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교>의 리뷰를 쓰려고 앉았는데, 문득 카프카가 친구에게 보낸 편지의 한 구절이 생각난다.
"나는 오로지 꽉 물거나 쿡쿡 찌르는 책만을 읽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읽는 책이 단 한 주먹으로 정수리를 갈겨 우리를 각성시키지 않는다면 도대체 무엇 때문에 우리가 책을 읽겠는가?
한 권의 책은 우리들 내면의 얼어붙은 바다를 깨는 도끼여야만 한다"
그런데 왜 뜬금없이 이런 말이 떠올랐을까? 최근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의 케이스에 적힌 이 말을 본 기억이 세삼스레 상기되었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고, 그리고 <은교>를 다시 생각하다 보니 떠올랐을 것이다.
그만큼 소설이 강렬하다. 내게 강렬한 소설은 곧 강렬한 이야기다. 이 이야기 자체의 힘이 폭풍처럼 거칠고 세다. 문장도 마찬가지다. '일필휘지'로 갈겨쓴 듯하다. 마치 너무나 쓰여지고 싶은 소설이 작가의 등을 떠밀며 이야기의 끝까지 어서 달려가자고 채근하는 듯하다. 도대체 이 노작가는 평생 이 소설을 쓰지 않고 얼마나 힘들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읽는 독자가 다 후련하다.
얼어붙은 바다를 깨는 도끼처럼, 나의 본성의 욕망과 갈망을 깨어나게 하는 이야기.
그래서 읽고 나면 내 안의 욕망과 컴플렉스가 '철컹, 철커덩' 소리를 내며 재가동하는 느낌이 든다.
어찌할 수 없는 이 밤이 짜릿하고 슬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