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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물방울 1~10권 발매, 연재중 vs 소믈리에르 1~3권 발매 연재중 

와인을 소재로 한 만화가 또 나왔다. 와인에 대한 붐이 한창이니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그 중 <신의 물방울>은 가히 와인붐을 주도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바로 그 <신의 물방울>과 <소믈리에르>를 비교해보려고 한다. 

우선 두 만화는 이야기의 뼈대부터 다르다. <신의 물방울>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와인 평론가의 아들이지만 정작 와인을 한 번도 마셔본 적이 없던 아들(칸자키 스즈쿠)이 아버지의 유언으로 또다른 와인 평론가(토마네 잇세-배용준이 모델이라는)와 12병의 와인을 찾아내는 대결 구도이다. 유언에 담긴 와인에 대한 은유적인 표현만으로 찾아내야하기 때문에 매병을 찾는 과정이 길게 나와 있다. 또한 더 많은 와인을 맞추는 사람이 (아버지의) 집과 와인 셀러를 차지할 수 있다는 갈등 구조가 이야기 전개의 긴장감을 부여한다. 

그에 비해 <소믈리에르>는 부모 잃은 이츠키 카나가 '존 스미스'라는 사람의 원조로 대학을 졸업하고 자신이 살던 포도원이 있는 시설로 돌아와 아이들과 함께 와인을 만들고자 하나 존 스미스의 요청에 따라 도쿄의 한 레스토랑에서 일하게 된다. 옴니버스식 구성을 취하며 매회마다 여러 사연을 가진 새로운 사람들이 등장한다.

그래서 <신의 물방울>은 둘 사이의 대결이 중요하다. 따라서 이미 정해진 중심인물들이 어떻게 와인을 찾아가느냐의 내용이 주축을 이룬다. 그러나 <소믈리에르>는 카나가 근무하는 레스토랑 사람들의 비중이 그리 크지 않다. 매회마다 등장하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흐름을 따라가면 된다. 

또한 제목에서 드러나 있듯 <신의 물방울>은 와인이, <소믈리에르>는 인물이 중심이다. <신의 물방울>은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와인에 대한 고도의(?) 은유적인 표현들이 여러 번 나온다. 마트에 와인을 사러 가면 친절하게 설명되어 붙어있는 무슨 향이 어쩌고 무슨 맛이 어쩌고 하는 수준을 넘어 아름다운 여인의 뒷모습이 어떻고, 고향집의 향수가 어떻고 하는 공감이 안 되는 말들이다. 그에 비해 <소믈리에르>는 매회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사연과 비슷한 와인을 주인공이 설명한다. 그럼으로써 인물 간의 갈등을 해결한다거나 위기를 모면케 해준다. 정작 와인에 대한 평가는 간단하다. "맛있다". 

마지막으로, 와인을 대하는 마인드가 다르다. <신의 물방울>은 최고의 와인을 찾아가는 과정이기에 와인은 찬사를 받아야 할 훌륭한 작품이며 그야말로 '신의 물방울'이다. <소믈리에르>의 와인은 와인만큼 와인을 함께 마시는 사람이 중요하다. 그래서 와인 자체보다는 와인이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도구의 역할을 함을 더 강조한다. 그래서 <신의 물방울>이 여러 차례 디컨팅 과정을 보여주며 와인의 멋스러움을 연출하는데 비해 <소믈리에르>는 와인을 열어두고 그냥 일정 시간을 기다린다. 그 과정에서 인물들의 긴장이 완화되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신의 물방울>은 한국에 번역되면서 와인을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를 달라지게 했다. 와인은 그야말로 '신의 물방울'이기 때문에 와인이 아닌 다른 술은 좀 시시해졌다. 마침 와인 마시기 붐이 번지면서 <신의 물방울>은 일종의 경전(?)이 되었고 그 안에 소개된 와인들은 불티나게 팔리며 와인바에 가서 <신의 물방울>에서처럼 디컨팅을 해 달라는 요구도 많아졌다고 한다. 사실 디컨팅이 필요없는 와인들도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작년 11월에서야 출간된 <소믈리에르>가 어떤 역할을 하게 될지 아직은 모르지만 개인적으로는 <신의 물방울>보다 <소믈리에르>가 훨씬 나은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신의 물방울>이 와인을 '술의 신'에 등극시켰다면 <소믈리에르>는 그저 누군가와 공감하기 위해 마시는 수단으로 재평가했기 때문이다. 

나 역시 와인을 잘 모르면서 와인을 좋아하는 겉멋 든 인간에 불과하지만 역시 술은 그냥 술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분명 여타의 술과는 다른 와인만의 매력은 있다. 같은 품종이라도 지역과 풍토에 따라 다른 와인이 만들어지며, 어떻게 블렌딩하느냐에 따라, 어느 온도에 마시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각각의 개성이 있는 술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와인은 정복할 것이 너무나도 많아 배워도 배워도 끝이 없을 것 같은 무궁무진한 세계가 된다. 

그러나 역시 술은 그냥 술이다. 함께 하는 사람들과의 끈끈함이 있다면 그저 좋은 술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 아무리 자본주의 사회라 해도 술을 '신'의 경지에까지 등극시키며 고가의 와인만이 '진정한 와인'이라는 평가를 받는 건 아무래도 억울하다. 나 같은 소시민이 마실 수 있는 저가의 와인에서도 와인의 매력은 충분히 빛을 발하며 그건 역시 술만이 줄 수 있는 관계 속의 어울림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걸 알려주는 <소믈리에르>가 훨씬 나중에 출간되었지만 <신의 물방울>만큼 사랑받는 만화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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