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냐 : 바냐 아저씨, 우린 살아야 해요. 길고도 긴 낮과 밤들을 끝까지 살아 가요. 운명이 우리에게 보내 주는 시련을 꾹 참아 나가는 거예요. 우리, 남들을 위해 쉬지 않고 일하기로 해요. 앞으로도, 늙어서도. 그러다가 우리의 마지막 순간이 오면 우리의 죽음을 겸허히 받아들여요. 그리고 무덤 너머 저 세상으로 가서 말하기로 해요. 우리의 삶이 얼마나 괴로웠는지, 우리가 얼마나 울었고 슬퍼했는지 말이에요. 그러면 하느님은 우리를 불쌍히 여겨주실 테죠. 아, 그날이 오면, 사랑하는 아저씨, 우리는 밝고 아름다운 세상을 보게 될 거예요. 기쁜 마음으로, 이 세상에서 겪었던 우리의 슬픔을 돌아보며 따스한 미소를 짓게 될 거예요. 그리고 마침내 우린 쉴 수 있을 거예요. 나는 믿어요, 간절하게 정말 간절하게. (그의 앞에 무릎을 꿇고, 머리를 그의 두 손에 얹고는 지친 목소리로) 그곳에서 우린 쉴 수 있어요.
텔레긴이 나직하게 기타를 연주한다.
소냐 : 평화롭게 쉴 수 있을 거예요. 천사들의 날갯짓 소리를 들으며, 보석처럼 반짝이는 천상의 세계를 바라보면서요. 모든 악과 고통은 온 세상을 감싸는 위대한 자비의 빛 속으로 가라앉게 될 거예요. 그날은 평화롭고 순수하고 따스할 거예요. 난 믿어요. 굳게 믿어요. (눈물을 닦는다) 불쌍한 바냐 아저씨, 울고 계시군요. (흐느낀다) 아저씨는 평생 행복이 뭔지 모르고 살아오셨죠. 하지만 기다려요, 바냐 아저씨, 기다려야 해요. 우리는 쉴 수 있을 거예요. (그를 껴안는다) 쉴 수 있어요.
야경꾼의 딱따기 소리가 들린다.
텔레긴이 나직하게 기타를 연주한다. 마리야는 소책자 여백에 무언가를 적고 있다. 마리나는 양말을 뜨고 있다.
소냐 : 쉴 수 있어요.
ㅡ막ㅡ
-안톤 파블로비치 체호프, 바냐 아저씨 4막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