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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타는 골방















"네이션=스테이트(국민국가)의 기원은 거기[절대주의 왕권]에 있다. 왜냐하면 네이션(국민)은 그때까지 봉건적 신분제하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한 사람의 절대적인 왕을 따름으로써 평등하게 되었을 때 형성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네이션은 ethnic(민족)으로 환원되지 않으며, 언어나 종교의 공동성으로도 환원되지 않는다. 같은 에스닉이 다른 네이션에 속하고, 같은 언어나 종교를 가진 자가 다른 네이션에 속하는 일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부족이나 공동체나 언어의 차이를 넘어선 이런 균질성은 절대주의적 국가하에서 성립한다. 그러나 사람들이 신하 또는 '국가의 백성'인 동안은 네이션이 성립하지 않는다. 네이션=스테이트가 확립되는 것은 이런 절대적 왕권이 폐지되고, 그때까지 왕의 신하(subject)였던 사람들이 주체(subject)가 될 때이다. 즉 그 기원이 잊히고 마치 국민이 그 이전부터 존재했던 것처럼 표상될 때, 네이션이 확립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상과 같은 것은 견해는 네이션이 경제적인 구조에 의해 규정된 상부구조라는 견해를 근본적으로 넘어선 것이 아니다. (...)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네이션을 근대의 자본과 국가에 의해 만들어진 상상물로 보는 것이 아니라, 그것들이 존립하기 위해서는 불가결한 구조의 일환으로 보는 것이다. 네이션은 그저 상상(fancy)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국가와 시장사회를 매개하고 종합하는 상상력(imagination)인 것이다. (...) 네이션은 상품교환 경제에 의해 해체된 공동체의 '상상적' 회복이다. 그렇기 때문에 네이션은 근본적으로 국가나 자본주의적 시장경제와 대립하는 요소를 가지는 것이다." 


"프랑스혁명에서 주창된 자유, 평등, 우애라는 슬로건은 어떤 의미에서 세 가지 양식의 교환을 상징하고 있다. 즉 자유는 시장경제, 평등은 국가에 의한 재분배, 우애는 어소시에이션이다. 그런데 상퀼로트가 주창한 '우애'는 곧바로 '네이션'에 흡수되어 갔다. 다른 관점에서 말하자면, 혁명 초기 '시민'이었던 사람들은 이윽고 '프랑스 인'(민족)이 되었다. 혁명 당시의 조사에 따르면, 프랑스 어를 말하는 시민은 대략 40% 밖에 없었다고 한다. 그 후 국가에 의해 '국민교육'이 행해진 것이다. 프랑스 혁명에서 좌절한 어소시에이션이즘은 그 후 명확히 사회주의로서 나타났다. 이 경우 흥미로운 것은 초기사회주의가, 프루동도 예외는 아닌데, 대체로 원시기독교를 사회주의운동으로 간주하고 또 자신들의 운동을 그 재현으로 보고 있었다는 점이다. 그것은 자의적인 공상이 아니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유추(analogy)는 1848년의 혁명 이후 폐기되었다. 그것은 소위 '과학적 사회주의'가 생겨났기 때문이 아니다. 1848년의 혁명이 패배하고 이후 X 요소가 네이션=스테이트에 흡수되었기 때문이다."
"어느 국가의 경제도 자율적일 수 없다. 그것들은 아무리 저항해도 세계적 분업체제에 흡수될 수 밖에 없다. '국민경제'라기보다 국민국가 그 자체가 세계시장 안에서 형성된다. (...) 그런 의미에서 마르크스의 고찰은 영국의 자유주의적 '제국' 하에서 이루어졌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므로 그는 그런 진전 속에서 네이션이나 국가가 용해되고 글로벌하게 자본가와 프롤레타리아라는 양대 계급으로 분해되며, 그리고 후자가 승리를 할 것이라는 전망을 가졌던 것이다. 그러나 실제는 그 반대였다. 예를 들어, 마르크스 만년에 영국의 노동자계급은 오히려 풍요롭게 되었고 계급투쟁에서 온건한 사회민주주의로 나아갔다. 그러나 세계자본주의의 관점에서 보면, 영국의 노동자계급이 풍요로워진 것은 자본이 아일랜드나 인도와 같은 식민지인들에게서 얻은 잉여가치의 배분을 받았기 떄문이다. 그것은 국내에서의 계급대립을 완화시켰다. 그러나 당연히 궁핍하게 된 식민지인들이 영국에 저항하기 시작했다. 국내의 계급투쟁은 경멸되었지만, 그것은 대외적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그것은 계급투쟁이라기보다도 오히려 내셔널리즘이라는 형태를 취하고 등장했던 것이다. (...) 네그리와 하트는 '제국'(세계자본주의)하에서 네이션=스테이트는 소멸하고 글로벌하게 '다중(multitude)'이 제국에 대항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 거기에는 네이션과 국가에 대한 고찰이 결여되어 있다. 세계자본주의하에서 네이션=스테이트가 희미해지고 있다는 것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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