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리뷰] 첫 여름, 완주
거리의화가 2025/05/11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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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 여름, 완주
- 김금희
- 15,300원 (10%↓
850) - 2025-05-08
: 63,370
봄에서 시작하여 여름의 초입을 지나 뙤약볕을 쬐고, 폭풍 같은 비바람을 만난 뒤 평온해지는 느낌.
이 책은 여름 한 계절을 겪는 주인공의 이야기다. 계절 하나를 보내는 것이 뭐 그리 대수인가 싶지만 이 경험은 주인공에게 새로움이었다.
주인공은 손열매, 어린 시절을 충남 보령에서 비디오 가게 손녀 딸로 살다가 커서는 상경했다.
성우가 되었으나 프리랜서로 수입이 일정치가 않아 고군분투한다. 어느 날부터 목에 문제가 생겨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을 때가 있었고 정신과 진료 결과 우울증이라는 진단을 받는다. 아마도 일로 스트레스를 받은 것도 있지만 함께 살던 룸메이트 언니에게 돈을 빌려줬다가 떼인 것도 큰 몫을 했을 것. 그녀는 목 때문에 일도 할 수 없어 수입이 거의 끊겨서 룸메이트 언니인 고수미의 고향 집을 찾아가기로 하면서 소설의 무대는 그곳으로 이동한다.
손열매는 심신이 지쳐있어서 매사 시니컬했다. 고수미 고향은 서울에서 1시간 남짓 걸려서 도달할 수 있는 동네였다.
지하철에서 내려 마을을 향해 가는 버스에 탔다가 어저귀를 만났다.
고수미 고향 집을 찾아가니 고수미 엄마는 이미 그런 일을 많이 겪은 듯 달관한 태도였다. 고수미는 이곳에 찾아온지 오래인 듯했고 열매는 딱히 어디 갈 데도 없어서 이곳에 세입자로 지내게 된다.
이곳은 열매에게 온통 신기한 곳이었다.
항암치료를 하면서 아침마다 장례를 위해 시신의 염을 하러 가는 고수미 엄마가 있었고
지나치게 슬픔에 대해 논의하는 아이들 양미, 파드마, 율리아가 있었다.
유명한 배우가 대저택에 은둔하며 사는 곳이기도 했다.
인류애를 잃어버렸다면서 온갖 마을 일에 도움을 주는 어저귀가 있었다.
마을의 논밭을 다 밀어버리고 골프장으로 개발하려는 개발회사가 있었다. 개발을 위해 마을 사람들을 설득하고자 중간 다리를 놓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 사람의 설득에 넘어가 동조하는 마을 사람들이 있었지만 상당수는 지금의 마을을 지키고자 하는 사람들이었다.
그곳은 풀벌레 소리, 전나무 냄새가 느껴지는 곳이었으니까.
이처럼 마을은 개발을 두고 분열이 일어났는데 이는 수해 때문에 생긴 큰 사건이 있어서다.
결론적으로 고수미는 이곳에서 지내면서 욕망을 다시금 되찾게 된다.
그렇지만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도 반드시 있음을 그녀는 깨닫게 되었다.
인생의 무게는 가벼울 리 없다. 아직 내가 그 무게를 알 수 있는 나이라고 생각하지 않지만.
때론 살면서 비굴해지는 경우도 있다. 그래도 괜찮다. 실수할 때는 인정하면 된다고 생각하니까(그러지 못한 경우가 많지만).
싱그러움이 느껴지다가도 온전히 맑지만은 않아서 물기 어린 시선이 느껴졌다.
살아 있는 것이 살아 있는 것을 돕고 싶은 마음. 나는 그것을 갖고 있을까?
소설을 읽으며 이 여름을 조금은 더 잘 견뎌낼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참고로 이 책은 오디오북으로 먼저 나오고 뒤에 종이책이 나온 경우다. 윌라 독점 계약으로 오디오북 프로젝트로 작가가 원고를 썼다고 한다.사투리, 음향 효과 등 때문에 이 소설은 가능하면 오디오북으로 접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프로젝트로 성우를 비롯하여 배우들이 재능 기부를 했다고 한다. 나도 오디오북으로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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