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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낙타
  • 정도상
  • 11,700원 (10%650)
  • 2010-03-04
  • : 586
게으름은 무언가를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회피하기 위한 모든 행동을 일컫는 포괄적인 의미를 갖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게으름은 때로 삶의 치명적인 위기를 몰고 오기도 한다. 내 안에서 일어나는 중요한 물음들에 대답하지 않았을 때, 그것을 피하기 위해 다만 눈 앞의 순간만에 충실했을 때, 그 순간들의 누적이 나의 삶을 돌이킬 수 없게 만들기 때문이다.

<낙타>는 아들을 먼저 떠나보낸 한 아버지의 여행기이다. 그러나 그 여행은 아들의 영혼과 함께 고비사막을 건너는, 환상 속의 여행이자 이별 여행이다. 생의 가장 아픈 상처에 대해, 이 소설은 절실하게 묻고 있는 것이다. 아들은 무엇 때문에 그렇게 힘든 생의 결말을 먼저 맞이하고 싶어했는지, 나는 그애에게 어떤 존재였는지, 나는 어떻게 살아왔는지, 나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나는 규를 꼭 끌어안았다. 육체의 실감이 생생했다. 녀석이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속으로 생각했다. 그 나의 때의 나는 결코 행복하지 않았다. 등록금을 못 내 학교에서 쫓겨나올 때, 운동장에 쏟아지던 하얀 햇살이 너무 눈부셔 차마 가로지르지 못하고 그늘에 숨어 교문을 나와야 했다. 울었던가? 잘 모르겠다. 하지만 숨이 막혀 죽을 것 같다가도 그 순간이 지나면 또 살아지는 것이 아니던가. -61p

두 녀석은 밤을 꼬박 지새운 모양이었다. 밝아오는 새벽을 보며 서로를 들여다봤겠지. 그래도 부족했을 터였다. 삶에 충족감을 느끼는 순간, 인간은 나태해지기 마련이었다. 부족한 것에 대한 갈증을 채우기 위해 바쁘게 사는 것에 생의 동력이 담겨 있었다. -118p

사람들은 너무나 쉽게 말한다. 타인 혹은 세상으로부터 상처를 받았다고. 냉정하게 돌이켜보면, 상처를 준 것은 언제나 '나'였다. 내가 준 상처 때문에 나는 언제나 아팠다. -49p

느린 낙타를 타고,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 둘만의 여행을 한다. 꿈 같은 시간 동안 나는 앞으로의 긴 이별을 준비해야 한다. 그것은 나의 상처와 정면으로 마주서는 여행이다. 이 여행이 끝나기 전에 나는 필사적으로 묻고, 절실하게 대답해야 한다. 그것이 또 다음 고비를 맞는 우리들의 자세가 될 테니까.

삶의 고비와 마주선, 또는 앞으로 마주설 모든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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