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7. 04. 03.
단순히 결혼하지 않고 혼자로 살고 있는 내 자신에 대한 작은 불안 때문에 읽기 시작했다. 현 사회에서 가장 문제시 하는 ‘결혼하지 않음’에 대해서 어떻게 썼을까 하는 의문에서 시작된 것이었다. 당연히 보기 좋게... 그리고 기분 좋게 퇴짜를 맞았다.
혼자 산다고 했을 때 당연히 따라 붙는 이야기들에 대한 서술은 있다. 하지만... 단순히 사회의 현장으로서의 1인 가구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그랬다면 무척이나 실망스러웠을 것이다. 초반에 쓰인 내용은 누구나 한번쯤 들어봤고 생각해봤을 만한 내용이다. 그래서 중간까지 읽고 덮어둔 채로 5개월이 그냥 흘렀지만... 읽다 말은 책들을 다 읽어보리라 다짐하고 읽기 시작한 후반부에서 단순히 혼자 산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현시대를 관통하는 시사점을 제시해준다는 점에서 호감을 갖고 재미있게 읽었다.
자기밀도에 대한 이야기. 타자지향형 인간과 자기밀도가 높은 사람에 대한 이야기에서... 작년의 내 모습을 돌아보게 되었다. 혼자 일 때 오히려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예민하게 알아차리게 됐으며, 특히 내가 속했던 집단에서 빠져나와 있을 때 그 집단의 모습이 보다 객관적으로 보이면서 ‘자기들만의 공동체’를 만들고 있는 분리된 조직의 모습에 안타까움을 느꼈다.
혼자있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 흰고독... ‘집합체에서 나와 단독비행을 하는 일은 쉽지 않다’라고 하는 글에서 4년을 머물렀고, 관계와 가치 모든 것의 집합체였던 곳을 떠나 왔을 때 느꼈던 외로움과 그곳에서의 때가 다 벗어지는데 1년여의 시간이 걸렸던 그 때가... 지금에 와서는 필요했던 시간이었음을 절감한다.
홀로서기... 혼자산다는 것, 단순히 ‘혼자’사는 이야기가 아니라 한 개인의 독립성, 혼자있을 수 있는 능력, 자율성에 관한 이야기.
고독... 의미있는 결핍의 시간이며, 관계밀도에서 멀어져 혼자일 수 있는 힘, 그곳에서부터 시작하는 변화. 자신의 삶에 대한 입법자는 자신이며, 자기 밀도가 높은 사람은 취미가 존재한다고 한다. 작년의 시행착오를 끝으로 진정 원하는 것을 하나 둘씩 실험해보고 있다. 인권에 대한 공부가 하고 싶어져 모임을 찾게 됐고, 책을 읽게 됐으며, 방에서 클래식을 틀어놓고 스텐드 불을 켜둔채로 책을 보는게 가장 좋아하는 일이 됐다.
단순히 홀로서기와 자기밀도가 높은 삶, 고독의 시간에 대해 이야기했다면 자기개발서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혼자일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요인들에 대한 냉정한 분석도 함께 한다. 경제적 능력이 갖춰지지 않는다면 홀로서기가 불가능하며, 단독인이 될 수 없음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가족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고자 사회시스템의 문제점에 대해서 이야기하면서 기본소득의 보장이 가져올 수 있는 단독인이로서의 삶의 가능성과 공동주택 등 사회 안에서의 연대를 이야기한다.
홀로살기로 결심한 나에 대한 이야기였으며, 사회 안에서 어떻게 그 삶을 가꾸어 갈 것인지 생각하게 하는 책이었다.
p.54 혼자 산다는 문제는 우리에게 익숙한 모든 것을 다시 생각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그 어느때보다 강력하게 요구하는 보편적인 미래의 문제이다.
p.77 ‘사회적인 것‘은 ‘집단을 이루는 것‘과 동일하게 여겨지고, 집단에 소속되지 않는 현상은 사회문제 현상으로 취급된다. ... 사회적이기 위해서 반드시 전제되어야 하는 것은 개체의 존재이다. 분화된 개체 없는 전체는 둔하고 묵중한 덩어리에 불과하다.
p.122 이 시대에 결혼이라는 것은 과연 성숙이 기준이 될 수 있을까? 그럼에도 성숙과 미성숙의 기준을 결혼이라는 제도에 진입했는지 여부에 의해 결정하는 가장 단세포적인 생략법이 여전히 지배하는 사회가 우리 사회이다.
p.150 과도한 타자관계는 한 개인이 품을 수 있는 무한의 속성을 한두 가지 속성으로 환원시킨다.
p.154 자기밀도가 제로화된 사람은 누구보다도 강한 욕망을 지니고 있지만, 이 욕망은 자신이 설정한 욕망이 아니라 자신과 함께 집단을 이루고 있는 사람들의 욕망을 모방하려는 욕망이다.
p.180 성년의 경우, ‘나‘에 관한 물음은 내가 속한 ‘관계‘에 대한 물음이며 내가 행하고 있는 ‘역할‘의 적합성에 대한 질문이고 이 모든 것을 연출하고 있는 ‘사회‘에 대한 정당성을 묻는 질문의 성격을 지닌다.
p.211 집단으로부터 분리의 과정을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사람은 집단의 의미를 알지 못한다. ‘나‘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나‘이어야 한다. ‘나‘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은 사람은 ‘나‘를 알 수 없다.
p.236 단독인의 사회란 달리 말하면, 모두가 혼자 살라고 선동하는 사회가 아니라 서로를 통합하는 힘과 개체가 되려는 힘이 균형을 이루는 사회, 개체가 되려는 힘을 갖고 싶어 하는 개인이 가족 환경이나, 집단의 소속 여부와 상관없이 자기 뜻을 실현할 수 있는 사회를 의미한다.
p.271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 자신을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은 역설적으로 연대의 필요성을 민감하게 느끼는 두뇌의 촉수를 지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