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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밤
  • 페어러브
  • 감독 :
  • 주연 :
  • 개봉일 : 0001-01-01
  • 평점 :

씨네큐브, 혼자
 

어제 술을 좀 마셨다
올만에 마셔서 그런지 좀 하루종일 멍-
계속 있다간 정말 멍- 할 거 같아서 무작정 나왔다

그리고 극장으로 갔다
마침 '페어 러브'가 시작할 때라 바로 표 끊고 봤다

제일 먼저 든 생각은
영화 정보 프로그램을 보지 말자, 이다
정말 그런 프로그램들은 보면 안 된다



기계는 명확하다
형만은 말한다
기계는 관계만 알면 쉽게 풀린다고
하지만 사람은 관계를 알 수 없어 쉽게 풀 수 없다
형만은 계속 말한다
그러니까 정확하게 말해달라고

특별한 것은 아름답다
남은은 말한다
열심히 일하는 남자는 멋있다고,
다시 말한다
카메라 고치는 일 말고 찍는 일을 하는 건 어때요
남은은 형만이 자신의 말을 왜 못알아 듣는지 알 수 없다

 

영화 정보 프로그램에서는, 뭐 어디서든
너무 두 인물의 나이차이만 부각시켜 홍보를 했는데
그것보다는 뭐 그냥 연애 얘기다

 

그런데 나는 왜 남은의 말을 알아들을 수 없었던 걸까?
나는 왜 형만의 말이 더 잘 이해가 될까?

 

영화를 보고 이대로 지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오늘도 혼자 영화를 봤고,
올만에 혼자보는 영화에 푸욱- 빠져서 넘 행복했고...

 

두 사람은 후반에 가서 변화에 대해 이야기한다
내가 바라는 사람의 모습 중 하나가
나에게 강요하지 않는 사람이다
있는 그대로 나를 봐줄 수 있는 사람
나 역시 상대에게 그런 사람이 되려고 준비하고 노력하고 있다
누군가에게 무엇을 강요 받는 게 싫기 때문에 나 역시도 강요하지 않는 삶을 살고 싶은 것이다
두 사람은 서로에게 알게모르게 뭔가를 요구한다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지 않은채, 보이는 모습을 보고 요구한다
영화를 보며 다시 한번, 그런 마음이 아예 없을거란 다짐은 못하지만 되도록 그런 모습 갖지 않도록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서른이지만, 아직 어른이되려면 한참이다

 

이하나는 입이 참 예쁘다
말 할때 작은 입이 오물오물 움직이는 게, 전부터 참 예쁘게 말한다 라는 생각을 했는데 이 영화를 보며 또 한 번 생각했다

안성기는 주름이 참 예쁘다
생각해보니 있는 그대로의 주름을 가진 배우는 몇 없을 거 같다 나이차가 좀 나는 연인이지만, 안성기여서 편안하게 볼 수 있었다

사진관 직원이 둘인데, 그 중 하나 결혼한 직원은 참 좋은 사람이다

 

사진을 찍을 땐 뭔가 꽂히는 피사체가 하나씩 있다
나는 큰길 사이사이에 난 작은 골목입구를 유독 잘 찍었다
아니면 길모퉁이, 구석진 곳에 작은 어떤 것들
뷰파인더를 통해 보는 것은 편집된 세상이다
딱 뷰파인더 크기만큼 잘라진, 내가 선택한 세상
그 밖의 세상이 다가올때,

남은이 형만에게 헤어지자고 말하고 형만은 한참 앉아있다
직원과 자주 들락거리는 사진작가가 술을 사들고 온다
조카도 온다
이야기가 오고가지만 형만은 내내 고개를 숙이고 있다
그리고 운다
한 명 한 명 이름을 불러주며 못 챙겨줘서 미안하다고

평생 자신의 뷰파인더만 보고 살던 형만은
남은을 통해서 뷰파인더 밖 세상을 보고, 관계를 보게 되었다
(아, 그 장면 참 인상적이었다)
누군가 떠올랐다
잘 모르지만, 혹 그 사람도 나중에 그래서 가슴 아프면 어쩌지, 라는 쓸데없는 생각
 

 

형만의 모습에서도
남은의 모습에서도
어딘지 한 조각, 두 조각씩 나의 모습을 본 듯 해서
조금 저리고 조금 씁쓸한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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