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에서 삭제된 존재들에게 빛을 밝히는 일
Wanwan 2025/11/11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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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암전들
- 저스틴 토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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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0) - 2025-10-20
: 5,025
우선 책의 디자인이 미쳤다. 양장본으로 된 표지에 박힌 금빛 글씨부터 고급스럽다. 내지의 디자인이나 편집도 나무랄데 없는데 책을 읽어가며 디자인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었다.
<암전들>은 실제로 1941년 발행된 연구서 '성적 변종들: 동성애 패턴 연구'를 토대로 쓰인 소설이다. 불과 백년도 채 안된 과거에는 동성애를 질병으로 인식했고 퀴어 연구를 병리학적 자료로 폄하했다. 책 중간에 등장하는 보고서 이미지 속의 텍스트는 군데군데 삭제되어 있다. 마치 검열당한 신문 기사처럼.
소설의 화자는 '네네'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게이 청년으로, 그가 '팰리스'라는 시설에서 임종을 앞둔 '후안 게이'와 나누는 긴 대화로 구성되어 있다. 각자의 퀴어적 경험을 밝히기도 하고 후안이 겪은 옛 퀴어 세대 이야기를 증언하기도 한다.
후안이 증언하는 인물 중 '잰 게이'가 있다. 그는 실존 인물로 레즈비언인 자신의 정체성을 토대로 다양한 연구와 활동을 한 업적을 남겼다. 그 중 하나가 후안이 네네에게 건넨 '성적 변종들'인데 이는 당대의 300여 명의 동성애자들을 인터뷰한 연구 보고서다. 하지만 이 급진적인 자료는 왜곡되고 폄하되었고 후안은 이를 네네에게 증언한다.
책 속의 텍스트 뿐만 아니라 수록된 이미지와 형식 전체가 하나의 작품이다. 일관된 스토리나 익숙한 구성이 없어서 처음에는 낯설게 다가오기도 했다. 또한 퀴어와 관련된 역사, 문화적 코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서 어렵게 느낀 부분도 있었다.
그럼에도 네네와 후안의 대화가 이어지고 책의 끝을 향할수록 강렬하게 다가오는 감정들이 있었다. 결국 <암전들>은 연대와 사랑에 대한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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