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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꽃피는 언덕
  • 파란놀  2025-11-06 11:28  좋아요  l (0)
  • 우리가 쓰는 글을 ‘한글’이라 하고, 이 ‘한’은 그냥 우리말입니다. 1913년 즈음에 주시경 님이 처음 ‘한글’이라는 이름을 지어서 우리글에 이름을 붙일 적에는 우리말도 ‘한말’이라 여겼습니다. 우리말이라면 그저 ‘한’이고 ‘하늘·하나·해·하양·함께·하다’를 나타내는데, ‘한국(韓國)’처럼 적을 적에는, 우리말 소리값만 따서 붙인 한자로 바뀝니다. 그래서 ‘한국어’라는 이름은 우리말이 아닌데, 아직 국립국어원을 비롯해서 한글학회조차 이 대목을 안 짚거나 뒷짐집니다.

    배움터에서 영어하고 수학을 드높이지만, 정작 영어하고 수학을 제대로 하려면 한글·한말부터 찬찬히 배워서 익혀야 할 텐데, 우리 배움터는 이러한 얼거리를 거의 잊거나 나몰라로 가거나 땜질만 하는 얼개입니다. 이러다 보니 ‘한말 길잡이(한국어 교원)’이라는 자리에 서서 땀흘리는 숱한 분이 땀값을 제대로 못 누린다고 느껴요. ‘한말 길잡이’뿐 아니라 ‘우리말꽃 지음이(국어사전 편찬자)’도 똑같으니, 이런 얼거리는 아직 저 밑바닥에 파묻힌 판입니다.

    빨간소금에서 뜻있게 책을 냈다고 느끼면서도 왜 “한국어의 투쟁”이라는 일본말씨를 그냥 붙이는지 아쉽기도 합니다. 적어도 “싸우는 우리말”쯤으로 붙일 수 있으니까요. “우리말은 싸운다”라든지 “우리말이 싸운다”라 해도 될 테고요. 아무쪼록 땀값이 차근차근 이슬빛으로 밝게 스밀 수 있는 아름나라로 거듭나기를 빌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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