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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빈집
  • 김주영
  • 9,900원 (10%550)
  • 2010-05-06
  • : 1,711
어떤 하소연들은 기가 막히다. 대개 가족간에 일어나는 일이 그렇다. 세상 돌아가는 것에 뒷짐지고 가세가 기울어져도 집안에서 한 발짝도 안 움직이는 가장이 있고, 도벽이 있어 온 세간을 팔아먹고도 노름빚을 안아야만 몇 년에 한 번 집으로 돌아오는 엄마가 있고, 형제들을 두드려패고 협박해서 돈을 얻어내가는 후레자식들이 있다.
그들에게는 어떤 조언이나 위로도 할 수가 없다. 가해자가 가족이기 때문이다. 이럴 때 나의 사고체계는 혼란을 겪는다. 도대체 그들을 어떻게 도울 수 있단 말인가.

그래, 그것에 대해서 솔직히 말해볼까? 라고 이 책은 묻는 것 같다. 내 안에 이런 생각이 있을 수 있다는 것조차 생각해 본 적이 없는 나 같은 사람에게도, 그렇다, 가족은 때로 공포다. <빈집>을 읽으면서 얼굴이 화끈거릴 정도로 부끄럽고, 또 숨가쁘게 몰입되었던 것은, 내게도 가족이 공포인 순간이 있기 때문이다. 나는 그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고, 그리고 나서야 더부룩했던 속이 좀 풀리는 일종의 해방감 같은 것을 느끼게도 되었다.

우리나라의 가족 관계는 권력적이고 수직적이다. 그런 데다가 구성원들이 각자의 욕망을 모조리 표출해버리면 가정의 형태는 기형적으로 변하고, 그 때 가족이라는 울타리는 구성원들 모두에게 죽을 때까지 빠져나갈 수 없는 사슬로 변한다. 그것이 내가 너에게, 우리가 당신들에게 상처를 입히는 가장 오래되고 가장 치명적인 방법이다. 솔직히, 누구나 그런 트라우마 하나쯤 갖고 살지 않나.

그러나 이런 결말은 어떠한가.
혼자 지키던 빈집을 나와서야 처음으로 허기짐을 느끼는 그 삶에의 희망 같은 것.
결국 마지막으로 남은 먼 피붙이를 찾아 떠나는 헛된 희망의 반복 같은 것.
그리하여 결국 다시 외로워지고 말 것일지라도, 나는 그대를 찾아내어 기어이 마른 어깨를 한 번 뉘여 단 잠을 잘 거라는 것.

소설은 가족을 완전히 허물고 부숴버린다.
그것이 다시 성을 쌓기 위한 첫 번째 작업임을 익히 알고 있다는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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