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이 아닌 곳이라도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
Wanwan 2025/02/28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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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리에이션 루트
- 마쓰나가 K 산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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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0) - 2025-02-24
: 2,610
훈훈한 소설이다. 171회 아쿠타가와상 수상작인 <베리에이션 루트>는 중의적으로 표현된 제목이다.
'베리에이션 루트'란, 등산 용어로 일반적인 등산로가 아닌 어렵거나 기술을 필요로 하는 길을 의미한다. 소설에서는 주인공 '하타'의 회사 생활과 등산에서의 길, 두 가지를 모두 말하고 있다.
아내와 어린 딸을 둔 가장인 '하타'는 건물 외장 보수 전문회사로 이직한지 3년째다. 그는 전 직장에서 해고당한 경험이 있고 그 원인으로 자신이 동료나 상사들과 개인적으로 어울리지 않았기 때문으로 믿고 있다. 그래서 이번 직장에서 만큼은 적극적으로 사내 활동에 참여하려는데 그래서 등산 모임에 나가게 된 것이다.
등산모임에서 하타는 '베리에이션 루트'로만 다니는 '메가'라는 등산 고수를 알게 된다. 메가는 등산처럼 회사에서도 외골수처럼 혼자 묵묵히 일하는 인물이다.
하지만 회사는 경영난을 맞게 되고 하타는 또다시 해고되지 않을까 신경이 쓰인다. 부화뇌동하지 않고 '베리 산행'만 하는 메가를 보며 걱정과 부러움, 호기심을 느끼게 된다.
저자인 마쓰나가 K 산조는 실제 회사에 다니며 글을 쓰고 등산을 취미로 하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묘사가 세부적이었다. 등산에 대한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몇 년전 북한산을 서너번 올라가 본 적이 전부인 초보 입장에서도 충분히 공감할 만한 내용이 있었다.
특히 메가가 산 위에서 홀로 원두를 갈고 커피를 내려 마시는 부분이 압권이다. 그걸 해보고 싶어서 등산가고 싶어질 정도다.
- 이게 최고라니까. 아무도 오지 않는 이런 곳에서 커피를 마시며 자연을 독점하는 거지. 이런 사치가 또 있겠어?(143 페이지)
결국 하타는 메가와의 '베리 산행'을 통해 용기를 얻게 된다는 이야기다. 한 편의 휴먼 드라마나 영화 같기도 했다. 작가가 지향한다는 '오모로이 순문(재밌는 순문학)'이란 이런 것이구나 느낄 수 있었다. 초판본에만 있다는 저자의 싸인과 만화도 재미있다.(한글까지 직접 썼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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