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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딸에게 보내는 편지
  • 마야 안젤루
  • 11,520원 (10%640)
  • 2010-02-25
  • : 1,778

책이라면 무조건 존중해주고, 작가라면 무조건 박수쳐주는 나 같은 사람도 얼굴을 찌푸리게 만드는 책의 종류가, "인생은 이렇게 살아야 한다" 류의 교조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글이다. 그런 말은 지당도사들이 하는 말이다. 지당한 말씀이라는 거다. 누가 그걸 몰라서 안 하나. 

하지만 책을 통해서 배움을 얻고자 하는 갈망은 아주 오래되고, 아주 절실한 것이다. 나는 그런 배움을 직접적인 메시지가 아니라, 작가의 문장에서 배운다. 문장이 겸손한 것이 좋다. 자기 자랑을 하지 않고, 자기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반드시 정답이라고 생각지 아니하고, 오히려 글을 쓰면서 끊임없이 흔들리는 사람에게서 나는 배운다. 신영복 선생이 그러하고, 김훈 선생이 그러하다. 

마야 안젤루는 (적어도 미국에서는)대단한 사람이다. 그냥 대단한 것이 아니라 오바마 대통령이 존경하고, 오프라 윈프리가 멘토로 삼는 할머니다. 그런데 자기가 대단하다는 것을 한 번도 얘기하지 않는다. (혹시 독자가 다 알고 있을거란 생각일 수도 있지만)그녀가 얘기하는 것들은 자신의 성공담이 아니다. 그녀가 얘기하는 것은 자신의 실패담이고, 한 인간으로서 느꼈던 삶의 굴곡이다. 장황한 서문에서 나는 이 책을 싫어하게 될 거라 예감했지만, 글을 읽을 수록 이 겸손한 사람의 얘기가 깊은 지혜와 맞닿아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옛날에는 마을마다 현자가 있었다. 현자는 대개 마을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사람이었다. 지식이 보급될 수 없는 시대에는 경험이 곧 지식이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나이가 많은 것이 오히려 부끄러운 시대가 되어 가고 있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고 말할 수 있는 지혜의 증거가 바로 여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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