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식으로 활용되는 꽃이 아닌 꽃이 주제가 되는 그런 음식이었으면 싶다. 그래서 이 책《꽃음식 이야기》가 더 눈에 들어왔는지도. 풍석 서유구 선생의 뜻을 기리는 '풍석문화재단'이 있다는 것도 이 책을 통해 처음 알았다. 요리를 하는 것은 여인의 일이라 무시하던 조선에서 요리를 하는 사대부가 있었다는 것도 특이한데 책으로 엮여 지금까지 전해져 내려 온 것이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다양한 계절별 꽃으로 만드는 음식들, 하긴 생각해보면 열매를 먹을 수 있다면 꽃 또한 먹어도 되는 것이었어. 눈도 즐겁고 입도 즐거운 '꽃 음식 이야기', 음식보다 술에 더 관심이 가는 이유가 뭘까^^; 술도 음식 중 한 종류야.
꽃 중에서 제일 좋아하는 꽃이 복숭아꽃이다. 꽃이 필때 사방으로 퍼지는 달콤한 향이 좋아 더 사랑하는 꽃이었다. 한편 귀신을 쫓는 나무라 하여 뜰안(특히 대문 근처)에는 심지 않았다. 어렸을때는 그것이 무척 안타가웠어. 달콤한 향을 집에서는 느낄 수 없었으니까. 봄의 전령사 '매화꽃'을 시작으로 가을의 여왕 '국화'까지 총 20가지에 해당하는 꽃들과 음식들이 등장한다. 훗~ 원추리는 봄에 나온 샛순을 먹을 수 있다 하여 어른 새싹을 뜯어 데쳤다 실망했던 경험이 있다. 그런데 원추리 꽃도 식용이 가능하다니 돌아오는 봄에는 꼭 실행해 봐야지. 봄에 나오는 새싹은 독성이 강한 몇 가지를 제외하고 다 먹을 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
상추꽃이 다이어트에 도움을 준다는 것을 안다면 엄청 인기리에 팔려나가겠지? 주로 잎채소로 먹은 것들이기에 꽃은 관상용(?)으로 알았다. 닭의 벼슬처럼 생겼다 하여 계관화(鷄冠花)라 불리는 맨드라미, 맨드라미꽃으로 음식을 만드는 것이 가능하다고? 물론 맨드라미 꽃차는 마셔봤지만 다른 활용도가 있는지는 몰랐다. 국화차보다 국화주에 한표!!! 왠지 국화주가 더 맛나 보이거든. 도화주/ 송화주/ 국화주/ 연엽주/ 만전향주 등의 다양한 꽃술이 들어있어 행복하다. 만전향주는 누룩에 연꽃과 참외를 넣어 빗기 때문에 참외가 전반적으로 술의 맛을 주도한다. (p.195) 만전향주의 재료를 궁금해 하실 분들과 공유하기 위해^^
서유구의《꽃음식 이야기》를 시작으로《떡 이야기》,《술 이야기》,《포 이야기》,《김치 이야기》등 전통음식 복원 및 현대화 시리즈를 다 만나봐야겠어. 한 권의 책이 마음에 들면 저자의 다른 책들을 모조리 섭렵해야 만족하는 고질병이 다시 발동했다. 한동안 볼거리가 생겨 좋다고 말해도 되겠지? 책속에 채키화(접시꽃)가 나오던데 접시꽃도 식용이 가능한 꽃이던가? 우리집에는 다섯 종류의 접시꽃이 자라나는데 식용이 가능하다면 내년에 꼭 시도해 보고 싶어. 꽃으로 만들어진 음식 중 가장 많이 접한 것이 연꽃을 활용한 음식들이다. 아니 정확히는 연잎이나 연뿌리를 이용했다는 것이 옳겠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