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운동가 절반이상 “후유증 시달려”
90% 이상 고문·구타·정신분열증등 고통
“가족·친척 관계 끊겨”
1970년대 노동운동과 학생운동 등 민주화 운동에 참여했다 구속·구금된 사람 가운데 90% 이상이 고문과 구타 등 위해를 당했으며, 이 가운데 절반이 육체·정신적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민주화운동 기념사업회가 동국대 사회과학연구원 김정석 교수팀과 함께 지난해 11월부터 지난달까지 서울과 수도권 지역에 거주하는 250명을 대상으로 벌인 ‘1970년대 민주화 운동 참여자 실태조사’에서 이런 결과가 나왔다고 1일 밝혔다.
조사 결과를 보면, 구속이나 구금을 경험한 209명 가운데 192명(91.9%)이 위해를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가운데 대부분이 모욕·협박(97.4%)이나 구타(82.8%)를 당했고, 잠 안 재우기(59.4%)와 물고문(25%)을 당한 경우도 흔했다. 전기고문(8.9%)과 ‘거꾸로 매달기’, ‘고춧가루 고문’ ‘냉동고문’ 등을 당했다는 사람(8.9%)도 적지 않았다. 또, 세 가지 이상 위해를 당한 사람이 57.3%에 이르는 등 평균 2.8가지의 괴롭힘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88명(45.8%)은 이에 따른 후유증을 지금도 겪고 있었다. 전기고문이나 물고문을 당한 사람은 10명 가운데 7~8명 꼴로 후유증이 있었다.
취업과 직업 선택에 곤란을 겪은 사람이 4명 가운데 1명꼴이었고, 현재 개인수입이 없다는 응답과 100만원 미만이라는 응답도 각각 19.2%, 16.4%였다. 42%는 부모 또는 친인척과의 관계가 끊어졌다고 답했으며, 18.5%는 결혼생활에 장애를 겪었다고 답했다.
특히 “민주화 운동을 하지 않았다면 현재의 삶이 어떠할 것으로 예상하는가”란 물음에 ‘더 좋아졌을 것’이라는 응답(52.9%)이 절반을 넘었다.
연구팀은 “민주화 운동으로 인해 자신들이 성취할 수 있는 수준에 못 미치는 삶을 살고 있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면서도 “자신의 운동에 긍정적인 평가를 내린 비율도 87.8%에 이르러, 민주화 운동에 대한 자긍심을 잃은 것으로 볼 수는 없다”고 분석했다.
한편, 응답자들은 현재 민주화가 가장 많이 이뤄진 분야로 언론(33.2%)을 꼽았고, 민주화가 더 요구되는 분야는 정치(33.2%)가 압도적으로 높았다. 이들이 정부에 바라는 것은 명예회복(28.8%)과 진상규명(28.4%), 보상(24.3%) 등의 차례로 나타났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광일 박사는 “이번 조사는 이른바 ‘민주화 운동 명망가’들에 견줘 제대로 조명받지 못하고 있는 평범한 운동가들의 삶에 대한 첫 조사라는 데 의미가 있다”며 “관련자들의 체계적 네트워크가 없어 대상 선정에 한계가 있었고, 어렵게 사는 모습을 보여주기 싫다며 조사를 거부한 사람도 많았다”고 말했다. - 이지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