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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읽어도 될까요?
  • 세상의 마지막 기차역
  • 무라세 다케시
  • 12,600원 (10%700)
  • 2022-05-11
  • : 9,952

사람은 누구나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나서야 깨닫는다. 자신이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아름다운 나날을 보내고 있음을.│9

그 애는 어린아이처럼 눈이 동글동글했다. 얼굴은 햇볕에 살짝 그을렸고, 낯을 가리는 성격인지 내 쪽은 거의 보지 않았다. 어쩌다 눈이 마주치기라도 하면 쑥스러워하며 눈을 깜빡이다가 바로 시선을 돌렸다.│21, 연인에게

“네 아버지는 세상을 떠나셨지만 아버지의 분신인 넌 살아 있잖아. 그러니까 네가 기뻐하면 아버지도 분명 기뻐하실 거야. 너의 행복이 고스란히 아버지의 행복이 될 테니까. 핏줄이란 그런 거잖아. 그러니까 넌 네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 돼. 항상 웃으면서 살면 된다고.”│40, 연인에게

“난 원래 낯을 가리는 편인데, 넌 처음부터 낯설지 않더라. 진짜 신기하다니까.”
‘나도 마찬가지였어.’│42, 연인에게

나는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현실이 아무것도 바뀌지 않아도 상관없다. 네모토가 살아 돌아오지 않아도 괜찮다. 나는 그저 딱 한 번만 더 그를 만나고 싶다.│74, 연인에게

“한 가지만 말하자면, 남에게 고맙다는 말을 듣고 네가 기쁨을 느끼는 일을 하면 좋겠구나.”│160, 아버지에게

“그러려면 사람을 많이 만나야 해. 사람을 꺼리면 안 된다. 삶에서 해답을 가르쳐주는 건 언제나 사람이거든. 컴퓨터나 로봇이 아니라, 모든 걸 가르쳐주는 건 사람이다. 그러니 용기를 내서 사람을 만나봐라. 사람들과 대화도 많이 하고.”│161, 아버지에게

“남남이었던 두 사람이 만나고, 손을 잡고, 입맞춤을 하는 거야. 극적이라 할 만큼 거리를 좁혀가는 방식이 대단히 멋지거든. 무엇보다 무수히 많은 사람 중에서 나를 선택해줬다는 사실이 얼마나 기쁜지 몰라.”│214, 당신에게

“그저 좋은 추억으로 남기고 싶지 않았거든.”│223, 당신에게

“내게 좋은 추억을 잔뜩 만들어 준 사람을 잊기는 어렵겠지요?”│300, 남편에게

#세상의마지막기차역 #무라세다케시 #김지연옮김 #모모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만날 수 있다면, 한 번만 더.

표지와 제목만 봐도 눈시울이 붉어지고 만다. 울음이 터질 것 같아서 일부러 밖에서는 많이 읽지 않았다. 단짝 친구를 만나러 서울에 가는 날도 이 책과 함께였다. 막 문을 연 백화점 앞에서 서서 아직 도착하지 않은 단짝을 기다리며 이 책을 펼쳤다가 두 장을 채 읽지 못 했다. 따뜻한 볕 아래서 읽고 있자니 눈앞이 더 일렁였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그 순간이 떠올라 눈물이 난다. 이렇게까지 깊이 내 이야기처럼 이입해서 읽은 책이 너무 오랜만이라 반가움을 금할 길 없다. 이런 작품을 얼마나 기다렸는지 모른다. 손에서 떼어 놓기 싫을 만큼 너무도 좋았다.

3월의 어느 봄날, 열차 탈선 사고로 많은 사람이 소중한 존재를 잃는다. 사랑하는 연인, 버팀목이 되어 준 가족을 잃은 사람들은 슬픔에 잠긴다. 그러던 중 묘한 소문을 접하게 된다. 사고 발생 지점에서 가장 가까운 역인 니시유이가하마 역에 가면 여고생 유령이 나타나 사고 당일의 열차로 인도해 준다는 것. 희미한 열차는 맺힌 게 있는 사람에게만 보인다. 열차에 오른 사람은 네 가지 규칙을 지켜야만 한다. 다시는 만날 수 없을 거라 생각했던 소중한 이를 만날 수 있다니.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모두 니시유이가하마 역으로 향한다.

네 편의 이야기가 각자의 사연을 풀어내다 어느 순간 연결된다. 앞의 이야기에 등장했던 인물이 다시 등장하는 순간, 울컥하고 만다. 막바지에 이르면 눈물이 주체가 안 된다. 카페에서 냅킨 두 장을 눈물과 콧물로 적실 정도로. 자꾸만 치미는 슬픔과 눈물 때문에 쨍쨍한 햇빛 속에서도 훌쩍이며 사무실로 돌아갔다.

사람은 태어나 삶을 이어가는 이상, 소중한 이를 잃을 운명에 처한다. 가혹하고, 잔인하게도. 나에게도 이런 기회가 온다면, 별이 된 사람을 다시 만날 기회가 주어진다면 어떨까.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만날 수 있다면. 그럴 수 있다면. 그럴 수 있다면 가장 먼저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다. 사랑한다는 말에 유독 인색했으니. 사랑한다고, 세상에서 가장 많이 사랑한다고.

1화. 연인에게
2화. 아버지에게
3화. 당신에게
4화. 남편에게

네 편의 에피소드 전부 잊지 못할 것 같다. 특히, 1화에서 도모코와는 한 몸이 되어 아픔을 같이 했다. 다음 달이면 결혼하려던 연인이 갑작스런 사고로 죽었다. 그 충격이 어느 정도일지 감히 짐작하기도 두렵다. 그럼에도 살아준다. 전보다 더 열심히, 더 씩씩한 모습으로. 아버지를 잃고도, 세상 유일한 내 편을 잃고도, 다시 태어나도 사랑하겠다는 남편을 잃고도 살아준다, 모두들.

일상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고, 지금 곁에 있는 사람이 전부라는 사실을 되짚어 준다. 소중한 사람은 잃고 나면 소중함을 알게 된다는 말이 있다. 잃고 나면 무조건 후회 뿐이다. 잃기 전에 가득가득 사랑을 전해야 한다. 수단과 방법을 전부 끌어모아서. 그래도 후회가 없진 않을 테지만 어떤 식으로든 사랑을 전할 테다. 도모코와 신이치가 그랬듯이, 유이치가 그랬듯이, 다카코가 그랬듯이, ‘아빠’가 그랬듯이.

*스튜디오오드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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