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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치바나 다카시가 지었다는 책이 보고 싶었다. 분야에 상관없이 대부분 장르를 넘나들며 잡다하게 또 깊지 않게 읽는 나에게, 그의 독서법을 쓴 <나는 이런 책을 읽어왔다>는 아주 흥미로운 책이었다. 그의 잡다하게(상관없어 보이는 여러 분야를 넘나든다는 의미에서) 또 깊게 읽는 독서법에 관심이 갔다. 전문적인 글을 쓰기 위한 독서라...

지은이는 우선 우주, 우주 비행에 관해 즐거운 안내를 가볍게 시도한다. 상하-종횡-고저가 없는 우주라는 세계, 로켓의 발사와 우주선 내부의 신기한 현상들과 간단한 해설들, 우주의 오아시스라는 지구와 지구밖 전 우주의 판이한 상황에 대해 순수한 호기심을 슬쩍 충족시켜준다. 난해할 정도로 전문적이지 않고,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는 우주적 사실들을 재미있게 풀어준다.

그리고는 우주 비행사의 우주 체험에 대해 반복적이다 싶을 만큼의 인터뷰를 통해 꼼꼼히 보여주고자 하는데, 뒤로 넘어갈수록 그 인터뷰는 어떤 결론을 이끌어내기 위한 사전 장치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천차만별인 우주 비행사들의 체험에서 공통적이거나 차별적인 점들을 인터뷰로 드러낸다. 우주비행사로서 정신적인 큰 변화를 겪은 사람들, 혹은 나사에서 우주 비행사로 일한 사람들의 정치적이고 비즈니스적인 지향, 그런 사람들의 신과 우주에 대한 인식의 변화를 듣는다.

그 과정에서, '광기와 정사'라는 장으로 묶여진 앨드린의 일화들은, 어쩌면 개인적 특성으로 볼 수 있는 여러 반응들까지도 장황하게 나열된다는 느낌이 들었다. 특이한 경우이기는 하지만 우주 비행사들의 보편적인 특성이다, 라고는 보기 어려웠던 앨드린의 일화는 왜 그만큼 강조되는가 의아했다.

여러 길을 거쳐 마지막 장 '우주인으로의 진화'까지 보고나니, 처음 시작할 때는 대체 이 제목,<우주로부터의 귀환>이 보여줄 수 있는 것 말고, 보여주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 하는 궁금증이 너끈히 충족되었다고 느껴진다. 뇌사나 임사체험 등 작가의 관심분야인 영혼, 혹은 정신의 세계에 대한 집요한 물음이 이어진다. 유한한 존재인 인간의 삶과 죽음, 그리고 신이라는 존재에 대한 마르지않는 탐구의 마음이 작가로 하여금 이 우주비행사라는 특별한 위치에서의 시선을 들여다보고 싶게 했으리라.

지구를 떠나 적막의 세계에서 지구를 바라보는 기분, 그 시선의 느낌. 아마도 신의 눈과 같은, 적어도 유사한 느낌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것이 작가의 호기심의 시작이 아니었을까. 우주에서 저 멀리 존재하는 지구를 본다. 엄지 손톱 하나에 다 가려질 만한 크기의 푸른 마블과도 같은 지구. 저 유일한 생명의 공간에서 일어나는 끊이지않는 분쟁과 파괴, 무분별들에 대한 순간적 통찰이 가능한 공간이 아닐까, 그렇다면 과연 그 통찰의 내용은 무엇이고 깊이는 어떨까 하는 질문을 떠올려본다.

마지막 슈와이카트와의 대담은 그런 질문에 답하는 한 지적인 우주 비행사의 깊은 통찰을 보여주었다. '간신히 우주 비행을 체험하게 되었는데, 그것을 완전히 무의미하게 끝내버린 우주 비행사도 많이 있다. 그들의 우주 비행은 비행 계획과 실험 계획만으로 끝난다. 스위치, 다이얼, 계기, 엔진 등을 조작하는 것으로 끝난다. 모든 것이 기계적인 것으로 끝나고 의미 부여 따위는 생각한 적이 없다.'라는 말이 담고 있듯, 우주 비행의 한 측면은 실제로 이런 것 같다.

그러나, '동시에 인간이라는 종과 지구의 관계를 더욱 깊이 생각해야 한다고 느꼈다. 내 눈 아래에서는 마침 제3차 중동전쟁이 일어나고 있었다. 인간끼리 서로 죽이기 전에 해야 할 일이 있다. 인간과 인간 관계도 중요하지만, 인간이라는 종과 다른 종과의 관계, 인간이라는 종과 지구의 관계를 더욱 생각하라는 것이다...'

지금도 푸른 지구 한 가운데 부도덕한 전쟁이 일어나고 있다. 이해관계에 의한, 광기라고밖에는 표현할 길 없는 파괴와 살상이 일어난다. 그냥 평화롭게 살아갈 수는 없는 것일까? 아마 평생동안 우주 비행의 경험을 하지 못할 우리들에게는 푸른 생명의 별 지구를 온전히 이해할 기회가 없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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