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알라딘에서 <21세기 최고의 책> 이런 이벤트를 하고 있더라(인기 많았던 트롤리도 이벤트 굿즈로 받을 수 있으니 지난달에 트롤리를 놓친 분들은 어서 해당 도서를 구매하시라). 최고의 책을 선정한 이들과 선정 기준은 다음과 같다.
“알라딘은 작가, 번역가, 편집자, 출판인, 연구자, 활동가, 언론인 등 책 주변의 106인에게 2000년부터 2024년까지 출간된 1,118,869종의 책(참고서, 잡지 제외) 중에서 ‘21세기 최고의 책' 10권을 골라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최고에 대한 기준은 각자 다를 것이기에, ‘기억할 책, 함께할 책’이라는 부제를 통해 ‘지난 25년간 출간된 책 중에서 가장 중요한 책, 현재의 세계에 영향을 끼친 저작, 앞으로의 세대를 위해 더 많이 읽혀야 할 책’이라는 느슨한 기준을 제시 했습니다.”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5/0114/pimg_7637261454569848.jpg)
책 주변의 106명이 고른 '21세기 최고의 책‘- 저마다 10권씩 뽑은 책을 모두 합하니 810권에 달한다. 이 목록을 쭉 살펴보니 내가 이미 읽은 책도 있고, 아직 읽지는 않았으나 왜 뽑혔을지 공감이 가는 책도 있고, 엥? 이 책은 좀 그렇지 않나? 고개를 갸우뚱하게 되는 책도 있고, 아니, 이 책을 고른 사람이 있다니 누구일까?! 내적 친밀감이 상승하는 책도 있고, 사두기만 하고 안 읽은 책들 중에 이 기회에 꼭 읽어봐야지 싶은 책도 있고, 오호, 이 책 재미나 보인다. 이번에 사야지! 하는 책도 있고.... 아무튼 매우 흥미롭다. 나는 일단 희진쌤과 강유원의 리스트를 가장 먼저 눌러보았다(그다음으로는 박태근-이은혜-노승영-김명남-홍한별 순). 그리고 그들이 추천한 책 중 아직 안 읽은 책은 다 읽어볼 생각인데.... 그러다 보니 문득 나도 나만의 21세기 최고의 책 리스트를 만들어보고 싶어졌다. 사실 나도 음지에서 활동 중인 편집자이자 책 주변의 한 사람이 아닌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당연히 책 주변인인 이 알라딘 서재 이웃들의 나만의 21세기 최고의 책 리스트도 궁금해지지 않을 수가 없다......락방아 너도 좀 해봐!
*매체와 온라인 서점 등에서 일부 신간만 주로 소개되는 상황을 벗어나 독자들이 놓쳐서는 안 될 책들을 엄선하여 소개하려는 기획으로, 지난 25년 출간된 저작 중 묻혀서는 안 될 주요한 작품과 저작들 위주 선정(2000년부터 2024년 사이 국내 출간된 도서 중/번역서의 경우 국내 초역 출간을 기준/골라주신 10권 간의 순위는 필요하지 않음)
잠자냥이 고른 2000~2024 21세기 최고의 책
자우메 카브레, <나는 고백한다>
문학빠로서 이 책은 21세기에 읽은(아직까지는) 최고의 문학 작품이다. 예전에 이 책 읽고 리뷰 남겼 때 ‘문학을 사랑하는 독자가 이 책을 읽지 않고 죽는다면 얼마나 안타까울지 몸서리가 처질 정도’라고 쓴 적이 있다. 아직도 이 평은 유효하다. 스토리와 플롯, 서사 기법, 주제 모든 면에서 탁월하다.
디노 부차티, <타타르인의 사막>
<나는 고백한다>가 널리 알려서 널리 읽히고 싶은 책이라면 <타타르인의 사막>은 어쩐지 나만 아는 책으로 남겨두고 조용히 은둔하면서 여러 번 되풀이해 읽고 싶은 책이랄까. 이 책의 분위기,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고도를 기다리며>의 사막 버전- 이젠 아무 페이지나 펼쳐 읽어도 좋을 것 같다.
