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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읽어도 될까요?
  • 트라우마는 어떻게 삶을 파고드는가
  • 폴 콘티
  • 17,100원 (10%950)
  • 2022-06-07
  • : 939

사람이 병들고 죽어가는 것은 신체적 질환뿐 아니라 일치적으로 그런 질환에 영향을 주는 근본적인 정신 건강 문제 때문이다.│17

내가 이 책을 쓴 이유는 트라우마에 관해 경종을 울리기 위해서다. 트라우마는 바이러스와 마찬가지로 생각 이상으로 훨씬 만연해 있고 해로우며 전염성이 있고 종종 보이지 않는다. 이런 사실을 계속 무시하고 트라우마가 숨어 있도록 방치한다면 트라우마를 무찌를 가능성은 없다.│19

트라우마가 미래의 자녀, 즉 태어나기는커녕 머릿속으로 상상조차 하지 않은 자녀에게까지 영향을 끼칠 정도로 해롭다는 것이다.│33

트라우마에 갇히면 자신의 가치, 꿈, 재능, 염원을 잊게 되는 것이다.│37

트라우마에 노출되면 몸과 마음이 둘 다 부정적으로 바뀔 가능성이 높아진다.│58

우리는 트라우마에 대해 적어도 환경 파괴나 대기 오염, 또 다른 심각한 공중보건 문제(예컨대 팬데믹 상황에서 백신 공급 경쟁)와 마찬가지로 잘 알고 있어야 한다.│159

우리 문화에 존재하는 성폭력과 여성 혐오도 다 같은 맥락이에요. 강간같이 확실하고 끔찍한 트라우마가 있는 한편, 미묘한 차별과 미묘한 트라우마가 우리 주변에서 항상 생겨납니다. 이런 상황에서 억압하는 사람들이 용인되고 오히려 억압당하는 사람들이 피해를 보는 식의 문화가 형성되죠.│177

트라우마에서 치유되려면 가족과 친구, 의사와 상담사, 반려동물, 지지 단체, 약물, 정원 등 많은 동맹군에게 의존하는 것이 중요하다.│285

연민은 스스로를 도울 뿐 아니라 타인과 세상에도 도움의 손길을 내밀면서 큰 변화를 만들어낸다.│292

#트라우마는어떻게삶을파고드는가 #폴콘티 #정지호옮김 #심심

사람이라, 사람이니까, 사람이기에.

앞을 못 보시고, 글씨를 잘 못 쓰시고, 귀가 잘 안 들려 소통이 어려운 고령의 민원인을 대면하는 일이 많아진 이후부터 항상 주위를 한 번 더 돌아보곤 한다. 혹시 작은 손길이라도 필요할지 모르니. 그런 성격을 잘 아는 동생은 “아무나 함부로 도와주지 마. 그러다 잡혀 가면 어떡해.”라며 우려 섞인 목소리를 낸다. 어쩌다 서로가 서로의 안전을 걱정하느라 연민을 뒤로 하게 되었을까. 어째서 연민을 느끼는 일조차 눈치를 보게 된 걸까.

대중매체에서 다루는 트라우마는 상당히 자극적이다. 오해 섞인 편견이 만들어낸 잘못된 개념이 사람들 인식을 파고든다. 트라우마가 있다고 말하면 듣는 이의 눈빛부터 달라진다. 때론 차갑고, 불편하고, 수치심에 분노가 치밀기도 한다. 잘 극복하고 행복하게 지내왔다는 생각은 그렇게 와르르 무너져 내리기도 한다.

책 읽는 동안 밑줄을 얼마나 많이 그었는지 모른다. 아무리 좋은 책이어도 인덱스 하나 붙이지 않았는데 이상하게 푸른숲 책에는 연필로 흔적을 남기게 된다. 트라우마에 대한 모든 것이 정갈하게 정리되어 있다. 인문학 책을 이렇게 술술 읽는 날이 올 줄은 몰랐는데 매번 읽을 때마다 감탄이 끊이지 않는다. 저자가 직접 겪은 경험이 곁들여져 이해가 쉽고 공감의 강도가 높다. 인터뷰 형식의 글 또한 생생한 현실감을 느낄 수 있게 해 준다.

저자는 아버지처럼 사업가가 되려 했으나 막내 동생의 자살을 겪고, 정신 질환 및 자살과 관련된 집안 내력을 알게 된다. 이후 정신의학을 전공, 정신과 의사의 길을 걸으며 신경생물학과 심리학을 기반으로 정신 건강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앞장서고 있다. 또한, 트라우마가 미치는 해로운 영향을 줄이고 정신적 외상을 예방하기 위한 개인적•사회적 차원의 구체적인 해법을 제시해 많은 사람들이 트라우마로부터 벗어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이렇게 좋은 분들로 인해 몰랐던 지식을 습득하고, 알게 되니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어, 앞으로 나아갈 길의 지도를 그릴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레이디 가가는 지금도 치유를 위한 여행 중이다. 우리도 다르지 않다. 사람이기에, 사람이니까, 사람이라 계속 여행 중이다. 해로운 감정에서 벗어나면 더 나은 삶이 기다리고 있다. 트라우마를 안고 있어 힘든 사람은 어서 손에 이 책을 들길 바란다. 그리고 혼자 안고 있지 않길 바란다. 첫 발은 누구나 언제나 떼기 어렵다. 우리는 다르지만 다르지 않으니까.

*푸른숲으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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