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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nwan이 읽은 것들
  • 버넘 숲
  • 엘리너 캐턴
  • 17,820원 (10%990)
  • 2025-03-05
  • : 1,675

무척 쪼이면서 쎄한 느낌의 소설이다. 억만장자, 환경운동가, 아마추어 저널리스트, 작위를 받은 사업가 등 다양한 군상들이 제각각의 욕망으로 파멸해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등장인물들은 소설 속에서 태연하게 각자의 역할을 하고 있지만 사실 그들은 겉과 다른 욕망과 생각을 갖고 있다. 그런데 이 괴리를 책을 읽는 독자만이 알아차리고 있기 때문에 점점 긴장감이 고조된다.


제목 '버넘 숲'이란 셰익스피어의 <맥베스>에 등장하는 것으로 예언과 운명의 필연성을 의미한다고 한다. 뉴질랜드가 배경인 이 소설에서는 주인공 '미라'가 설립한 환경 단체의 이름이다.


버려진 땅에 불법으로 작물을 가꾸는 환경 단체인 버넘 숲의 설립자 미라. 그녀는 새 부지로 봐둔 '손다이크'를 몰래 정찰하던 중 미국인 억만장자 '로버트 르모인'을 만난다. 르모인은 미라에게 버넘 숲에 거액의 지원금을 주겠다고 제안하고 미라는 그 제안을 받는다.


억만장자와 게릴라 환경단체. 전혀 어울리지 않는 상대가 엮이면서 결국에는 음모와 비극이 시작된다.


르모인은 현시점에서 가장 빌런일 수 있는 캐릭터가 아닐까. 돈과 첨단 기술을 무기로 온갖 불법을 버젓이 행하는 정말 악질적인 인물이다. 일론 머스크가 연상되기도 했는데 문제는 현실에서 이런 인물을 악으로 단죄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이런 씁쓸한 현실을 소설을 읽는 내내 느끼게 했다.


미라, 셸리, 토니 등 버넘 숲과 관련된 인물들도 비슷하다. 겉으로는 환경주의자일지라도 갖고 있는 욕망은 누구보다 속물적이다. 실질적인 변화와 개선을 이뤄내지 못하거나 결국 자본주의 안에서 약자일 뿐인 이들의 현실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무엇보다 인물들의 내적 심리 묘사가 치밀해서 초반에는 문장을 읽는 것이 다소 버거웠다. 하지만 2부 마지막부터 엄청난 몰입감이 생기더니 3부는 숨막힐 정도였다. 오바마 대통령과 스티븐 킹이 추천했다는데 그만큼 현시점의 사회적 이슈를 잘 파악한 점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저자 엘리너 캐턴은 뉴질랜드 출신의 최연소 부커상 수상자다. 소설 속 묘사된 뉴질랜드의 환경과 국제 관계, 계급 문제 등에 대한 부분도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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