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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숲

중학교 사회 시간에 대강 배운 세계사는 너무나 흥미로운 과목이었다. 고등학교에 가면 세계사라는 과목이 따로 있다는 사실을 알고 얼마나 기대했는지 모른다. 하지만 고등학교 2학년 때 이과반은 세계사 대신 지리를 배우게 되었다. 그렇게 세계사라는 과목은 늘 목마른 그런 과목이었다.
중학교 때 처음 맛본 세계사는 그 당시 푹 빠져 있던 팝송과 영화와 마찬가지로 유럽 중심의 세계사였다. 그때 나는 우리나라가 아시아의 일족이라는 사실이 부끄럽고 또 안타까웠다. 유럽적이지 않은 것은 모두 미개하고 야만하다는 것을 보여준 우리의 옛 사회 교과서, 침략자의 관점을 미화시킨 세계사 교과서로 세계를 배우고 역사를 배운 아이들은 거의 그러할 거라는 생각이 든다.
살아있는 세계사 교과서는 유럽 주연, 중국 조연의 세계사를 넘어 인류의 역사를 담은 세계사를 새로 썼다고 말한다. 우리의 시각으로 세계사를 봤다고 하지만 우리를 미화시키거나 과대포장 하는 면은 보이지 않는다. 다만 기존의 교과서가 가진 일방적(승리한 자) 관점이 아니라 그동안 소홀하게 다뤄왔던 세계에까지 고른 시선을 주었고 또 소개하려고 하였다. 열의가 지나쳐 때로는 방만하기도 하지만 이 분들의 의도와 노력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예전에 살아있는 한국사 교과서를 봤을 때 풍부한 사진과 그림 자료들에 감탄은 하면서도 교과서라는 형식에서 오는 한계로 인해 혼자서 쭉 읽어 보기에는 좀 그렇겠구나 생각했는데 그것은 읽어보지 않고 대충 훑어본 사람의 기우였다. 교과서라는 형식에 걸맞게 그리고 그 분량에 맞게 세계사의 큰 흐름과 줄기를 살펴 볼 수 있고 기존 교과서의 조잡한 삽화가 따라올 수 없는 선명한 그림과 사진들은 눈을 즐겁게 한다. 대안교과서를 준비하기까지 엄청난 자료가 필요했겠지만 <살아있는 세계사 교과서>에 소개된 사진과 그림을 보면 이 분들이 얼마나 많은 노력을 쏟았을지 충분히 상상할 수 있다. 도판의 상태 또한 무척 좋다.
 한정된 공간에 담아내기에는 너무나 많은 이야기가 있어 부족한 듯 보이기도 하지만 세계사의큰 흐름을 파악하기에는 가장 좋은 책이라고 할수도 있겠다. 그러나 옆에 붙은 해설과 도판 설명은 산만한 감도 있다. 이것 저것 보느라 눈이 바쁘기 때문이다.
이 책이 가장 빛을 발할 때는 선생님과 아이들의 수업시간이라는 생각이 든다. 중학생 정도의 학령이면 충분히 읽고 이해하겠지만 이 책은 교과서이기 때문에 구체적 내용은 부족한 편이다. 하지만 이책으로 수업을 하고(고루한 시각을 가진 선생님들은 반드시 노력하셔야 할듯)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눈다면 일방적이지 않은 역사의식을 가질 수 있을거란 생각이 든다.
우리가 기존의 교과서로 배우면서 콜롬버스의 신대륙 '발견'이라는 말에 아무 의심을 할 수 없었다면 <살아있는 세계사 교과서>로 공부하게 될 아이들은 그런 시각은 갖지 않을거라는 생각이 든다.

당시의 생활상을 엿볼수 있고 유명인(?)의 생활을 만날 수 있는 청소년의 삶과 꿈, 여성의 역사 코너는 아주 재미있는 코너였다. 고전 경제학자들의 주요 이론과 그 반론을 쉽게 소개하고 당시의 주류가 아닌 것들에도 눈길을 준 시대와 만나다 코너의 알찬 내용도 돋보였다.
간단명료하게 세계사의 큰 흐름을 알기에는 부족함이 없지만 그 알맹이를 채워내고 그 시대를 알아가고 배우기 위해서는 관심을 갖고 다른 책을 곁들여 본다면 더 좋을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서평단에 뽑혀서 받게 된 책이다. 강유원은 돈주고 사서 본 책만 서평을 쓴다고 하더라.
두 권이나 되는 좋은 책에 대한 욕심으로 서평단 신청을 했다. 하지만 이건 너무 큰 욕심이었다. 보고 싶은 책은 왜 그렇게나 많고, 서평에 대한 부담으로 무겁고 빚진 마음으로 불편한 나날(?)을 보냈다. 시간이 더 지난다해도 다른 분들이 쓰신 것 같은 주옥같은 리뷰는 못쓸거라는 생각이 들어 이렇게 허접한 리뷰라도 쓰게 되었다. 정말 부끄럽고 다시는 서평단 신청을 하지 않아야 겠다는 다짐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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