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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밤
  • 우리 의사 선생님
  • 감독 :
  • 주연 :
  • 개봉일 : 0001-01-01
  • 평점 :

아트센터 선재에서 동생이랑
 

자매가 더 많이 싸울까
형제가 더 많이 싸울까
남매가 더 많이 싸울까?

 
모처럼 토욜, 동생과 영화보러 선재까지 가서
결국 싸우고 돌아왔다

 
머 어쨌든

 
보고 싶었던 영화는 중간에 쪼오끔 지루했지만
그래도 굿굿!!


난 또 찔끔 눈물을 흘렸고
동생은 또 우냐? 라는 표정으로 눈을 흘겼다

 

 
처음부터 의사가 의사가 아닐거라는 생각을 했다
추리라기에 의사가 왜 사라졌나보다는 사라져서 어디갔나를 추적하나보다 했다
그런데 완젼 잘못 짚었다

 

 ☆ 의사선생님은 마을의 우상이다

마을 노인들을 구석구석 살펴주고 찾아가 도와주고 그들과 함께, 그들 안에서, 그들의 위하여 살아간다

 
긴병에 효자없다고 마을에서 제일 나이많은 영감이 돌아가셨다
아무래도 점심에 먹은 초밥이 문제인 듯 싶은데
심폐소생술을 하려던 의사 선생님의 손이 멈춘다
조용히 앞치마를 부여잡는 손주며느리의 손을 본 것이다
손주며느리는 오랜 병수발에 지칠대로 지쳤다
의사 선생님은 그대로 운명하셨다 말하고
손주며느리는 그제야 앞치마를 움켜쥔 손을 놓는다
의사 선생님은 죽은 영감의 몸을 일으켜 등을 두드리며
그동안 고생 많으셨습니다, 라고 말한다
그리고 영감 목에 걸린 초밥이 튀어나오고 영감은 살아난다

 
귀신이 약을 먹지 말라고 하는 할머니가 있다
한참 얘기를 들어주던 중
할머니 집에 약배달을 온 제약회사 직원이 빗자루를 들고
귀신과 싸우는 시늉을 한다
그리고 할머니는 약을 먹기 시작한다

 

 
의사선생님은 사실 의료기기 외판원이었을 뿐이다
시골마을에 의사가 필요해 의사선생님을 모시러 도시로 간 이장이
공무원들 정기검진을 할때 의사들 차에 타고 있던 '이노'를
의사인줄 알고 모셔온 것이고
병원 드나들며 귀동냥으로 들은 지식으로 '이노'는 의사행세를 한 것이다
그리고 그를 알아본 제약회사 직원은 이를 빌미로 자신의 약을 그 마을에 정기적으로 팔았던 것이다

 
그런데 '이노'는 처음에 왜 의사가 아니라고 말 못했을까?

 

☆ 비가 많이 오던 날 산사태가 난다

흙더미에 깔린 마을 주민이 실려오고 어깨가 많이 부었고, 갈비뼈가 부러졌다 빨리 큰 병원으로 옮겨야한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부러진 갈비뼈가 폐를 찔러 급성 기흉이 시작된 것이다 이제 촌각을 다투는 삶과 죽음이 기로에 있다
그 보건소 간호사는 응급실에 있었던 간호사였고
환자의 상태를 보고 바로 기흉인 걸 알고 빨리 폐를 찔러 공기를 빼야한다며 준비를 하고, 바늘을 '이노'에게 넘긴다
'이노'는 그 바늘을 받지 않고 망설인다

 간호사는 의사의 실체에 놀라지만 자기가 찌를 순 없으니 어서 받으라고 한다
'이노'는 바늘을 받아들고, 실습나온 의대생 몰래 간호사의 눈짓으로 무사히 바늘을 찔러 살리고, 큰 병원으로 옮긴다
큰병원에서 수술을 받는 동안 '이노'는 캄캄한 창밖만 바라본다
그리고 그 옆, 엘리베이터 문이 열린다
'이노'는 텅빈 엘리베이터를 바라보다 발걸음을 옮긴다
발을 반쯤 걸쳤을 때, 환자가 나오고
사람들은 환자가 나오자마자 '이노'를 부른다

"의사 선생님"

'이노'는 발걸음을 거둬 그들에게 간다

 

진짜 의사가 아니지만, 차마 그들을 모른 척 할 수 없어
계속 그들과 함께 그렇게 있게 된 '이노'

