처를 입히고도 집중적인 구타를 자행해 9주 동안 집중치료실에 들어갔다 나온 바 있었는데, 이후 제임스는 주로 친구나 친지의 집에서 생활하다가 4년이 흘러 16세가 되자 잉글랜드 군에 입대했다. 그리하여 1969년 11월 제임스는 하필이면 벨파스트로 파견되어 폴스 로드 인근 순찰업무를 하고 있었다. 근데 팍 떠오르는 것이 있었으니, 벨파스트에 자기 친척들이 모여 살고 있다는 거. 그리하여 선물을 한 아름 챙겨 동료 군인 세 명 포함해 네 명이 외가 친척인 러빗 가족을 방문하기에 이르렀다. 집안에는 머라이어와 돌러스, 세이디 이모, 이모부 토미, 아홉살 정도의 사촌 리지, 이야기를 못들은 또다른 동생 어밀리아, 자기보다 세 살 정도 적어 보이는 믹, 믹의 친구인 잭 멕데이드, 테리, 리엄 등이 있었다. 서먹서먹하기도 하고 가끔 화기애애한 친척들을 만나고 돌아가는 길에 확실한 사춘기를 통과하고 있는 믹이 제임스를 불렀다.
제임스의 아버지 브라이디 톤이 유일하게 가지고 있는 귀물, 울프 톤의 회중시계를 줄 수 있느냐고 묻는다. 울프 톤은 옛 시절 아일랜드 독립운동의 기수였다. 제임스는 다음에 잉글랜드에 갔다 올 때 가져다 주겠다고, 보상할 필요 없다고, 그냥 주겠다고 해서 믹이 벨파스트에서는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친절로 감격하게 만들어버린다. 그리고 이날은 그걸로 끝이다.
제임스의 아버지는 위에서 보신대로 골통 가운데 상 골통이라 제임스가 벨파스트에 있는 1971년에 잉글랜드에서 살해당했다. 장례식에 참석하고 다시 귀대할 때 울프 톤의 회중시계를 가져왔고, 이번엔 아도인의 버틀러 스트리트 인근을 스무 명이 한 조가 되어 순찰을 했으며, 임무 도중에 술 취한 작은 중늙은이를 검문하다가 가볍게 때리는 걸로 시작했는데, 당연히 제임스도 가담하지 않을 수 없어서 군화발로 엎어진 중늙은이를 뒤집어 보기도 하고 뭐 그러다가, 누군가가 칼로 찔렀는지 칼과 칼집을 닦는 동료가 눈에 들어왔다. 죽어 늘어진 중늙은이를 보니 팔뚝에 유니언잭, 신과 얼스터 문신을 한 걸로 보아, 이크, 개신교도가 틀림없다. 이제 폭력을 사용하는 데 당하는 인간이 누군지 그렇게 골똘하게 생각하지 않고 그냥 저질러보는 단계에 이른 것이다. 당연히 피해자는 때려도 반격할 무기를 가지고 다니지 못하는 민간인인 경우가 더 많았고.
비번날이 오자 제임스는 사복으로 갈아 입고, 그러나 짧은 머리와 몸에 밴 행동 때문에 군인이라는 걸 줄줄 흘리며 당시 지구에서 베트남, 칠레와 콜럼비아를 제외하고 가장 험악한 동네인 아도인 지역으로, 주머니에 아버지의 침대 아래에서 찾은 울프 톤의 회중시계를 넣은 채 이모네 집으로 가서, 호출 벨을 눌렀지만 기척이 없다. 그리하여 주먹으로 현관을 쾅쾅쾅 치기 시작했더니 문이 빠끔하게 열렸을 뿐 방범고리가 걸린 눈구멍 이상은 개방하지 않았다. 머라이어 이모가 말했다.
“가라! 넌 잉글랜드 놈이잖아. 이제 오지 마!”
제임스는 별 말없이 뒤로 돌았고, 이제 귀대하려고 터덜터덜 걷기 시작했는데 한 무리가 자기 뒤를 좇는 지는 알아채지 못했다. 그러다가 좁은 골목길도 아니고 그냥 도로에서 제임스에게 울프 톤의 회중시계를 부탁한 사촌동생의 가장 친한 친구 잭 맥데이드가 제임스를 향해 막 뛰어가더니 등뒤로 훌쩍 날아 땅바닥에 쓰러뜨린 다음 양다리를 벌려 제압하고는 품 안의 칼로 제임스를 푹 찔렀고, 그걸로 제임스는 짧은 인생을 끝냈다. 이건 당시 벨파스트 사방에서 벌어지는 동기없는 범죄 가운데 하나일 뿐이었다. 누구도 증언하지 않는 범죄. 하지만 벨파스트 시민 모두가 알고 있다. 믹도 안다. 한때 절친이었던 잭이 자기 사촌을 죽이고 아일랜드 독립운동의 전설 울프 톤의 시계를 차지했다는 것을. 언젠가 기회가 오면 자신 역시 잭의 사촌을 죽이게 될 것임을.
이렇게 작품은 폭력에 관한 이야기다. 북아일랜드 안에서의 아일랜드인과 잉글랜드인. 가톨릭 교도와 신교도. IRA에 의한 민간인에 대한 폭력. 민간인이 민간인에게 가하는 폭력. 남자가 서슴지 않는 성폭력. 알코올과 약물이 인간에게 가하는 폭력. 거의 모든 폭력이 나열되어 있다. 교사가 학생에게 가하는 폭력도 포함한다.
그런데 문제는 책이 재미없다는 것. 구성도 그렇고, 간혹 재치가 반짝거리는 건 맞는데 문장 역시 특별하지 않다. 스토리는 서로 유기적으로 연합해 성공적으로 하나의 서사를 만들지 못한다. 어밀리아는 난데없이 알코올 중독으로 빠져들어가고, 아홉 살 먹은 어린 친척이 벌써 (자기가 그랬던 것처럼) 알코올에 손을 댄다는 것을 한탄하고, 우울증과 공황상태, 중증 신경쇠약으로 신경정신과 입원 등등. 그저 작가가 경험했거나 목격한 것을 스물세 가지의 이야기로 쓴 것일 뿐. 이야기에서는 뒷표지의 구병모 말대로 십자포화가 쏟아지고 충격과 비극의 여진을 수습할 틈조차 없을지언정, 하이고 아마추어 주제에 더 무슨 말을 하오리까마는, 잘 쓴 습작 수준으로 읽히는 걸 우짜냐 싶다. 이렇게 쓰고야 마는 나도 내가 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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