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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념노트
  • Normal People (Paperback)
  • 샐리 루니
  • 19,040원 (20%960)
  • 2020-02-18
  • : 732








소설 속에서 압도적으로 좋아하는 장면, 코넬이 마리안느의 오빠 앨런에게 경고하는 장면. 다시 한번 더 마리안느에게 손을 댄다면, 마리안느에게 욕을 하면 내가 널 죽일 거야, 라고. 사랑 안에서 일어날 수밖에 없는 권력이라는 속성을 다시 한번 깨우치게 하는. 사랑은 모든 인간관계에서 힘 겨루기를 할 수밖에 없게 한다. 거기에서 강자와 약자의 위치가 분명하게 정립된다. 부모와 자식 사이에서도, 형제와 자매, 남매 사이에서도, 친구들 사이에서도, 스승과 제자 사이에서도, 연인과 부부 사이에서도. 그 마음을 볼모로 삼는 일에 대해서 연달아 소설을 읽는 동안 캐치. 앤드류가 니나를 갖고 뒤흔들 수 있는 건 니나의 딸 세실리아를 볼모로 삼기 때문이고 앤드류가 자신과 니나의 자식을 간절하게 바라는 까닭도 니나를 확실한 볼모로 삼을 수 있기 때문이다. 너는 내게서 도망칠 수 없어. 그렇다면 노멀 피플에서 마리안느가 코넬과의 관계에서 자신의 존재 전부를 볼모로 삼는 건 어떻게 볼 수 있을까. 그 누구보다 자신을 사랑해주기를 원하면서 스스로를 볼모로 삼는 건. 마음을 볼모로 삼으면서 관계를 유지하는 게 어떻게 가능할 수 있을까. 자신의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고자 상대방보다 내가 더 사랑의 위치에 있어서 위에 있다는 걸 알리고자 하는 것. 정말로 힘 있는 사랑이라는 게 뭘까? 관찰하는 입장에서도 그렇고 여러 이들과 사랑을 주고받는 관계에 있어서도 그렇고 두 권의 소설을 연달아 읽는 동안 진실로 힘이 있는 사랑이라는 건, 그러니까 압도적인 사랑의 빛 아래에서 마음놓고 숨을 쉴 수 있고 몸에서 모든 긴장을 빼낼 수 있다면_ 굳이 마음을 볼모로 삼을 까닭이 대체 무어란 말인가. 좋아하는 마음 그대로, 온전하게 이어지지 않을 경우 어디 네가 감히 나를 거역하느냐, 라는 뜻. 많이 좋아하지만 많이 사랑하고 있다는 걸 알지만 그럼에도 어디 네가 감히, 라는 상대방의 뜻을 알아차리게 되면 사랑의 감정이 미끄덩거리고 구역질나는 이물질의 형태를 띠게 되어 급하게 운동화끈을 묶게 된다. 사랑은 좋지만 볼모가 될 생각은 없어. 강한 마음의 작용성. 엄마를 버리고자 한 적도 없고 엄마에게서 버림을 받고 싶다 라는 마음도 품어본 적은 없지만 엄마가 나를 자유롭게 사랑하지 않는다면 멀리 가급적 멀리 갈 수밖에 없어, 라는 뜻은 엄마에게도 이성적으로 이야기했다가 잔인한 년이라는 말을 듣긴 했지만. 사랑이 감옥이 되는 경우에 대해서. 입센도 다시 읽어보긴 해야겠군. 갓난아이를 품에 안는 여인의 입장. 갓난아이가 되어보기도 하고 그 여인이 되어보기도 하고. 굳이 권력의 정점에 도달해야겠다_라거나 지대한 사랑의 대지가 되어보겠다_ 이런 마음은 없지만. 사랑을 주는 입장에서 사랑을 받는 위치를 동시에 가지는 순간 인간은 제일 취약한 존재가 되어 자신의 모든 무기를 내버리게 된다. 샐리 루니를 읽는 동안 사랑이 무기가 될 수도 있지만 얼마나 비루한 존재로 만들 수도 있는지. 스승이 농담조로 나는 요가를 이만큼 가르쳐서 누가 나를 싫어하면 단박에 그 기로 알아채지, 라고 했을 때 속으로 풉, 대꾸하면서 그 정도는 요가를 이만큼 하지 않아도 다 알 수 있음, 누가 나를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 단박에. 괜히 마음의 작용이라는 게 있는 게 아님, 하고 비웃었다. 다섯살 아이도 다 아는 사실을. 주체성,이라는 말을 그 어느 때보다 자주 사용하는 나의 어린 여인의 말을 빌려 주체적으로 서로를 사랑한다는 건 정말 근사한 일이로구나, 라는 걸 노멀 피플 마지막 장면을 읽으면서 새삼 느꼈다. 판타지를 공고히 하는 일에 대해서 비겁하게 변명을 내세울 생각 같은 건 해보지 않았다. 정반대의 길을 택했다면 지금 나는 이곳에 있지 않기에.


You should go, she says. I‘ll always be here. You know that. - P2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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