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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nwan이 읽은 것들
  • 노인력
  • 아카세가와 겐페이
  • 19,800원 (10%1,100)
  • 2024-12-12
  • : 1,420



'노인력老人力'이라니. '노망도 능력이다'는 초긍정의 메시지에 끌린 책이다.

저자 아카세가와 겐페이(1937-2014)는 일본의 현대 미술가이자 소설가다. 미술을 전공하고 미술가로 활동하다 가명으로 쓴 단편소설이 1981년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했다. 대단한 이력이다.

첫장부터 빵 터졌는데 나이 들면서 생기는 건망증에 대한 내용이다. 괴롭게도 나이가 들면서 고유명사를 잘 잊어버린다. 특히 최근에 알게 된 고유명사 일수록 기억나지 않는다. 만약 대화하는 상대도 나이가 들었다면 다음과 같은 상황이 생긴다.

- "아, 그 있잖아, 그, 거기에 나왔던..."
"알아요, 알아. 그 사람이잖아. 어, 그러니까, 그..."
서로 잊어버린 상태다. 하지만 제대로 '그'가 누구인지 서로 안다. 아는데 이름이 나오지 않는다. (10 페이지)

너무나 공감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저자는 이런 상황을 두고 '노인력이 생겼다.'고 한다. 힘을 빼고 세상을 단순하게 여기며 얻은 능력이라고 하니 큰 위로가 된다.

이처럼 <노인력>은 나이 들면서 생각하고 느끼는 갖가지 상황에 대한 찰진 에피소드가 담겨있다. 웃기면서도 짠하다. 웬만한 글발이 아니고서야 이렇게 위트있으면서 페이소스 짙은 글을 쓸 수 없겠다고 생각했다.

저자는 동료들과 함께 '노상관찰학회'라는 모임을 만들었다. 글자그대로 길 위를 관찰하며 놓치기 쉬운 것들을 관찰하는 모임인 듯 하다. 또 수동 카메라, 그 중에서도 라이카 카메라를 애용하는 저자가 길 위를 관찰하며 찍은 사진이 중간 중간 수록되어 있다. 사진과 함께 얹힌 글이 주는 재미도 있다.

나이듦을 탓하지 않고 활발하게 활동하고 받아들이는 모습이 좋았다. 또 한 가지 에피소드가 기억에 남는데, 도쿄돔에서 하는 야구경기 티켓에 관한 내용이다. 꼭 한번 앉아보고 싶던 포수 뒷자리의 티켓을 얻은 저자는 엄청나게 기대한다. 하지만 그 티켓을 어디에 두었는지 도무지 기억하지 못하고 끝내 관람하지 못한다. 그래도 좌절하지 않고 다른 깨달음을 얻는 것도 '노인력' 덕분이다.

1990년대에 쓰여진 글인데다 당시 일본 사회와 문화에 대한 이해가 없다면 다소 낯설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다. 그리고 일부 단어들이 일본식 한자를 그대로 번역해서어색했다. (이를테면 '빈핍성' 같은 단어)

무엇보다 책의 디자인이 멋지다. 박으로 새겨진 '노인력'이라는 글자가 희미하지만 분명하게 나타나 있어 책이 담은 내용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나이듦에 대한 호쾌한 에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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