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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수하의 서재
  • [전자책] 혼자서 본 영화
  • 정희진
  • 9,700원 (480)
  • 2018-03-09
  • : 662
<혼자서 본 영화>가 궁금해서가 아니라 희진샘 책이라서 듣기 시작. 영화는 모르는 게 많았지만 이제 희진샘의 글이나 사고방식에 어느 정도 익숙해져서 편하게(?) 들었다. 가장 인상깊었던 부분은 옮긴 밑줄 부분이다.



어머니, 그리고 선배 혹은 지도교수를 두고 하신 말 같다. 전에 <다시 페미니즘의 도전> 이었나.. 희진샘이 어떤 부부가 날 힘들게 했다고 쓰셨었던게 생각난다. (부모님은 아닌 것 같은데) 참지 않고 한 번씩 표출하시는 게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다른 사람의 이야기에 관심이 많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울프나 츠바이크 보부아르 등도 작품보다 전기를 먼저 찾아보려는 걸 보면. 전에 누가 나를 두고 다른 사람에게 관심이 없다고 그랬는데 (꼭 있어야 하나?), 나는 그 사람에게도 꽤 (필요 이상의) 관심을 보여줬다 생각했는지라 약간 충격을 받았다. 어느 만큼의 관심을 바랬던 건지는 모르지만, 다시 얘기할 기회가 있다면 너라서 관심 없었던 거라고 말해주고 싶다 … 아, 작가가 아니라서 그런가?
내 인생을 좌우했고 좌우하는 사람이 두 명 있다. 둘 다 여성인데, 성격도 비슷하다. 두 사람 모두 주변 사람을 미치게 만드는 능력이 있다. 타인을 들들 볶고, 이중 메시지의 전문가들이며, 매사에 자기 위주이고 제멋대로다. 그러나 능력이 뛰어나며, 자기가 하는 일에 대해서는 욕심이 끝이 없다. 아, 그 집착과 의지, 변덕도 알아주어야 한다. 가장 큰 공통점은, 나는 그 두 사람이 어서 사라지기를 바랄 정도로 미워하지만, 그들은 내 속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언제나 나를 사랑한다고 주장한다는 점이다. 그들 주변에 있던 이들이 대부분 나가떨어졌다는 점에서 나는 생존자일지도 모른다.
오늘날 내가 이렇게 괴롭게 사는 것은 그들 때문이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나는 그들에게 내 영혼을 팔았다. 나는 그들이 원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 죽도록 노력했다. 달리 길이 없었다. 그럼, 내가 고아원으로 가겠는가, 학교를 그만두겠는가. 나를 향한 그들의 어처구니없이 높은 요구와 기대는 결과적으로는 나를 훈련시켰다. 주변에서 나를 평가할 때 자주 등장하는 말이 ‘지독하다’는 것인데, 그들 덕분이다. 그들을 만족시키려면(결국 나의 만족이지만) 나는 지독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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