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 형식의 소설이 주는 묘미.
미시마 유키오라면 <금각사> 밖에 읽은 것이 없다. 하지만 다자이 오사무와 함께 자살로 삶을 끝낸 일본 문학계의 대표적인 괴인으로 기억해서 좀 더 알아보고 싶은 생각은 있었다. <미시마 유키오의 편지교실>은 그러던 중 읽게 된 작품이다.
이 소설은 편지글 형식으로 되어 있다. 다섯 명의 남녀가 각자에게 나누는 편지가 주제별로 나뉘어 있으면서 전체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미국 소설 <키다리 아저씨> 처럼 편지를 연속해서 읽으며 그 사이사이 벌어진 일들을 유추하거나 짜맞추는 재미가 있다. 물론 이 작품은 <키다리 아저씨>와 분위기는 전혀 다르지만.
40대 미망인 마마코, 유부남 도비오. 20대 OL( '오피스 레이디'. 여성 사무직 종사자를 의미하는 일본식 영어인데 그 어원이 무엇인지 이 책을 읽고 알았다.) 미쓰코와 연극 연출가 지망생 다케루. 그리고 미쓰코의 사촌이자 은둔형 인간인 20대 남성 도라이치가 등장한다.
이들은 서로를 알고 있는 사이면서 욕망하고 시기하며 질투한다. 심지어 이간질하고 배신하는 모습도 보인다. 위선적인 인물들이 각자의 욕망을 충돌시키는 모습들이 가관이다. 이 충돌이 결국 어디까지 뻗어가는지 확인하는 재미도 있다.
이 모든 과정이 편지글을 통해 전달된다는 사실이 이 소설의 묘미다. 미시마 유키오는 철저히 각 인물이 되어 편지를 썼음이 분명하다. 각기 다른 문체가 주는 느낌을 비교해보는 것도 흥미로웠다.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든 캐릭터는 편지를 쓰는 다섯 명이 아닌 야마 도비오의 아내였다. (바람 피우는 남편 몰래 비자금과 부동산을 마련한 그 성실함에 경의를.)
이 작품은 1960년대 일본의 대표적인 여성지인 '여성자신'에 연재되었다. 작가의 성향과 당시의 분위기 때문에 요즘의 관점으로 보면 성차별적이거나 시대착오적인 표현은 불편했다. 그래도 구성이 좋고 가독성이 놓은 소설이다. 재미있게 읽었다.
번역자인 최혜수 님의 후기가 책에 수록되어 있지 않고 QR코드로 게재되어 있는 것이 특이했다. 인터넷이 연결되어 있지 않은 장소에서 이 책을 읽었더라면 '옮긴이의 말'을 확인할 수 없는 것 아닌가?
얽히고 섥히는 욕망의 편지들을 읽을 수 있는 소설이다. 요새 좀처럼 편지글을 접하기 힘드니 오히려 새로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