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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nwan이 읽은 것들
  • 산기슭에서, 나 홀로
  • 우에노 지즈코
  • 16,200원 (10%900)
  • 2025-02-20
  • : 505
자연에서 찾은 편안한 노년 생활.

우에노 지즈코는 일본의 대표적인 여성학, 젠더 사회학자다. 처음 그를 알게 된 것은 EBS 다큐멘터리를 통해서다. 노년 돌봄과 집에서 죽을 권리 등을 다룬 다큐였는데 머리를 빨갛게 염색한 여성 학자의 모습이 기억에 남았다.

그러다 그의 <돌봄의 사회학>을 읽었다. 비혼 노인의 돌봄, 노인을 위한 실질적인 주거 환경을 연구한 책이었다. 우리보다 훨씬 일찍 고령화 사회를 맞이한 일본의 사례들이 남일 같지 않았다.

이 책은 우에노 지즈코의 첫 개인적인 에세이다. 사회학자로서가 아니라 한 사람의 노인으로 살아가는 우에노 교수의 일상을 알 수 있었다.

제목에서 드러나듯이 저자는 산기슭에 집을 짓고 코로나를 계기로 장기간 시골 생활을 시작한다. 지역은 '야마나시현 야쓰가타케'. 저자는 이미 그곳에 별장을 지은 친구의 소개로 알게 되었다. 야마나시를 가본 적은 없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친밀감을 느낀다. 오래 전, 일본에서 잠깐 어학연수를 갈 일이 있었을 때, 두 군데의 선택지가 있었다. 야마나시와 도쿄. 한창 놀기 바쁠 때라 당연히 도쿄를 선택했는데, 이렇게 좋은 줄 알았더라면 야마나시로 갈 걸 그랬다.

시골에 집을 짓는 과정, 상수도와 정화조 등을 설치하고 생각보다 벌레가 많은 것에 곤혹을 치르기도 한다. 하지만 제철 과일을 실컷 먹고 겨울이면 자연설에서 스키를 탄다. 자연이 주는 호사를 누리는 저자의 삶이 부럽기만 했다. 나도 언젠가 한적한 시골에서 나만의 공간을 가지면 좋겠다.

무엇보다 싱글인 저자가 커뮤니티를 잘 활용하는 모습이 좋아 보였다. 각자의 특기를 살려 서로 돕고 음식을 대접하는 이웃과 친구가 전원 생활에서 빠질 수 없겠구나 싶었다. 하지만 글 말미에 '그 중 몇 명은 고인이 됐다.'라는 문장이 나온다. 노년의 인간 관계에서는 이런 문제가 있구나 싶어 착찹했다.

이웃인 이로카와 노인과의 일화도 기억에 남는다. 저자보다 스물세 살이나 위인 90대 싱글 노인을 돕던 저자. 자신의 마지막에도 누군가가 곁에 있어주면 좋겠다고 무심코 말하니 '괜찮아. 자네는 괜찮을 거야'라고 위로 받는다. 싱글 노인들이 서로 마음을 나누며 돕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언젠가는 혼자일 노년이 쓸쓸하지만은 않을 수 있다는 위로를 느꼈다. 그러려면 물론 저자처럼 열정적으로 살아야겠지만.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에세이다. 아마도 신문, 잡지 등에 연재된 글들을 모은 듯 하다. 수록된 삽화도 글과 잘 어우러져 상상을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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