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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책


남에게 이해되지 않는다는 점이 유일한 긍지였기 때문에, 무엇인가 남들을 이해시키겠다는 표현의 충동을 느끼지 못했다. 남들 눈에 띄는 것들이 나에게는 숙명적으로 부여되어 있지 않다고 생각했다. 고독은 자꾸만 살쪄 갔다, 마치 돼지처럼. 13p
자나깨나 나는 우이코가 죽기만을 바랐다. 내 수치의 입회인이 없어져 버리기를 바랐다. 증인만 없다면, 지상에서 수치는 근절되리라. 타인은 모두 증인이다. 그러나 타인이 없으면 수치라는 것도 생기지 않는다. 나는 우이코의 모습, 어두운 새벽 속에서 물처럼 빛을 발하며 내 입을 잠자코 주시하던 그녀의 눈 뒤에서, 타인의 세계-즉, 우리들을 결코 혼자 내버려두지 않고, 자진하여 우리들의 공범이 되며 증인이 되는 타인의 세계-를 본 것이다. 1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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