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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수하의 서재
  •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 무라카미 하루키
  • 13,050원 (10%720)
  • 2009-01-05
  • : 63,102



한때 좋아했던 하루키의 작품들과 그 시절을 추억하며 읽었다. 내가 좋아했던 소설과 글을 쓴 작가에 대해 이제야 조금 알게 된 것 같은 느낌이다. 예전에 좋아했던 문체 - 최대한 자세하고 오해를 줄이려고 노력하는 - 가 이제는 불필요하게 길다고 느껴져서, 이제 정말 하루키는 나에게 과거의 작가가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달리기 이야기를 소재로, 삶의 태도에 관해 쓴 책이었다. 달리기에도 딱히 관심이 없고 이제 하루키에도 별로 관심이 없지만 내가 왜 그 시절 그의 글을 좋아했었는지, 왜 이제는 더이상 좋아하지 않는지를 생각해보게 되었다. 내 삶의 태도에 대해서도. 



그는 꾸준히 노력하며 성과를 내 왔고 나는 그다지 꾸준하지 않고 성과도 좋지 않지만, 그가 이 글을 쓴 시기와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시기가 각자의 생애주기 중 비슷한 시기이기 때문인지 그가 언급한 삶의 태도에는 꽤 공감이 되었다. 어떤 일에 대한 생각이 꽤 비슷한 것은 내가 그의 영향을 받아서인지도 모르겠지만, 너무 생각이 비슷한 나머지 이제는 더이상 하루키가 궁금하지 않다. 언젠가부터 하루키를 읽지 않고 그의 책을 정리했던 것도 별로 새롭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는데 그 생각을 다시금 확인한 셈이다. 그래도 이 사람의 꾸준히 노력하는 태도는 (이제와서야) 나도 조금 더 의식적으로 실천해보고 싶다. 



왜 내 직업적 만족도가 높지 않은지를 느끼게 되었기 때문이다. 언젠가부터 (아마 한 아이의 부모가 된 이후로부터) 나는 노력은 그리 많이 하지 않은 채로 '있는 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것과 함께 우선 살아온' 것 같다.

하루키는 힘들게 노력한 이후 '자신에 대한 자부심' 을 가질 수 있는가 없는가가 장거리 러너에게 있어서 중요한 기준이라고 했는데, 우리의 인생도, 직업도 오랫동안 지속되는 것이니까 장거리 러너와 비슷하지 않을까. 힘들게 노력하지 않았고 자부심을 느끼지 못했기에 일에 대해서도 점점 관성적이 되었던 것 같고 즐기지 못했던 것 같다. 그런데 그렇다고 다른 하고싶은 일이 있는가 하면 그것도 아니다, 내 일이 그다지 싫은 것도 아니다. 그런데 아직도 정년퇴직을 하려면 15년 이상 남은 것이다.. (세상에)



내 mbti 타입은 '노력조차 절약하는' 현실적인 사람이라는 언급 (두 타입이 거의 비슷한 비율로 나오는데, 이 언급 때문에 이 타입으로 확정했다) 이 있는데, 많이 늦었지만 더 늦기 전 이제와서라도 조금 고통스럽더라도 꾸준히 노력해보고, 자부심도 느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면 내가 인생을 살고있다는 것도 실감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효율은 좋지 않겠지만. 



책모임에서 읽었고 그 모임에서 하루키의 최근 소설을 뭔가 하나 더 읽게 될 것 같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출간시 사두었다가 안 읽은 <1Q84>를 읽고 이제 하루키를 다시 보내줄 생각이다. 

거기에 있는 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것과 함께 우선 살아갈 수밖에 없다.
타인과 우열을 겨루고 승패를 다투는 것은 내가 추구하는 삶의 방식이 아니다.
고통스럽기 때문에 그 고통을 통과해가는 것을 기꺼이 감수하는 것에서 자신이 살고 있다는 확실한 실감을, 적어도 그 한쪽 끝을, 우리는 그 과정에서 발견할 수 있는 것이다.
결국 우리에게 있어서 가장 소중한 것은 대부분의 경우, 눈에는 보이지 않는 (그러나 마음으로는 느낄 수 있는) 어떤 것임이 분명하다. 그리고 진정으로 가치가 있는 것은 때때로 효율이 나쁜 행위를 통해서만이 획득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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