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생과 장을 보면서 너무 밀가루와 고깃덩이만 잔뜩 사는 거 아닌가 하고 반성을 좀 했고 작년 오늘 열심히 달리기를 하고 있었는데 올해 너무 방만하게 살고 있는 거 같아서 안다르 조깅복을 사야겠다 했고 하지만 사고서 또 하지 않으면 꽝인데 하면서도 장바구니 안에 넣어놓았다. 동생이 사는 아파트 단지 옆에 새로운 아파트 단지가 들어섰는데 1년 동안 10억이 올랐다고 했다. 동생과 친한 나이 많은 언니가 이번에 또 새로 들어서는 아파트를 하나 사두라고, 그럼 1년 후에 10억 더 벌 거라고 했다고 한다. 신기한 세상이다, 라는 느낌만 들뿐이다. 물질적으로 풍요롭다는 건 어떤 걸 의미할까?
살이 찌는 건 정말 눈 깜짝할 새, 하지만 빼는 건 의지를 갖고 하는 경우 다른 이야기가 된다. 스트레스 잔뜩 받아서 밥을 도저히 못 먹을 경우에는 쑥쑥 빠지지만 소화 기관이 건강해서 사는 게 꽤 흥미롭게 느껴지는 경우에는 아무래도 먹는 즐거움도 중요한지라. 틈새 운동을 자주 하고_ 인간의 몸은 움직이는 만큼 군살이 빠질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갖고 있다_ 틈새 미온수를 마시는 일을 자주 한다. 중간중간 스케줄 틈틈 책을 읽고 커피를 마셨다. 오늘의 단어를 외우고 또 결혼식에 참석해야 하는지라 준비를 하고 후다닥 나가야 한다. 어쨌거나 봄은 봄이로구나 싶다. 20년 같이 살던 친구 커플이 이혼했고 이혼 도장 찍자마자 재빨리 재혼을 하는 걸 보고 이햐 놀라웠다. 역시 인생은 알 수 없는 일. 유교걸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헉 하고 놀랐다. 사랑에 광속도로 빠지고 바로 재혼을 하는 것도 대단해보였다. 친구도 친구의 전남편도 같은 소리를 하긴 했다. 우리가 이 정도 살아봤으니 아는 거지만 우리 평생에 몇 번이나 사랑을 할 수 있겠어? 라고. 동의한다. 아주 자그마한 결혼식,이라고 해서 기대.
머리 박박 밀고 절에 들어가겠다는 후배를 간절하게 말리면서 그냥 이혼하고 편하게 살아라 설득하며 소주 두 병을 마셨고 여전히 헤롱헤롱. 월1회 하는 독서모임에 참석하자고 친구 녀석이 꼬셔서 또 꼬드김에 넘어갔다. 독서모임 멤버들이 꽤 유쾌하다. 모임에 참석하기 전 시간이 맞아 커피만 같이 마셔봤지만. 삶에 있어서 사랑과 자유가 차지하는 영역이 그닥 크지 않다고 여기며 살아가는 이들과는 겹쳐짐이 서서히 흐릿해져간다. 나쁘지 않은 일이다. 네가 틀렸다, 네가 그렇게 살아가는 방식은 옳지 않다, 그러니 내 말을 따라라, 라고 직간접적으로 조언하고 충고하는 이들과도 전혀 아쉬움 없이 아듀를 고하고 연락처를 삭제한다. 그 말이 옳고 그 조언이 진실되지 않다고 여기지는 않는다. 다만 그 옳고 진실된 조언은 자신의 삶에만 해당이 된다. 다른 인생에도 그 조언이 적절한 효력을 발휘할 거라고 여기는 건 좀 지나치게 오만하지 않은가 싶다. 웃긴 건 또 그만큼 새로운 이들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 삶이란. 무한에 가까운 개인들, 그러니까 무한에 가까운 고유성들이 존재한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이다. 서로가 서로를 만나 어떤 일들이 생겨나고 또 어떤 에피소드들이 탄생하는지는 미리 짐작하여 헤아리기 어려운 일이다.
잠깐 짬이 나서 단골카페에 들려 병렬독서를 했다.
In speaking and acting, we show our uniqueness.
Im Spreshen und Handeln zeigen wir unsere Einzigartigkei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