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처음에 두께에 쫄았는데 정말 흥미로운 책이었다. 내용 뿐만 아니라, 디자인과 구성이 독특하고 전달력이 좋아서 재미있게 읽었다. 마치 잘 짜여진 멋진 디자인의 PPT 프로젝트 같았다.
토마스 헤더윅은 요즘 세계적으로 가장 주목받는 영국의 디자이너다. 주로 건물을 디자인하지만 그는 스스로를 건축가로 칭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건물 뿐만 아니라 가구 등 다양한 것을 디자인하기도 하지만 공학이나 기술로서의 건축이 아닌 예술과 생활로서의 건축을 지향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20세기 들어서 직선 건물들이 도시를 점유한 상황을 개탄한다. 이는 모더니즘을 표방한 건축가 르 코르뷔지에의 영향 때문으로 전세계적으로 비슷한 네모 건물들을 만들어냈다. 사방에 아파트 건물이 빼곡한 우리 나라도 예외일 수 없다.
이런 '비인간적인' 건물들이 인간에게 해롭다. 환경적으로, 정서적으로, 미적으로 전혀 올바르지 않은 건축이다.
그는 '인간화된 건축'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효율과 경제성이라는 관점에서 벗어나 감정을 담은 디자인의 건물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인간화 원칙은 단 세 가지다. 첫째, 도시 간격이 40m 이상일 것. 둘째, 거리는 20m 가량일 것. 셋째, 문가는 2m 내외일 것. 간단한 듯하지만 생각해 보면 이를 적용시키는 것이 쉽지는 않겠다.
책을 읽으며 헤더윅이 디자인한 건물들을 찾아보았다. 여지껏 상상해보지 못한 독톡하고 멋있는 건물들이다. 어떻게 이런 창조성이 나왔을지 궁금했는데, 우선은 그의 조부모, 부모 모두가 예술가였다. 부유한 배경에 예술적 취향과 환경 속에서 자라온 그가 부럽기도 했다.
서울시가 이런 천재에게 프로젝트를 의뢰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노들섬에 헤드윅의 작품이 생길 예정이라니 기대해본다.
배우 이정재와 헤더윅이 친분이 있는지, 책의 추천사도 쓰고 홍보도 했더라. 또 내지가 거의 대부분 그래픽으로 디자인되어 있어서 놀랐다. 그냥 텍스트만 있는 페이지는 거의 없을 정도다. 편집자나 디자이너가 매우 고생했을 것 같다.
세계적으로 가장 핫한 건축 디자이너가 궁금하다면, 혹은 미래의 건축이 어떤 방향으로 가야하는지 알고 싶다면 추천하고 싶다. 재미있게 읽었다.
* 도서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