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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휴가를 제대로 쓰지 못한 신랑은 지난 주 목금 이틀 휴가를 내었다. 단풍놀이를 갈까 했지만 아직 이르고, 눈요기보다야 실제로 맛난 걸 먹는 게 더 즐거우므로 꽃게와 대하를 따라 서해안으로 내려가기로 했다. 요즘 안면도에서는 대하축제가 한창일테지만 사람 많은 건 또 싫어서 고른 게 보령. 보령에는 물길이 열리는 무창포해수욕장과 머드축제로 유명한 대천해수욕장, 그리고 대천항이 있다.

금요일. 서해고속도로로 내려가다 대천 IC로 빠져 먼저 향한 곳은 개화예술공원. 어느 신문 여행 칼럼에서 이곳을 봐 두었다. 호수와 조각 공원과 미술관과 허브농장까지 갖춘 곳이라 했다. 일본 하코네조각공원 정도는 아니더라도 제법 규모가 큰 줄 알았는데, 막상 도착한 곳은 그렇게 넓지는 않았다. 약간 스산한 느낌이 들었는데, 오전에 비가 오고 바람이 많이 불어 사람이 별로 없는 탓도 있을 것이다.




미술관에서는 목판화와 그릇, 점토 공예 작품 등이 전시되고 있었는데, 이는 보령지역의 사회복지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복지 대상자인 60세 이상의 어르신들과 초등생들이 3개월 동안 익혀서 만든 것들이라고 한다. 어차피 유명 화가들의 작품을 전시하기 힘든 지역 미술관으로서는 괜찮은 기획인 듯 싶다.

야외에는 꽤 많은 조각품들이 전시되어 있지만, 좁은 공간 탓인지 아무렇게나 놓여 있다는 느낌을 준다. 또 돌에 시와 소설의 일부 구절을 옮겨 적은 것들이 엄청 많았다. 그것들은 아마추어의 작품인 듯 하다.



허브 농장 역시 그닥 큰 규모는 아니다. 커다란 비닐하우스를 한바퀴 돌게 되어 있다. 이곳에서 허브차 한 잔 마실 생각이었는데, 식당만 있고 허브차를 파는 카페같은 것은 없다.



허브 농장 뒤쪽으로 돌아나가면 무슨 동굴로 갈 수 있는 산책로가 있다. 산책로 입구에 뱀을 조심하라는 표지판이 있다. 설마 했지만 잠시 후 진짜 뱀을 보았다. 손가락 굵기 정도로 붉은색과 검정색 줄무늬가 선명한 뱀이었는데, 카메라를 꺼내는 사이 나뭇잎 속으로 사라져버렸다. 서울에서 자란 신랑은 야생 뱀을 보는 게 처음이라고.



이곳을 나와 바로 대천항으로 향했다. 이번 여행의 목적은 꽃게와 대하란 말이지. 대천항 입구에서 유람선을 잠깐 구경만 하고 회센터에서 꽃게와 대하를 샀다. 1층에서 고르면 2층 식당에서 요리를 해 준다. 꽃게 1kg에 12,000원, 오도리는 25,000원. 꽃게와 오도리를 섞어서 2kg 조금 넘게 샀는데, 아주 푸짐하게 먹었다. 게도 오도리도 살이 통통하게 올라 있어 탱탱하게 씹힌다.



푸지게 먹고 나서 근처의 대천해수욕장엘 갔다. 해가 막 지기 시작했다. 젊은 연인들은 지는 해를 배경으로 영화를 찍더라. ^^





이곳의 머드체험관은 목욕탕이다. 따로 머드 마사지를 받을 수도 있지만, 머드탕과 머드가 있어서 셀프 마사지를 해도 된다. 입장료 5,000원을 내고 들어갔는데, 평일 저녁이서어인지 손님이 아무도 없더라. 혼자 신나게 놀았다. 머드 마사지까지 하고 나오니까 피로도 싹 풀린다.

내년 봄, 알 꽉 찬 암게가 올라올 때 다시 가기로 했다.

 

어제 오후에는 집 근처의 하늘공원에 다녀왔다. 어제까지 억새축제가 열리는 기간이다. 맨날 평화의 공원에서만 놀고 하늘공원까지 올라가보지 않았서 이번이 처음이다. 억새밭은 생각보다 굉장히 넓었다. 원래 쓰레기 매립지였던 곳을 덮어서 그 위에 흙을 얹고 억새를 심었다 한다. 신랑은 매립된 쓰레기를 만화에 흔히 등장하는 '봉인된 마물'이라고 했다. 그 넓은 땅 아래 유해 가스(그 가스를 이용해 발전을 한다고는 한다만.)를 뿜어내는 쓰레기가 잔뜩 매립되어 있다는 걸 생각하면 사실 억새밭이 아름답게 보이지만은 않는다. 그래도 사람들은 사진찍느라 열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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