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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념노트

대략 80대 언저리를 오고갈듯한 여성들 넷이서 뜨거운 아메리카노와 따뜻한 라떼와 아이스아메리카노와 아이스바닐라라떼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39금 이야기와 자식 자랑과 자식 한탄과 남편 자랑과 남편 한탄과 그 외 주변인들 이야기를 뜨겁게 하고 있다. ‘부질없는 짓을 한평생 내내 하는 인간들’이란 한 어머니의 통찰 어린 말이 귓속에 쏙 들어왔다. 요코야마 코이츠의 책을 완독하고난 후에 잠깐 머리를 식히러 멍 때리고 있던 와중에. 흥미로우면서도 틀린 말씀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요코야마 코이츠가 내내 주장하는 것과 맥락이 다르면서도 비슷한. 역시 건강과 언제 닥칠지 모르는 죽음이야기로 수렴이 되어간다. 버틸 수 있는 만큼은 버텨보도록 하자_고 한 어머님이 말씀하시고 있다.

패트릭 화이트를 읽다가 폭소가 터져나왔다. 자기애와 자괴감 사이에서 왔다갔다 시소 타기 놀이를 하면서도 엘리자베스는 명확하게 자신의 감정과 젊은 시절을 객관적으로 상기하고자 애쓴다. 강철 실로 단단히 침대에 꿰매어져 있단 표현이 사실적이어서 놀랍다. 온몸에 힘이 없어 스스로의 팔다리를 놀리는 일이 마음먹은대로 되지 않고 항문에 힘을 주지 못해 수시로 똥오줌을 침대 위 방수패드에 지리는 늙은 여인, 다른 이들의 간호 덕분에 목숨을 지탱하고 있는 부유하고 나이든 여인의 혀는 젊었던 그 시절과 여전히 다를 바 없다. 한때 천하를 호령했던 절세 미녀 엘리자베스 헌터의 죽음을 앞두고 딸 도로시와 아들 바질이 그녀 곁으로 찾아온다. 이야기가 슬슬 시작된다. 이럴 때 보면 붓다가 진짜 '몸'에 대한 통찰을 제대로 하긴 했어, 라고 감탄하면서. 어머님들은 지금 목주름 이야기를 하고 있다. 여성은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아름다움을 갈망하는 존재인가 싶은 생각도. 엄마가 얼마 전에 한 이야기 떠오른다. 젊음을 갖고 있던 시절에 그 젊음과 건강이 내내 지속될 거라고 여겼던 그 오만에 대해서. 고로 어미 된 입장에서 딸인 나에게 하고픈 이야기는 명쾌했다. 스스로의 욕망과 생명력을 함부로 탕진하지 말 것. 생명줄이 아슬아슬 꺼지기 전까지 할 수 있는 것들을 가능하면 많이 해볼 것. 하지만 엄마 안에도 불안은 은은하게 빛을 발해서 아니야, 그냥 다른 여자들 사는 것처럼 사는 게 행복이려니 하면 돼, 했다가 또 정반대 소리를 하고. 엄마, 그냥 내가 알아서 살게, 쫌. 이란 말이 저절로 나오고 말았고. 싹바가지 없는 년 되겠다. 남도 아니고 어미니까 하는 말인데, 그걸 다 알면서도. 기어코 할 말 다 하시는 우리 박여사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내가 언제 너 하고싶은 거 못하게 했어? 하고 싶은대로 다 하고 살면서 말이야! 싹바가지 없는 년! 하고 대분노!

아, 이런 건 다 아무 소용 없어, 그냥 안 아프게 죽고 싶어, 라고 제일 말씀을 많이 하신 어머님이 독백을 외치는 연극배우처럼 강하게 외치셨다. 우리 엄마가 매일 하는 그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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