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의 첫 연애의 끝,
이별은 허공의 깊이를 알게 되는 거라고
말해 주지 못하고 같이 울었다.
'말 할 사람이 없어, 엄마'
그 말보다 슬픈 말이 또 있을까.
...... "
- 본문의 시 <첫,>중에서
윤인숙 시인의 첫 시집이 봄을 타고 왔다.
오랜시간 묵혀 두더니
드디어
이번 봄바람에 봉인해제 되었다.
오랜 시간 묵혀둔 만큼 혹은, 그 고독 만큼
차분하고 영글다.
열매처럼 단단하다.
허공의 깊이를 알게 된 사람에겐 잠시 기대어도 좋다.
시인의 시가 그렇다.
새의 길은
어디 멀리 가서 혼자 죽는 거다
몰래 같이 가고 싶은 새의 길이다- P110
제주 담장은 멋있기만 하던데
구멍 숭숭 나도 그리 당당하던데
바람도 비도 둥둥 떠나보내고 잘만 살던데...- P85
마음이 다 닳도록 뛰어 본 적은 없어도
마음이 다 해지도록 울어 본 적은 있지- P78
향기가 열매가 되면
우리 그만 일어날까
바람이 얼면 우리 헤어질까- P57
잠은 잠을 불러 따뜻하고
물은 물을 불러 깊어지고
길은 길을 불러 멀어진다- P65