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한 물건을 한 시간 내에 문 앞으로 배송해드립니다!”
인터넷홈쇼핑 광고를 연상시키는 이 문구는 다름아닌 롭 하트의 저서「웨어하우스」의 소개글이다. 드론 택배, 사물인터넷 등 과거 공상과학 속에서나 등장할 법한 일이 오늘날 현실이 되어가고 있는 요즘, 당일배송은 당연한 일이 된지 오래다. 이 책의 배경이자 최첨단 드론의 도입으로 주문한지 몇 시간만에 필요한 장소로까지 배달이 완료되는 당일배송이 현실화된 기업 ‘클라우드’. 지구 온난화, 대량 총기 사건, 기타 흉악범죄들로 삶이 황폐화된 사람들에게 ‘클라우드’는 단순한 글로벌 기업을 넘어서 삶의 전반을 책임지는 역활로까지 자리매김하고 있다. 제목인 웨어하우스(warehouse)는 영어로 창고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이 제목의 의미가 단순히 물건을 보관하는 창고를 뜻하는 것은 아닐 터, 과연 제목인 웨어하우스는 무엇을 뜻하는 표현일까?
이 책에서는 온라인 유통 기업 클라우드의 설립자 깁슨, 의뢰를 받고 클라우드의 비밀 정보를 빼내기 위해 잠입한 산업스파이 지니아, 한때 한 회사의 CEO였으나 사업이 망하면서 생계를 위해 클라우드에 지원하게 된 팩스턴, 이 세 사람의 입장이 교차되어 전개된다. 실업자를 위해 많은 일자리를 창출해냈고, 환경 보호를 위해 녹색 에너지 정책을 실천했으며, 직원 복지와 적성에 따른 업무 배치까지 효율적으로 고려된 꿈의 직장. 그것이 바로 외부적으로 보여지는 클라우드의 모습이다. 하지만 이 화려한 성과 속에 숨은 클라우드의 진짜 실상를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지금은 그다지 힘들어 보이지 않겠지만, 일단 일을 시작하면, 이게 당신의 업무 진행 상황을 추적해갈 거예요. 녹색 선은 당신이 등급을 유지하고 있음을 의미해요. 뒤처지면 노란색으로 떨어질 겁니다. 빨간색은 등급 순위가 급락한 걸 의미해요. 그러니 빨간색까지 떨어지지는 말아요.” (106p)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지고 클라우드에 입사한 팩스턴과 지니아. 하지만 그들이 회사 내에서 마주친 현실은 세상에 알려진 바와는 정반대였다. 직종별로 다른 폴로셔츠를 입는 것부터 시작해서, 철저하게 등급제가 나뉘어져 있어 상위등급을 유지하기 위해 가혹한 노동에 시달리는 것은 당연시되었고, 게다가 손목에 찬 클라우드밴드로 일터에서뿐만 아니라 모든 일거일투족을 일일히 감시당하고 있던 것이다. 이 상황에서 주인공들은 각자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뉴스에 종종 등장하는 어쩌면 이미 일어나고 있는 현실일지도 모르는 일들. 처음엔 기업첩보를 다룬 단순한 SF 스릴러로 생각했으나 읽다보면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일, 아파트, 취미, 안전…
당신이 원하는 모든 것이 있는 미래 기업 클라우드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