 

 
☆ 마을 병원에 오지 않는 한 할머니가 있다

할아버지가 병으로 죽은 후 혼자 사는 할머니
그녀의 셋째 딸은 대학병원 의사다
그래서 '이노'는 그 할머니를 진료하길 꺼린다
어느날 빈혈로 쓰러진 할머니를 동네 청년들이 발견하여
의사 선생님을 부른다

그간 쌓은 지식으로 진료를 하니, 할머니는 위암일지도 모를 상태
하지만 진료를 거부하는 할머니
'이노'는 슬적 진료용 후레쉬를 그 집 장농 아래 굴려두고
늦은 밤 다시 찾아와 말동무가 되어주고 밥을 얻어먹으며
대화를 나누고, 할머니는 다음날 진료를 받으러 나온다

자신의 병이 심각한 걸 아는 할머니는
자식들에게 부담주기 싫어 말하기 무척 꺼려한다
'이노'는 그런 할머니 편이 되어 위궤양이라 해준다

딸들이 일년에 한번 할아버지 기일에 할머니를 찾아온다
셋째딸은 엄마의 약봉지를 발견하고 의사선생님을 만나러온다

 
할머니와 약속대로 대학병원 의사인 셋째딸 앞에서
위궤양이라고 둘러대던 '이노'는
그녀가 의심을 거두고 엄마에게는 내년에나 올 거란 말을 듣고

잠깐 앉아 기다리라 말하곤 그대로 나가 사라진다

길에서 만난 제약회사 직원에서
할머니의 진짜 내시경 사진, 위암으로 구멍이 뚫린 위 사진을 보내고 말이다

 
'이노'는 진짜 의사는 아니었지만, 많은 죽음을 늦추고
많은 죽음을 인정해주었다
하지만 죽어가는 사람을 돌보고 살리는 일은 자신이 할 수 없다

내년이면 죽어 없을지도 모를 할머니, 셋째딸에게 그런 일년 후를 줄 순 없었던 '이노'

 

 

☆ 그리고 '이노'는 어느 공중전화에서 집으로 전화를 건다

의사는 자신이 아니라 자신의 아버지였다
이제는 치매로 아들의 목소리도 못 알아듣는 아버지
'이노'는 울면서 자신의 목소리를 모르는 아버지에게 고백한다

"사실은 아버지 후레쉬 내가 잃어버렸어요."
"사실은 아버지 후레쉬 내가 훔쳤어요."

 
비오는 밤, '이노'의 고백이다
그는 의사가 되고 싶었다 하지만 그러지 못했다
그래서 자신을 의사로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기꺼이 의사가 되어주었다 이것은 '이노'의 욕심이었다

 

 
☆ '이노'를 추적하던 형사들 앞에서

제약회사 직원은 끝까지 몰랐던 듯 모르는 척 한다
그러나 형사들이 '이노'가 사람들을 속인 사기꾼이라 몰아세우니까

 
정신을 잃은 듯 앉은 의자에서 뒤로 넘어간다
옆에 앉은 형사가 재빨리 잡아준다
제약회사 직원은 말한다

당신은 나를 사랑합니까?
사랑하지 않는데 왜 나를 잡아주십니까?
'이노'도 이런 마음이 아니었을까요?

 

☆ 형사들은 '이노'를 사기꾼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그들이 만나는 모든 사람들은 아무도 '이노'를 나쁘게 말하지 않는다
셋째딸마저도 그저 "그라면 어머니의 죽음을 어떻게 준비해주었을까요?"라고 그저 그것이 궁금할 뿐이라고 한다

 
셋째딸 대학병원에 입원한 할머니 앞에
급식직원으로 변장한 '이노'가 찾아온다

 
할머니를 보고 허허 웃는 이노
할머니는 이노를 보고 살포시 웃는다

 

 

 
선한 사람은 욕심마저도 선하다
그에게는 오직 자신의 양심만이 두려울 뿐이다

 
일본 영화를 보면 아주 소소하고 뻔한 이야기를
소소하지 않게 뻔하지 않게 만들어서 참 좋다

 
어쩌면 '나'라는 사람의 그릇이 거기까지인가 싶을 때도 있다
나는 그냥 평범한 사람들의 평범한, 특별한 이야기가 좋을 뿐이다
우린 모두 평범하고 특별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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