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을 먹고 산책을 나갔다가 휘몰아치는 찬바람에 날씨가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12월 들어서니 날씨가 역시 다르구나 싶다. 이래야 겨울이긴 하지만 추위에 취약한 나는 벌써 걱정스럽다.
12월이 되었다는 것은 올해도 달력이 한 장 남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제 이런 것을 세는 것도 별 의미는 없다 싶다. 매 해 시간 가는 것이 빨라서 우물쭈물하는 사이에 연말이 되어 있기 때문이다.
10월에 십수 년만에 혼자 해외 여행을 다녀왔는데 11월은 함께 사는 사람과 여행을 다녀왔다.
이번에 여행을 하면서 느낀건데 옆지기는 일본 엔터테인먼트 문화에 관심이 있지만 나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물론 스포츠 만화는 좋아한다).
나는 엔터테인먼트보다는 역사에 관심이 많다. 유물이나 유적을 체험하고 서점, 도서관 등에서 책을 보는 일이 즐겁다.
그러고 보면 '문화'라는 개념은 방대할 수 있겠다.
서로의 여행 스타일을 생각해서 코스 일부를 나눴다. 나는 도쿄대학교나 메이지 신궁을 홀로 여유있게 즐겼다.
물론 그렇다 해도 대부분의 여행은 함께 했다(술집에 갈 때는 둘이니까 시선을 신경쓰지 않아도 되어 편했다).
이 사람이 이런 것에 관심이 있구나 체크하면서 새롭게 알아가는 것도 있다. 아무리 연애를 오래 하고 결혼한지 10년이 넘었다고 해도 새로운 모습을 발견할 때 재미가 있다.

작년에 이곳에서 영어 원서를 함께 읽었다. 사정상 중단이 되어 아쉬웠는데 다시 진행이 된다고 해서 다시 참여해야겠다 생각했다. 원서를 꾸준히 읽는다는게 결코 쉽지가 않아서다. 혼자서도 읽을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하루 중 시간을 따로 내어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그 결심을 이어가는 것이 어렵다. 그 전에도 원서를 안 읽은 것은 아니지만 매일 지키기가 참 어려웠다. 그러다보니 영어 원서 읽기 실력은 늘 지지부진하다.
그나마 원서를 며칠 계속 읽으면 아주 조금씩은 스스로 나아진다는 것이 느껴진다. 그걸 다시 느껴보고 싶었다.
각설하고 10월부터 11월까지 진행된 <The Affair>를 읽는 중이다. 10월에는 스케줄이 많아서 시작을 못했고, 11월 들어서자마자 시작하려고 했는데 책이 늦게 도착한데다 개인 스케줄이 많아지는 바람에 늦어졌다.
읽어보니 기존에 읽어왔던 책들보다 리딩 수준이 더 높은 것 같다. 분명 쉬운 단어와 구조로 된 문장이 있지만 군대에서 사용하는 용어나 숙어 표현이 많아 번역서 없이 읽으려니 진도가 수월하게 나가지 않는다.
번역서를 읽어야 하나 싶은데 아직까지 영어 원서를 읽으면서 번역서를 읽어본 일은 없어서 그냥 원래대로 읽어보려고 한다. 대강 느낌과 맥락만 파악하며 읽지 않을까 싶다.
중국어 원서는 계속 읽어나가는 중이다. 웨이신두슈의 도움이 큰 것 같다. 종이책을 펼 시간조차 나지 않을 때는 앱을 켜고 다만 한 페이지라도 보려고 하고 있다(그럼 킨들도 그렇게 하면 되잖아! 생각해보니 민망하군). 다른 언어도 그렇겠지만 중국어도 단어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하는데 그걸 하지 않아서 나올 때마다 헷갈리는 것들이 있다. 단어, 숙어들을 볼 때마다 머릿 속에 착착 입력되면 얼마나 좋을까. 그게 안되니까. 별 수 있나. 알던 것도 뒤돌아서면 잊어버리니 그저 매번 나올 때마다 반복하는 수밖에 없겠지.
올해 구입만 하고 읽지 않은 책을 점검하다 건너뛰었던 <아킬레우스의 노래>를 얼마전 읽었다. 이걸 읽다 보니 같은 작가가 쓴 <키르케>를 읽어보고 싶은 것이다. 그러다 불현듯 펀딩한다고 산 원전 <일리아스>와 <오딧세이아>를 보면서 뜨끔했다. '아이고! 아직도 이리 건너뛴 책들이 많다니...' 꺼내는 놓았으나 선뜻 손이 가질 않고 있다ㅎㅎㅎ(키르케는 도서관에서 빌려볼 작정)
지난 달 한국 민주주의의 역사를 보았는데 독서 모임 책으로 <파시즘>을 읽게 되었다. 자연스레 구입해놓은 <죽음정치>가 수면 위에 떠오르는...
손택의 <해석에 반하여>를 펀딩 신청해놓고 그 전에 <여자에 관하여>를 봐야겠다 싶었다. 읽고 있는데 놀랍게도 뒷부분에 파시즘이 언급된다. 전체주의와 미학이 양립할 수 있는가에 대하여 묻고 답한다. 리펜슈탈(의 영화)을 몰라서 관련 자료를 찾아보는 과정을 거치고 있지만 파시즘, 전체주의에 대해서 좀 더 정확하게 이해해야할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진짜 너무 읽을 게 많은데 시간은 한정적이니 이제는 정말 선택과의 싸움인가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