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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원가의 열두 달
  • 카렐 차페크
  • 11,250원 (10%620)
  • 2019-06-20
  • : 6,506

이제 세상을 바라보는 당신의 시선은 변했다. 비가 오는 날이면 당신은 정원에 비가 내리고 있다고 말할 것이다. 햇살이 비치면 그건 정원을 밝게 비추는 햇살이다. 저녁이 되면 정원이 휴식을 취하겠구나 생각하며 기뻐한다. - P30
인간이 정원가로 다시 태어나기 위해서는 우선 성숙한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나는 이를 ‘부모의 마음‘을 갖춘 때로 본다. 그리고 또 하나, 자기만의 정원이 있어야 한다. - P32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무릇 토양에 보탬이 되느냐 아니냐로 나뉜다. 정원가가 당장 길가로 달려나가 말똥을 몽땅 주워 모으지 않는 건 마지막 남은 부끄러움을 차마 떨치지 못해서다. - P53
하지만 이 세계에 보다 깊이 발을 담그면서. 진정한 정원가란 ‘꽃을 가꾸는 사람‘이 아니라 ‘흙을 가꾸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 P56
하느님, 매일 규칙적으로 비를 내려주소서. 자정에서 새벽 세 시 사이가 딱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기왕이면 차가운 장대비가 아니라 땅속까지 조용히 스미는 가랑비로 내려주소서. - P112
무엇보다 9월은 ‘땅이 새로이 열리는 달‘, 즉 식물을 또 한 번 심을 수 있는 달이다! - P145
자기 농원의 토질이 좋다고 말하는 주인은 한 명도 없다. 늘 거름을 제대로 못 주었다느니 물이 부족하다느니 냉해를 입었다느니 하며 불평을 늘어놓는다. 농원의 꽃이 잘자란 건 순전히 자신의 노력과 애정 덕분임을 그런 식으로 강조하고 싶은 것이다. - P149
하지만 발밑을 내려다보며 자신이 딛고 있는 땅이 지닌 아름다움을 칭송하는 사람은 없다. 인간은 손바닥만 한 정원이라도 가져야 한다. 우리가 무엇을 딛고 있는지 알기 위해선 작은 화단 하나는 가꾸며 살아야 한다. 그러면 친구여, 그대는 저 구름들조차 우리 발밑의 흙만큼 변화무쌍하지도 아름답지도 경외할 만하지도 않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 P154
정원에 있는 것들은 시시각각 비율이 어그러진다. 그래서 가을이면 식물을 이리저리 옮겨 심게 된다. 정원가가 해마다 여러해살이를 안아 들고 돌아다니는 모습을 보면 꼭 새끼를 물어 옮기는 어미고양이 같다. 그는 뿌듯해하며 이렇게 말한다. "이제 다 심었군. 드디어 조화가 딱 맞네!" 다음해에도 똑같은 말을 한다. 정원은 언제나 미완의 존재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의 인생살이와 꼭 닮았다. - P167
신앙조차 계절에 따라 모습을 달리한다. 여름이면 우리는 범신론자가 된다. 만물을 추앙하며 우리 자신을 자연의 일부라 여긴다. 하지만 가을이 되면 우리는 그저 작은 인간이 된다. 꼭 이마에 성호를 긋지 않더라도 우리 모두는 서서히 인간이 태어난 곳으로 되돌아온다. 집집마다 가정을 지켜주는 신을 위해 따스한 불꽃을 피운다. 집에 대한 사랑은 천상의 신에게 바치는 경배와도 같다. - P171
세상에는 멋진 직업이 많다. 신문에 글을 쓰고, 의회 활동을 하고, ... 등등. 하지만 제아무리 훌륭하고 사회에 보탬이 될지라도 ‘삽을 든 사람‘처럼 존재 자체가 하나의 조각 작품이자 기념비요 동작 하나까지 품격 넘치는 직업은 없다. - P172
감히 말하건대, 자연에 죽음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겨울잠에 든다는 표현도 사실 틀린 말이다. 그저 한 계절에서 다른 계절로 들어설 뿐. 생명이란 영원한 것. 섣불리 끝을 가늠하지 말고 인내하며 기다려보라. - P1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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