마거릿 애트우드, <증언들>
임신 중단, 재생산, 여성의 몸에 대한 권리, 성과 권력의 문제 등 <시녀 이야기>와 함께 21세기에 꼭 읽어야 할 문학 작품 중 하나. 대부분의 후속작은 전작을 뛰어넘기 어렵다는 고정관념을 깬 작품이기에 <시녀 이야기들>보다 <증언들>을 리스트에 넣었다.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창백한 불꽃>
천재가 쓴 천재적인 작품. 여러 번 읽어도 질리지 않을 작품. 나보코프의 작품은 문학은 읽으면서도 지적 희열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한다. 나보코프의 한 작품만 읽으라면 <롤리타>가 아니라 단연 이 책을 읽어야 한다.
로베르트 발저, <타너가의 남매들>
성장과 진보, 발전, 자본주의에 (대부분 언제나) 태클을 거는 발저의 생각이 집약된 장편. 이대로 묻히기에는 아까운 작품이라 다시 올려본다. 언젠가 세상은 발저의 이 생각에 더 크게 공명하게 될 것이다....
정희진, <페미니즘의 도전>
이 책 없이 21세기 한국의 페미니즘을 말할 수 있을까.
캐럴 J. 아담스, <육식의 성정치>
페미니즘, 동물권, 채식주의 모든 것이 담긴 책.
캐롤라인 냅, <욕구들>
가장 개인적이면서도 무엇보다 정치적인, 자기 몸, 자기 욕망의 해방에 관한 너무나 영특한 글. 이 책은 십 대나 이십 대 등 ‘앞으로의 세대를 위해 더 많이 읽혀야 할 책’으로 꼽고 싶다. 특히 외모지상주의 한국에 살면서 매일 거울 앞에서 씨름하는 모든 어린 소녀들에게.
수잔 손택, <은유로서의 질병>
손택의 책들을 꼽지 않을 수가 없다. <타인의 고통>은 21세기 최고의 책으로 여러 사람이 꼽은 바, 나는 <은유로서의 질병>을 추천하고 싶다. 결핵, 천연두, 암, 에이즈 등의 질병 및 그런 질병을 앓는 이들에게 사회는 어떤 낙인을 찍는지, 그런 질병을 둘러싼 은유를 비판한 이 책은 현재에도 당연히 유효하다(결핵이나 천연두 대신 코로나, 우울증 등의 각종 정신질환을 대입해 보라).
셰리 B. 오트너, <에베레스트에서의 삶과 죽음>
이 책도 묻히기엔 너무나 아까운 책. “인종, 계급, 젠더, 종교의 교차로로서 등반의 역사를 분석한 인류학의 고전”이라는 책 소개에 더 덧붙일 말이 없다.
아쉽게도.... 탈락이지만 20권 뽑으라고 했다면 리스트에 올랐을 책
샹탈 자케, <계급횡단자들 혹은 비-재생산>
제가 이 책 빠입니다....
비비언 고닉, <사나운 애착>
우리에게 고닉을 알려준 신호탄
티머시 스나이더, <피에 젖은 땅>
인간을 보는 관점을 바꿔주는 책
에릭 호퍼, <맹신자들>
극우든 극좌든 모든 유튜브 맹신자들에게....
유디트 살란스키, <잃어버린 것들의 목록>
아름답고 지적이고 상실감에 헛헛하고 유려하고... 아무튼 최고.
추적단 불꽃, <우리가 우리를 우리라고 부를 때>
21세기 한국을 이토록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책이 또 있을까. 이대남은 사고치고 이대녀는 수습하고.... 에효.
최윤필, <가만한 당신>
부고 기사에서 이토록 많은 것들을 볼 수 있는 힘. 최윤필의 가만한 발걸음을 내내 응원한다.
김소영, <어린이라는 세계>
관점을 바꿔주는 책. 모든 어른들이 읽어야 할 책.
서현숙, <소년을 읽다>
어린이라는 세계와 자매품.
남보라, 박주희, 전혼잎, <중간착취의 지옥도>
탐사보도란 이렇게 해야 하는 것임을 증명해주는 책. 그리고 노동자이면서도 노동자의 위치성을 잃어버리고 사는 대다수의 한국인들에게 꼭 읽히고 싶은 책.
그나저나 토마스 베른하르트 <소멸>하고 부코스키 <우체국> 뽑아준 사람 누구? 내적 친밀도 상승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