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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의 서재
  • 가만한 지옥에서 산다는 것
  • 김남숙
  • 12,600원 (10%700)
  • 2023-01-20
  • : 1,222

문체연구반 3기 세번째 책. 김남숙 소설가님의 글은 처음 접했다. 이제보니 이번에 젊은작가상도 수상하셨네. 93년생 소설가이시다 보니, 내 또래 여자사람친구의 일기를 훔쳐보는 느낌으로 읽게 되었다(제가 89년생이거든요). 아주 우울하고 아주 절망적인 일기....


내가 좋아하는 정준일이나 이소라의 노래와 닮은 면들도 있었다. 글에서 말하는 고통의 연원이 구체적인 때도 있었지만, 추상적인 경우도 많았다. 존재하는 것 자체가 고통스럽게 느껴진다고 울부짖는 언어들. 내게는 이것들이 글로 쓴 절규와 짜증과 비명, 혹은 그 모든 것처럼 보였다. 그래서 좀 무섭기도 했음.


사실 읽는 내내, 작가님께 “우울감의 특효약은 헬스장과 런닝”이라고... 말씀 드리고 싶단 생각을 마구 했다.... 스웨덴의 정신과 의사 안데르스 한센처럼.... “움직여라, 당신의 뇌가 젊어진다”라고 말해주고 싶어진 것이다. 무례한 거려나.


물론 ‘건강 지키기’가 일종의 이데올로기처럼 작동하는 면이 있다.

하지만 인류는 구석기 시대때부터 꾸준히 움직여 왔고, 현대인의 많은 병폐가 그런 활동의 부재로 인해 나타나는 것으로 추측된다는 연구 결과들도 많아서, 감히 이런 생각을 떠올리게 됐다.

외로움과 고립감이 정신을 병들게 하는 측면도 있다고 생각했다. 친구가 하나도 없는 사람처럼 보이진 않았지만. 사실 나는 최근에 여러 (읽고 쓰는) 친구들을 사귀고 만나면서, 이런 것들이 많이 해소된 감이 있는 것 같은데, 그런 의미에서 김남숙 작가님도 마음 맞는 친구들과 독서모임 같은 거 해보시면 되게 좋지 않을까 생각하게 되기도. 이미 하시려나. 근데 나 무슨 오은영임? 왜 이런 솔루션 제시를 자꾸 하게 되는 거임?


220p에선 나가이 가후의 소설 <강 동쪽의 기담>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데, 이런 대목이 나온다. “길거리를 걸으며 오유키를 떠올리는 오에 다다스. 오에 다다스가 좋은 점은 그가 체념에 매우 가까운 인간이기 때문이라는 점도 있다. 오에 다다스는 무언가를 체념하고 받아들이는 데 능통한 사람이니까”, 나 같으면 이 대목을 이렇게 썼을 것 같다. “길거리를 걸으며 오유키를 떠올리는 오에 다다스. 오에 다다스가 좋은 점은 그가 체념에 매우 가까운 인간이기 때문이라는 점도 있다. 2003년에 데뷔한 한국의 여성 그룹 가수 빅마마도 체념에 대해서라면 오에 다다스에게 한 수 접었을 것이다....” 체념 하면 빅마마니까.... 널 미워해야만 하는 거니....


이렇게 써놓고 보니, 영화평론가 이동진이 글에서 자주 인용했던 에이젠슈타인의 말이 떠오른다. “형식은 이데올로기의 벡터다.” 나는 내 형식, 내 스타일대로 살 수밖에 없는 거겠지? 여러분도 마찬가지고. 물론 그 스타일이라는 것은 고정불변하는 것이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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