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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밤
  • 감독 :
  • 주연 :
  • 개봉일 : 0001-01-01
  • 평점 :

 

중앙시네마, 혼자

 
 

친구가 좋다고 해서 봤는데
친구의 극찬은 듣지말걸 그랬다
확실히 기대치가 생겨버리면 무엇이든 반토막밖에 얻지 못한다

 
어쨋든
 

친구의 말만큼 감동을 느끼진 못해 좀 아쉽지만
그게 아니라도 무척 아름다운 영화다
 

이창동 감독의 전작 <밀양>이 떠오르기도 하고
그게 아니라도 이 자체로 좋다

보시라, 다들 꼭 보시라
 

김용택 시인도 나오고 황병승 시인도 나온다
두 시인이 나오는 장면에선 나도모르게 풋

 
 

나는 영화가 끝나고

진심으로 사는 것이 어떤 일인가 생각했다

주인공 미자 할머니는 진심으로 살고 있다

병원에서 만난 자살한 학생의 어머니의 울부짖음에 진심으로 걱정하고 간병겸 파출부 일도 진심을 다하고 외손주에게도 멀리 있는 딸에게도, 그리고 진심으로 시를 쓰고 싶어 한다

진심으로 시를 쓰고 싶어하는 그 눈빛은

진심으로 살고 싶어하는 눈빛과 같아서

나는 자꾸 부끄러워지고 부끄러워졌다

 

이 영화에 대해서는 긴말이 필요없을 것 같다

그저 보시라

 

 

# 기억남는 장면 하나

시낭송회에 간 미자 할머니가 자작시낭송을 마친 아주머니 옆으로 가서 묻는다

시상을 어떻게 떠올려요? 어떻게 해야 시를 쓰죠?

둘의 대화내용보다 기억에 남는 건 대화 내내

아주머니를 간절히 바라보는 미자 할머니의 눈빛과

단 한번도 미자 할머니를 보지 않고 빗겨간 시선으로 말하던 아주머니

 

글을 배운다고 이러고 있는데,

글공부를 무슨 훈장이나 격식 혹은 우월의식을 갖기 위한 어떤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을 자주 본다

그럴 때마다 나는 나같은 사람은 여기 이러고 있음 안되나 싶기도 하여 좌절하고, 그래도 아니다 나같은 사람도 있어야 한다 해서 힘내기도 하고 머 그렇다

난 그냥 서운한 사람 없이 한사람한사람의 이야기에 귀기울여주고 싶을 뿐이다 아- 나의 세계는 참 소소하구나

 

 

# 기억에 남는 장면 둘

시강좌시간 '나의 아름다운 순간'에 대해 발표하는데,

불륜이지만 사랑에 빠진 이야기

늦게 얻은 태양같은 아이 이야기

어렵게 얻은 1000에 8만원짜리 임대주택 이야기

미자 할머니는 아주 어린 시절

아픈 엄마가 누워있고 나이 차이가 좀 나는 언니가 자신을 돌봐준 이야기를 꺼낸다 자기가 3-4살쯤되었을 듯한 최초의 기억이라고 말한 '예쁘지, 우리 미자 예쁘다 이리온' 그 말에 아장아장 따라가던 자신의 걸음

눈물을 흘리는 예순이 넘은 미자 할머니

 

영화를 보기 전 친구가 이 질문을 나에게도 했다

나도 뭐 어떤 순간들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나의 첫 기억, 나를 예쁘다고 불러주고 따스하게 안아주던 그 첫 기억 나의 처음이 아름다운 순간이었다면 나의 삶이 얼마나 아름다웠을까

 

아름다운 미자 할머니의 삶은 아름다웠다

 

 

# 기억에 남는 장면 셋

영화 초반 미자 할머니가 간병겸파출부일을 하는 슈퍼에 갔을때

카메라는 슈퍼 입구를 한참 비추며 그 앞을 지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재잘거리는 아이들 목소리, 계산하는 아줌마 소리 등등

그리고 자연스럽게 미자 할머니가 등장한다

근데 문득 이창동 영화에선 낯설지 않은 장면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주인공 입장하고 씬이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한참 그곳의 다른 사람들을 보여주고 그 안에서 자연스럽게 인물들이 등장하고 움직이고 살아간다

 

 

이 영화에 대한 소식이 좋은 편이고

오늘 영화관에서 옆자리 앉은 여자가 자꾸 나갔다 오고 전화기 켜고 앞자리 사람은 몸뚱이 가만히 안 있고 왔다갔다 움직이고 뒷자리 사람은 자꾸 나갔다 오며 의자 툭툭 치고...

집중에 좋은 자린 아니어서

한번 더 봐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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