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전체보기

알라딘

서재
장바구니
믿거나 말거나 서재
첫눈.
흰 바람벽  2004/11/26 15:21

첫눈을 보고도 아무렇지 않은것이.


지금 생각해보니 초등학교 6학년 겨울방학을 시작하는 종업식 이후다.



얇은옷을 입고 갔었는데 추운줄도 몰랐다.



엄마가 보면 좋아할 우수상장과 얇은 방학과제를 들고.



손이 벌개져서 종종걸음으로 어지럽게 휘날리는 눈을 맞으며 걸었다.



그때  기분은 아직도 생생하다.



이제 방학이 시작되니 실컷 늦잠을 자고 학교를 안가도 된다는 마음에서인지.



엄마가 보면 좋아라 할 상장을 타서였는지.



오늘 뜨끈한 호박죽을 끓일거라는 말을 들어서인지.


빨리 따끈한 아랫목에 손발을 녹일 생각이었는지.



그때는 아무걱정이 없어서였는지. (또는 아무것도 몰랐거나)



정신없이 흩날리는 눈을 봐서인지.



기분이 너무 좋았다.



흩날리는 눈처럼 붕~붕~ 허공을 몇바퀴씩 재주를 넘는거 같았다.



그 이후로 끝이다.



더이상 그런 설레임을 가져본게.



나는 너무 일찍 성숙해 버렸을까.



한가지 안타까운것은. 그런 설레임으로 첫눈을 맞으며 집에 도착한 순간,


이유는 정확하게 생각나지 않지만.


설레임은  학교에서 집까지 가는 시간뿐이라는 것을 알았다.



집에 발을 들여 놓는순간. 마치 꿈에서 깬듯.



엄마는 호박죽을 끓여 놓지 않았고.



상장을 반겨 주지도 않았으며



방은 싸늘했다.



늘 그런것인가?




 




 




 


  • 댓글쓰기
  • 좋아요
  • 공유하기
  • 찜하기
로그인 l PC버전 l 전체 메뉴 l 나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