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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거나 말거나 서재
"왜 헤어졌죠?" 그녀가 건조한 목소리로 물어왔다. 그래서일까. 그런 식의 질문이 그다지 귀에 거슬리지는 않았다. "말하기 싫으면 그만두구요." "이렇게 말하기로 하죠. 가령 그녀와 나는 트렁크에 짐을 가득 싣고 먼 여행을 떠났습니다. 그리고 여러 마을과 여러 나라를 지났죠. 그런데 어느 날 연료 계기판의 눈금을 보니 마침내 제로를 가리키고 있더군요. 그 어디에도 주유소 따위는 눈에 띄지 않았고 메마른 선인장만 모래번판에 가득 늘어서 있었죠. 그때 왠지 모르게 모든 것이 붕괴됐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더 이상은 어디로도 함께 갈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겁니다. 그녀도 그렇게 느꼈는지 말없이 차에서 내리더니 신발을 벗어든 다음 나를 뒤에 남겨두고 혼자 걷기 시작했습니다. 뒤를 돌아보지 않고 석양이 지는 곳으로 계속 걸어가더군요. 이윽고 해가 지자 그녀의 모습은 더 이상 보이지 않았고 그제야 나는 그녀가 나를 떠났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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