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수돗가에서 찬물로 쌀을 씻던 고왔던 그녀가 어느새 나이 든 할머니가 되었다. 흰머리 염색하고 나서면 노인네 대접도 못 받는다고 했지만 미용사 며느리 덕에 늘 곱게 염색하고 파마하고 집안에 들어 앉아 텔레비전을 본다. 어느 때에는 아는 드라마, 아는 노래, 좋아하는 가수조차 없었던 그녀가 안쓰러웠는데 요새는 텔레비전이 선생이라 매일 새로 알게 된 걸 알려준다.
텔레비에서 봤는데~하고 말하는 그녀의 정보는 살림노하우, 요리레시피......이미 할 줄 알고, 이미 잘 해오던 것도 날마다 새로운지, 고급정보를 내게도 알려준다.
매일 쭈그리고 앉아 쌀을 씻고, 빨래를 하던 그때 그 모습이 시를 읽으며 수면 위로 올라와 엄마를 생각하게 한다. 한동안 수업한다, 시험본다, 바쁘다는 핑계로 찾아가본지도 꽤 되었다.
요새는 뭐하며 지내는지 시간날때 들여다봐야하는데 이번주까지는 내내 바쁜 일이 겹쳐 있어 바쁘다.
어릴 때 기억이 생각지도 못한 순간 떠오르고, 이런 기억이 있었나 싶게 아련한 게 먹먹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