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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nwan이 읽은 것들
  • 나이프를 발음하는 법
  • 수반캄 탐마봉사
  • 15,120원 (10%840)
  • 2025-02-04
  • : 2,140
'수반캄 탐마봉사'라는 작가 이름이 낯설었다. 도무지 어느 나라 사람인지 알 수 없어서 확인하니 라오스 계 캐나다 사람이다.1978년 태국 농카이에 있는 난민촌에서 태어나 한 살에 캐나다로 이주하여 토론토에서 자랐다. 저자를 설명하는 이력이 작품의 많은 것을 설명한다.

열 네편의 단편 소설이 담긴 책이다. 표제작인 '나이프를 발음하는 법'을 비롯하여 대부분의 작품이 라오스 이민자들의 삶을 그렸다. 언어, 문화적으로 너무도 다른 낯선 곳에서 밑바닥부터 시작하는 부모를 보는 자식의 시선, 그리고 이민 1.5세대로서의 좌절과 희망에 관한 이야기다.

나이프(knife)라는 단어의 첫 글자 k는 왜 발음하면 안되는지 부모는 알려주지 못했다.(나이프를 발음하는 법) 또 해골 코스튬을 입고 부자 동네 집들의 문을 두드리며 '트릭 오어 트릿'대신 아빠가 알려준 '치-카-치'라고 소리치면 사탕을 얻는다.(치-카-치!) 이민 생활에 적응하지 못한 엄마는 결국 다시 라오스로 떠난다.(세상의 가장자리)

부모와 자식의 관계가 아닌 다른 라오스 이민자들의 이야기까지 다양하다. 하지만 공통적으로 이들은 결코 주류 캐나다인으로 살 수 없다.

네일샵 직원인 전직 복서는 단골 손님을 짝사랑하지만 그녀는 다가갈 수 없는 대상이다.(매니 페디) 캐나다 이민 후 스쿨버스 기사로 사는 남편은 아내가 알바하는 카페 사장과 바람을 피워도 뭐라고 하지 못한다.(스쿨버스 기사)

그밖에도 70대 할머니가 옆집 30대 남자와 사랑에 빠진 '슬링샷'(2019년 오헨리상 수상작)도 여운이 대단했다.

단편소설만이 줄 수 있는 강렬함과 페이소스가 돋보이는 작품들이다. 서늘한 이야기, 웃픈 이야기들이 섞어있어 읽는 재미가 있었다.

읽다보니 초기 이민을 떠난 한국인들의 이야기도 생각났다. 하지만 동시에 지금 현재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수많은 외국인 노동자들도 떠올랐다. 캐나다 사람들이 라오스 이민자를 대하듯이 우리도 그들을 대하고 있지는 않을까. 언젠가 한국어에 능통한 외국 이민자 작가가 등장해서 탐마봉사처럼 한국 사회를 꼬집는 문학작품을 내놓는 날이 올 것 같다.

책 표지가 예뻐서 독서가 더 즐거웠다. 원서보다 훨씬 디자인이 좋더라.(디자인 표지 최윤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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