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3.23.~03.31.
성(性)은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임을 사람들에게 설득하기 위해서... 보다 근거있고 설득력 있는 주장을 펼치기 위해 3년 전에 읽다가 중간에 그만 두었었다. 도덕적 가치로 판단하면 된다는 계속되는 똑같은 결론에... ‘마지막까지 이런 이야기겠다’ 싶어 읽기를 그만 두었다. 올해 들어서 한두 권씩 책을 보다가 중간에 그만 둔 책을 다시 끝까지 읽어보자는 생각에 다시 집어 들었다.
마지막까지 다 읽은 후에 생각지도 못한 부분에서 망치로 머리를 한 대 맞은 듯한 충격을 받았다. 어쩜 이렇게 아둔할까.
시장논리가 물질 재화의 영역을 넘어서는 경우, 시민들 스스로의 자율적 협의과정과 해결을 위한 노력들이 사라지고 시민사회의 자생력이 감소하면서 그 자리는 시장의 경제적 이념이 차지할 것이며 이미 그렇게 바뀌고 있다. 그리고 빈부에 따라 경험의 정도와 영역이 달라지면서 좌우 흑백논리의 이분법적 진영논리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져 민주주의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는 결론까지... 표면적인 의미만을 파악하고 책을 덮었던 것이 부끄러웠다.
현 사회에 필요한 고민이며, 같이 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생각해봐야 할 주제가 아닌가 한다. 다시 읽기를 너무 잘했다.
p.116 시장이 특정 규범, 즉 거래 재화의 가치를 평가하는 방식을 반영하고 조장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어떤 재화를 상품화할지 말지 결정할 때는 효율성과 분배 정의 이상의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 또한 시장 규범이 비시장 규범을 밀어넣을 것인지 물어봐야 하고, 만약 그러하다면 그것이 우려할 만한 상실인지도 판단해야 한다.
p.129 시장논리가 물질 재화의 영역을 넘어서는 경우, 사람들의 선호에 담긴 도덕적 가치에 대해 고려하지 않은 채, 사회적 효용을 맹목적으로 극대화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면 ‘도덕적으로 거래’해야 한다.
p.131 재정적 인센티브에 의존할 것인지 여부를 결정하려면, 이러한 인센티브가 보호해야 할 태도와 규범을 변질시키는지 아닌지 생각해봐야 한다. 이러한 질문에 대답하려면, 시장논리가 도덕논리로 되어야 한다. 경제학자들은 결국 ‘도덕적으로 거래’해야 한다.
p.158 시장 선택이 자유롭게 이루어졌는지 판단하려면 어떤 불평등한 사회 조건이 작용하여 유의미한 동의를 훼손하는지 따져봐야 한다. 즉 어떤 지점에서 불평등한 교섭력이 사회적 약자를 강압하고 그들이 하는 거래의 공정성을 헤치는가를 고려해야 한다.
p.177 아리스토텔레스는 덕성은 우리가 실천함으로써 증진하는 것이라고 가르쳤다. "우리는 정당하게 행동함으로써 정당해지고, 절제함으로써 절제하는 사람이 되고, 용감하게 행동함으로써 용감해진다."
p.275 민주주의는 완벽한 평등을 필요로 하지는 않지만 시민에게 공동체적 생활을 공유할 것을 요구한다. 그러려면 배경·사회적 위치·태도·신념이 서로 다른 사람들이 매일 생활하며 서로 마주하고 부딪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서로의 차이를 견뎌내고 이를 놓고 협상하고 공공선에 관심을 쏟는 법을 배울 수 있다. 따라서 결국 시장의 문제는 사실상 우리가 어떻게 함께 살아가고 싶은가에 관한 문제다. 모든 것을 사고 팔 수 있는 사회에서 살고 싶은가? 시장에서 거래되지 않고 돈으로도 살 수 없는 도덕적·시민적 재화는 존재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