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0.15
하이퍼텍 나다, 친구들과
생각해보니 홍상수 영화는 말만 많이 들었지
정작 본 건 없었다
이상하게 얘기를 많이 들으면 흥미가 떨어져 보고 싶지 않다
청개구리 근성 때문인가?
암튼...
목욕탕 보이스 이선균 땜에 보고 싶었는데
이번 영화에선 이선균 목소리가 유독 더 울려서 부담...
친구들은 홍상수 영화가 전보다 재밌어졌다고 하는데
난 이걸 처음 본거라...재밌다
정말 웃겼다
소주 패트병이 그렇게 웃길 수가...
꼭 대학 때 모습 같아서 너무 웃겼다
그때는 이해하지 못했던 말들, 알 수 없었던 행동들이
이제는 뭔지 알 수 있어서, 웃겼다
뭐 암튼.
생각해보면 난 내가 생각치도 않았던 사람과 사귀었다
그 애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 없었는데
느닷없는 고백에
새벽 가로등이 너무 눈부셔서 그애를 보는게 너무 떨려서
좋아하게되었다
내가 한참 좋아했던 사람도, 그냥 알던 선배 였을 뿐이었는데
느닷없는 친절에 나에게 마음이 오는가 싶은 행동들에
설레어서 좋아하게되었다
난 좀 느닷없이 다가와 내 맘을 설레게 하는 사람을 좋아하는 거 같다
영화보고 왠 엉뚱한 얘기냐고?
그냥 영화보니, 잊고 있던 옛사람들이 떠올랐다
감독이 바라던 게 아니었을까?
하지만 옥희의 영화는 끝났고
은 남자나 젊은 남자나 이제 다 옛남자이다
뭐 옛사람이니까 이렇게 다시 꺼내보고 잘라 붙여보고 할 수 있는 거겠지
다시 또 누군가에게 설레이겠지?
그 사람은 좀 밝고 다정하고 잘 웃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